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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배우 유아인이 그간의 활동을 되돌아보면 진솔한 이야기로 영화 '#살아있다'에 대한 관심을 더했다.
유아인은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마이데일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는 24일 영화 '#살아있다'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풀어냈다.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등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준우(유아인)와 유빈(박신혜)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물이다. 데이터, 와이파이가 의식주만큼 중요한 필수재가 되어버린 2020년 단순한 물리적 고립뿐 아니라 디지털적으로도 완전히 단절된다는 참신한 설정으로 차별화된 재미, 공감대를 자극한다.
특히 유아인이 데뷔 이후 첫 좀비물 장르에 뛰어들며 예비 관객들의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2003년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을 시작으로 드라마 '최강칠우' '성균관 스캔들' '패션왕' '장옥정, 사랑에 살다' '밀회' '육룡이 나르샤' '시카고 타자기',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좋지 아니한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완득이' '깡철이' '사도' '베테랑' '좋아해줘' '버닝' '국가부도의 날'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자신만의 색깔로 대중을 사로잡았던 유아인. '청춘 스타' '천만 배우' 그리고 '칸 국제영화제' 진출까지 이른 나이에 연예계에서 톱을 찍은 유아인이지만 그의 열정과 도전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며 매번 새로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신작 '#살아있다'에선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피해 홀로 고립된 유일한 생존자 준우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친근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나선 것. 준우는 지극히 평범한 청년으로 가장 일상적인 공간인 아파트에서 홀로 생존해야만 하는 인물이다.
이날 유아인은 시사회 이후 '#살아있다' 호평이 쏟아지는 것에 "장단점이 있는 영화인데 장점을 크게 느껴주신 거 같다"라고 겸손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면서도 "극을 진행시키는 힘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간다는 게 우리 영화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수의 인물이 마지막까지 힘 있게 이끌어가고 장르물이면서도 인물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간다는 것도 신선하게 느끼실 것 같다"라며 "주변 분들이 워낙 좋게 봐주셔서 '지루하지는 않았다'라는 정도의 느낌을 갖고 있는데 저로서는 일부분의 성공을 거뒀다고 생각한다. 돈으로 바르지 않아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극 초반 홀로 이끌어가야 하는 쉽지 않은 캐릭터를 소화해낸 유아인. 그 어느 때보다 연기 열정을 쏟아부으며 작품의 몰입감을 높였다. 유아인은 "'#살아있다'는 제가 현장 편집본을 가장 많이 봤던 영화다. 촬영 중간중간, 그리고 매주 현장 편집본을 봤다. 보면서도 완성은 아니니까 계속 불안한 느낌은 있었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보니까 충분히 루즈해지거나 충분히 흥미롭지 않다면 한 배우의 얼굴 오랫동안 보는 게 관객분들에겐 곤욕스러울 테니까, 충분한 흡입력을 만들려 노력했다. 다행히 '집중도가 있었다'라고 많은 분이 얘기해 주셔서 그 부분에 안도감이 들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제가 영화 시작부터 혼자 나오기에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을 많이 했다. 실제로 홀로 집에서 리허설 영상을 찍어 조일형 감독님에게 보내기까지 했다. 한 번도 안 해본 짓이다(웃음). 이전 같으면 모두가 다 예민하고 섬세한 세계가 있는 분들과의 작업이기에 의견을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엔 적극적으로 제가 생각하는 것에 대해 껄끄러움이 남지 않도록 다 전했다. '이렇게 해볼까요' 이런 두려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했다. 그랬더니 배우들 간에 호흡도, 사적인 관계도 오히려 더욱 돈독하게 되더라. 그럴수록 더 좋은 관계가 만들어지는구나, 그런 배움이 있던 현장이었다"라고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유아인은 "정체불명의 존재들(좀비)과의 연기는 진짜 편했다. 절로 리액션이 나와서 연기할 필요가 없으니까. 되려 모니터 보는 게 정말 재밌었다. '저런 소리가 나한테서 튀어나오는구나' 싶은 독특한 경험이었다. 마치 '귀신의 집'에 들어간 듯한 체험이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만 유아인은 파격적인 비주얼 변신을 시도했으나, 넷플릭스 영화 '사냥의 시간' 안재홍으로 인해 묻힌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드러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안재홍이 먼저 유아인과 비슷한 반삭에 탈색 헤어스타일을 선보였기 때문.
