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무사 만루 위기에 등판하는 투수의 심정은 과연 어떨까. 아무리 점수차가 벌어져 있더라도 마운드에서 압박감을 견뎌야 하는 투수의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두산이 최근 트레이드로 영입한 홍건희(28)는 무사 만루 위기에 호출을 받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 1명의 주자도 홈플레이트를 밟지 못하게 했다. 2⅔이닝 동안 40개의 공을 던지며 2피안타 1실점(비자책)을 기록한 홍건희는 19일 잠실 LG전에서 승리투수가 되며 이적 첫 승을 신고하는데 성공했다.
홍건희는 "점수차가 있어서 아웃카운트를 최대한 빨리 잡으려 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역시 147km까지 나온 패스트볼의 위력이 좋았다. 홍건희는 자신의 구위에 대해 "지금 구위는 좋은 상태다. 거의 100%에 가깝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벌써 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지 2주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KIA에서만 뛰다 류지혁과 1대1 맞트레이드로 두산에 입단한 홍건희는 "사실 트레이드는 남의 일이라 생각했다. 다른 선수가 트레이드로 이적을 해도 크게 관심이 없었다. 막상 내가 트레이드가 되고 나니 섭섭한 감정도 있었지만 오히려 독기가 생기고 터닝포인트로 삼게 됐다"라고 트레이드가 자신의 야구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될 것임을 말했다.
두산 팬들은 주전급 백업으로 통한 류지혁의 이적을 아쉬워 했다. 두산이 밑지는 장사를 한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홍건희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지만 나중에는 그런 이야기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홍건희는 "내가 하기 나름이다.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면 팬들도 좋아하시리라 생각한다"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두산에서의 적응은 순조롭다. 두산 합류 후 5경기에 등판해 8⅔이닝을 던져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08로 안정적인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홍건희는 "한 팀에만 10년을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팀에서 적응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형들이 잘 해줘서 생각보다 적응을 빨리 했다"라고 새로운 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드넓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고 두산의 수비력이 뒷받침하는 점은 홍건희에게도 '날개'를 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는 "두산이 수비력이 좋은 팀인 것은 알고 있었고 뜬공 처리 많아 심적으로 편한 부분이 있다. 결과도 좋다"라고 만족했다.
과연 홍건희는 실제로 마주한 김태형 두산 감독을 어떻게 느꼈을까. "밖에서도 감독님이 카리스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홍건희는 "두산에 와서 직접 보니까 분위기를 잡을 때는 확실히 카리스마가 있으시더라. 듣던대로였다"라고 후기(?)를 작성했다. 그는 "감독님 믿음에 보답할 수 있게 던지고 싶다"는 각오도 나타냈다.
언젠가는 그도 친정팀 KIA를 상대하는 날이 올 것이다. 아직 KIA 타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홍건희는 "만나봐야 기분을 알 것 같다"면서도 "더 열심히 던질 것 같다"는 투지도 드러냈다.
[두산 홍건희가 19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두산 경기 5회말 무사 만루에서 구원 등판해 역투를 펼치고 있다.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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