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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정진영(57)이 조진웅(45)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드러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사라진 시간'(감독 정진영)으로 감독에 데뷔한 배우 정진영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번 작품에서 정진영은 조진웅을 주인공 형구 역으로 캐스팅했다. 형구는 하루아침에 송두리째 사라진 자신의 삶을 되찾기 위해 필사의 추적을 펼치는 인물.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조진웅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정진영은 시나리오도 그에게 최초 공개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안겼다.
정진영은 "시나리오 쓰면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님은 제가 쓴다는 걸 알았지지만 보여주지 않았다. 보여드리면 틀림없이 '이거 고쳐라', '저거 고쳐라'라고 할 거다. 규칙에 어긋나있었으니까. 저는 원래 모난 돌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둥그런 돌이 되어버린다. 물론 불안감은 있었다. 하지만 비난을 받더라도 비난 받자 싶었다. 처음으로 보여준 사람이 조진웅이다"라고 전했다.
"초고를 쓰자마자 보냈어요. 하루만에 '하겠다'고 답이 왔어요. 너무 고마웠죠. 어렵지 않냐고 물어봤더니 '뭐가 어려워요. 딱 내 이야기인데'라고 해요. 보통 주연 배우에게 의견을 묻고 고쳐주고 하는데, 조진웅 씨는 자기 부분은 토씨도 고치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너무나 행복했고 이 이야기를 믿어준다는 것에 기뻤어요. 그 다음부터 다른 감독님들께 보여드렸어요. 주연 배우로 조진웅을 캐스팅했다는 건 굉장히 으쓱한 일이거든요."
연신 조진웅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던 정진영은 "제가 진웅이의 선배지만 더 조심스러웠다. '내가 하자고 해서 하는 거 아니지?'라고 물었더니 단호하게 '내가 그런 관계가 한두 개겠어요?'라면서 아니라더라. 저로서는 제일 중요한 캐스팅이고, 첫 캐스팅이었다. 시나리오를 줄 때에는 할 가능성이 5%도 안 될 거라고 생각했다. 거절당하면 빨리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하루만에 하겠다고 답을 주니 용기가 생겼다. 그 다음부터 제가 좋아하고 캐릭터에 어울리는 후배들에게 시나리오를 줬다. 거의 다 단번에 오케이를 해줬다. 연기를 같이 안 해봤던 배우는 차수연 씨밖에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조진웅은 굉장히 멋있는 사람이고 저는 소심한 사람이다. 하지만 보통 저희가 영화에서 접하는 진웅이의 모습은 강하지 않나. 그 안에 있는 여린 감성을 저는 알고 있다.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을 맞이했을 때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연약한 인간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걸 조진웅에게서 봤다. 기대 그대로 해줬다. 배우의 탁월한 연기력으로 충분히 형상화된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실제 감독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정진영은 "이준익 감독님이 제 사무실로 오셔서 집중하고 보시더라. 감독님이 말해도 안 고칠 거라고 말했지만, 사실 긴장했다. 그런데 좋은 시나리오라고 하셨다. 놀랐다. 다만 이게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는 평가가 엇갈릴 거라고, 감당하라고 하셨다. 용기를 얻었다. 또 '약속'에서 만났던 김유진 감독님께도 보여줬다. 굉장히 신중하게 시나리오를 작업하시는 분이다. 정통 어법을 중요하게 여기셔서 틀림없이 무지 욕먹을 거라고 각오했는데 좋다고 하시더라. 제가 이런 이야기를 쓸 줄 몰랐다고 하셔서 힘이 됐다. 충무로의 수많은 선후배들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다. 여러 이야기를 들리면 흔들리니까. 캐스팅을 하려는 배우들에게만 보여줬고, 다들 믿어줬다. 그 덕에 여기까지 왔다. 개봉을 하면 관객들과 만나는 자리는 또 어떨지 모르겠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사라진 시간'은 의문의 화재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형구(조진웅)가 자신이 믿었던 모든 것이 사라지는 충격적인 상황과 마주하면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로 오는 18일 개봉한다.
[사진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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