이에 대해 유아인은 "나름 그간 한국 남자 배우가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적인 이미지라고 생각하고 시도한 헤어스타일이었는데 '사냥의 시간'에서 안재홍이 비슷한 스타일로 나왔더라. 정말 깜짝 놀랐다"라고 말해 폭소를 안겼다.
이어 그는 "공교롭게도 준우를 떠올리면서 안재홍처럼 옆집 청년 같은 편안한 이미지를 생각했어서 더 놀랐다"라며 "안쟁홍은 제가 진짜로 좋아하는 배우"라고 팬심을 드러냈다.
박신혜와의 첫 연기 호흡은 어땠을까. 자신과 비슷하게 아역부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인 만큼 애틋한 동료애를 전했다.
유아인은 "현장 촬영 중에 가장 즐겁고 놀라웠던 순간이, 제가 강하게 어필하는 편인데 박신혜는 거기에 끌려가지 않고 반대되는 의견도 힘 있게 자신의 텐션을 갖고 연기를 만들어가더라. 이기고 지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장면을 주도하고자 본인 의견을 쉽게 꺾지 않는 태도를 보여서 좋았다. 그 모습이 너무 감사했다. 그냥 져주는 게 좋은 게 아니라 토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반갑다"라고 배우로서 태도를 높이 샀다.
이어 그는 "그냥 끌려가놓고 뒤에서 '싸가지없어' 욕하고 그런 분들도 있다. 저는 어떤 말을 해도 좋고, 서로 대화가 오고 가야 좋은데 지레 불편해서 '저 사람은 센 사람'이라 판단하고 뒤에 가서 욕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시도도 안 하고 자기 판단 속에 갇혀 사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박신혜는 캐릭터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책임감이 강하다다. 배우란 직업이 내공이 필요한 일이기에 정말 많은 현장을 경험하면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 자신으로서 존재하는 방법을 아는 훌륭한 배우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유아인은 "박신혜가 저런 배우가 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싶더라. 10년 이상 한 직업을 지켜내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고된 시간들을 버텨왔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데뷔 시절에 만난 경험도 있고 하다 보니까 더 애틋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라고 애정을 과시했다.
비슷한 시기 강동원의 좀비 블록버스터 '반도'와 맞붙게 된 소감도 이야기했다. 유아인은 "향후 한 달 정도는 '#살아있다'의 독과점이 예상된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내 그는 "요즘 영화 개봉 시기를 잡는 것조차 너무 힘든 상황이지 않나. 그렇기에 한국 영화들이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살아있다'가 '반도'와 장르적인 특성은 비슷하겠지만 전혀 다른 결일 것이다. 서로 차별점을 가졌기에 관객분들이 색다른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거다. 다양하게 즐기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한국 영화계를 향한 응원을 보냈다.
뿐만 아니라 유아인은 MBC '나 혼자 산다'에 전격 출연하는 행보로 대중의 놀라움을 안겼던 바.
이에 대해 유아인은 "사실 제가 먼저 예능 출연에 대해 말을 던졌다. 영화 촬영 중에 '준우 같은 캐릭터라면 예능에 출연해도 괜찮겠다'라는 말을 했었다. 너무 꽁꽁 싸매고 숨겨서 가야 할 필요는 없겠다 싶더라. 우리 영화 성격상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나 혼자 산다'가 너무 적절한 연결고리였다. 그래서 '나 혼자 산다'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한 것도 아니고 저희 '#살아있다' 측에서 먼저 제안을 해 (출연이) 성사가 된 거다"라고 비하인드스토리를 밝혔다.
