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야구 얘기는 안 했어요."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타격코치 경력이 상당한 지도자다. 키움 히어로즈 전임 장정석 감독 시절에는 수석코치까지 역임했다. 그러나 감독은 초보다. 코치를 아무리 오래 해도, 감독은 결정권자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16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시즌 구상대로 가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선수들이 안 아프고 위닝시리즈를 계속 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했다. "선수들 관리를 잘 해주려고 하는데 너무 많이 다쳤다"라고도 했다.
롯데는 중위권 싸움을 벌인다. 안치홍, 오윤석, 정보근 등 부상 및 컨디션 난조로 빠진 선수가 많다. 아드리안 샘슨은 개인사로 미국에 다녀온 뒤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다. 5월 말 집단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가 이달 초 6연승으로 반등했다. 그러나 이번 수도권 원정 9연전 중간전적은 2승3패로 보합세. 전체적으로 전력이 안정적이지 않다.
허 감독이 돋보이는 건 그럴수록 1년차 사령탑답지 않게 인내한다는 점이다. 30경기가 지난 시점부터 나쁜 사이클을 줄이기 위해 조금씩 벤치 개입을 늘렸다. 선수들 컨디션을 관리하면서, 부상 이슈로 2군에서 올린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 개개인의 기량을 극대화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선수들의 좋은 모습을 부각, 최대한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게 한 가지 있다. 야구장을 벗어나면 되도록 야구생각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허 감독은 "타순이나 투수 운용 등에서 머리를 비울 때 가장 좋은 것 같다. 오히려 그럴 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신기하다"라고 했다.
1년 365일 야구생각만 해야 하는 직업이 야구 감독이다. 생각이 많으면 더욱 꼬이고, 답이 나오지 않을 때가 많다. 스트레스가 쌓이고, 멘탈이 흔들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역설적으로 머리를 비우면, 오히려 신선한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창작을 하는 예술가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허 감독은 "스트레스잖아요. 야구장에서 3~4시간 이상 (야구)생각을 해야 한다. 숙소에서도 잘 안 하려고 한다. 오히려 (야구 생각을 하지 않고)전화를 하거나,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그럴 때 영감이 떠오른다. 생각한다고 해서 잘 되지 않더라. 머리가 더 무거워진다"라고 했다.
실제 허 감독은 "올 시즌 타순, 투수 운영 등 모든 것의 80% 정도가 그랬다"고 했다. 결론은 "머리를 비우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다. 그는 "키움에 있을 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내가 나가서 치는 게 아니지 않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력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선수들도 그런 마음을 가지면 좋겠다"라고 했다.
마찬가지 논리로 키움과의 3연전 첫 날 손혁 감독과도 일부러 야구 얘기를 하지 않았다. 허 감독은 "다른 감독과 만나면 야구 얘기를 잘 안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괜히 야구 얘기를 하다 경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손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롯데 허문회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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