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방송인 장성규, 개그우먼 장도연, 영화감독 장항준이 이야기꾼으로 변신했다. 화려한 입담을 자랑하는 세 사람이었지만, 방송 후 머릿속에 남는 건 오직 '지강헌 사건'뿐이었다.
14일 밤 방송된 SBS스페셜 파일럿 프로젝트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에선 1988년 대한민국을 뒤흔든 '지강헌 사건'을 조명했다.
'꼬꼬무'의 콘셉트는 단순하면서도 신선하다. 장성규, 장도연, 장항준이 실제 자신의 절친한 친구를 불러 사석에서 말하듯 '그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첫 회에선 32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든 '지강헌 사건'을 설명했는데, 방송 1시간을 그야말로 '순삭(순간삭제)'하게 만들었다.
'지강헌 인질극'은 영화로도 만들어질 만큼 유명한 사건이지만 '꼬꼬무' 제작진은 시청자들을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비장의 장치를 곳곳에 숨겨두었다. 사실적 기반을 둔 사건 설명을 쉽게 풀이할뿐더러 지강헌의 분노가 된 계기, 1980년대의 시대적 상황, 그리고 당시 피해자였던 인질들의 생생한 음성 인터뷰 등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밝혔다.
특히 인질이 됐던 네 번째 가정집 딸의 음성 증언과, 지강헌 일당 중 하나인 강영일에게 피해자들이 쓴 탄원서 내용은 신선함을 넘어 깊은 여운을 안겨주기까지 했다.
당시 22살 대학생이었던 딸은 세상에 아직 공개되지 않은 지강헌의 모습을 처음으로 밝혔는데, "지강헌이 나에게 '어떻게 죽는게 제일 멋있어 보이냐'고 물어봤었다. 또 내가 그에게 성경책을 권했는데, 얼마 후 그게 내게 말을 걸었다. '자기를 위해서 기도해줄 수 있냐. 내가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 마음이 되게 해달라'라고 요구했다. 무릎을 꿇고 같이 기도를 하다 엄청나게 울었다"고 고백했다.
동시에 강영일의 형량을 15년에서 7년으로 줄인 결정적인 계기가 된 탄원서의 내용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울컥하게 만들었다. 송은이와 장도연은 탄원서를 읽어나가며 "이들 모두 마땅히 죗값을 치뤄야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에게서 후회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고, 인간적인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침밥을 먹은 이들은 '잘 먹었습니다'. '신세 많이 졌습니다', '자기들이 떠나면 곧 신고를 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들이 가고 우리 네 식구 모두 울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흐르는 눈물인지 모르겠습니다. 죄는 미웠지만 사람은 미워할 수 없었습니다"라는 문장에서 그만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예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장도연과 장성규는 무던히 힘을 뺐고, 장항준은 이야기꾼이라는 본업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32년 전의 그날이 생동감있게 펼쳐지며 오롯이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덕분에 '꼬꼬무'는 마력처럼 시청자들을 홀리고 말았다. 딱 '첫방'만큼이라면, 앞으로 '꼬꼬무'가 풀어나갈 이야기들은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 SBS 방송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