예전과 달리 한층 여유 있는 모습으로 눈길을 끈 유아인. 그 역시 "전에는 여유가 없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얘기하는 걸 꺼려했는데 결과물을 보고 나면 결국 말 못 했던 부분이 다 거슬리더라. 아무래도 나이나 경력이 주는 허용치가 있는 것 같다. 유아인 하면 자기주장 확실하게 펼치고 그렇게 보이겠지만, 제가 일하는 현장엔 다 아버지뻘인 선배분들인데 얼마나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었겠냐. 그래서 무슨 말을 한다는 게 다 두려웠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었다면 의견을 얘기했을 텐데 스스로 '어린놈이 말하면 싸가지 없어 보이겠다'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렇게 나이, 성별로 판단하는 게 세상이 주는 폭력일 수도 있고 저도 그렇게 스스로 판단해서 '을'을 자처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런 상태 속에서 지내왔는데 신인 감독님들과 작업하면서 함께 만드는 기쁨 같은 게 크게 다가왔다. '#살아있다'는 유연한 소통을 허락해 준 현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에 배우로서 큰 성과를 거뒀지만, 자랑스러운 순간보다는 '아쉬운 순간'이 더 많았다는 유아인. 그는 "여전히 이 사회가 나이와 성별에 집착하는 그런 것들에 대한 답답함이 항상 있는 것 같다. 이제 비교적 편안함을 느끼고 있지만 능력치를 판단하는 것에 단순히 그보다 다른 기준들이 있는 것 같다"라고 허심탄회하게 전했다.
유아인은 과거를 되돌아보며 "좀 진지한 걸 좋아했었다. 괜히 딥하고 이런 걸 좋아했다.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오히려 어릴 때, 어린 배우에게 기대하는 게 아닌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쉽게 볼 수 없는 재미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냥 유아인이라는 배우에 대한 그림은 제가 그려가는 거니까, 그게 제 그림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런 경쟁력을 가진 배우였으면 좋겠더라. 대단히 잘생기지도 않았기에, 본질에 집중해야지만 불안 속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30대로 등이 떠밀리고 아역 배우, 소년에서 어른으로 들어왔으니까 예전에는 없던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그리는 그림이 희한하지 않나. 조심스러워하던 것조차도 조심스럽지 않게 느껴지고 좀 더 다양한 활동들을 해보고 싶고 제 스스로도 체험, 경험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다. 이제 '진지한 것' 그런 건 재미없게 느껴지고 이런저런 도전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크다. 아직 큰 결과는 없지만 대중이 흥미롭게 유아인의 새로운 지점을 즐겼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앞으로 그가 그려나갈 '배우 유아인'은 어떤 모습일까. 유아인은 "대구 촌놈이 서울로 상경하면서 품었던 단순하고 세속적인 욕망은 다 이뤘다. 제가 목표로 한 많은 바는 놀랍게도 다 성취했기에 재미가 없어졌달까. 그래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의 시간이 길었다. 나를 어떻게 써먹으면 좋을까, 동력이 무엇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의 시간을 가졌었다. 부자가 되는 게 목표일 수도 있고 동경하는 감독과의 작업, 흥행 배우가 목표가 될 수 있겠지만 저는 감사하게도 상당 부분 일어난 일들이 되어버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30대의 내 그림에 대해선 구체적인 그림을 안 그려봤다. 그런 게 숙제처럼 떨어져서 목표를 향해 가지 말고, 매 순간 그려지는 그림으로 편하게 가보자 하는 마음이다. 이전에도 즉흥적인 자유로운 느낌의 성향이긴 했지만, 욕망과 목표는 뚜렷한 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냥 없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스스로 느끼고 수렴하면서 진행되어 가는 것 같다"라고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유아인은 "예전엔 혼자 있어도 혼자 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친구들도 많았고, 집에 불러들여 밥해 먹이고 그랬었다. 그런데 이제는 집에 온다는 친구들을 말리고 혼자 있는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다. 혼자 있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을 전보다 많이 느끼게 됐다. 근 1-2년 사이에 변화된 거다. 이젠 혼자 있을 때 놔버릴 수 있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그는 "편견 없이 다가가려 노력하고 있다. 편견을 갖는 게 나쁘다는 게 아니고 그 다음의 생각을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중요한 거 같다. 그래야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고 과거의 자신과 작별하는 진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이라 생각의 양가감정이 내 안에서 계속 움직이고 있는데 '한 번 더' 생각을 나아가며 더 많이 수용할 수 있게 됐고 사고와 생각이 많이 유연해졌다"라고 얘기했다.
끝으로 유아인은 '살아있다'라는 것에 대해 "그걸 아는 게 우선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살아있긴 한데 좀비같이 살아있는 건 아닌가? 좀비 영화에서 바로 이런 물음이 '좀비 같은 인간 군상' 클래식한 메타포로 활용되지 않나. 내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살아있지만 죽어있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 좀비처럼 살지 않는 것 그런 게 중요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사진 = UAA]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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