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강정호(33)가 야구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부분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 텍사스에 체류 중이던 강정호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2주 자가격리를 거쳐 이날 공식 석상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이었던 2016년 12월 서울 삼성동에서 음주 뺑소니 사고를 냈다. 재판 과정에서 앞서 두 차례 음주운전을 추가로 한 사실이 적용되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로 인해 미국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었고, 메이저리그 복귀 후에도 부진을 거듭하다 2019년 8월 피츠버그에서 방출됐다.
강정호의 KBO리그 복귀 의사가 최초로 알려진 건 지난 4월말이다. 당시 강정호 소속사가 KBO에 복귀 절차를 문의했고, 한 달여간의 검토 끝에 5월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 제출이 공식적으로 이뤄졌다. 이에 KBO는 5월 25일 상벌위원회를 통해 강정호에게 임의탈퇴 복귀 후 KBO리그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부과했다.
강정호의 복귀 여부는 피츠버그를 가기 전 소속팀이었던 키움에 달려 있다. 강정호는 앞서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향했기 때문에 복귀 시 키움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니면 키움에서 보류권을 풀어준 뒤 타 구단의 손길을 기다리는 방법이 있다. 1년 실격 징계는 구단의 KBO리그 선수 등록부터 적용된다.
다음은 강정호와의 일문일답이다.
-복귀만 하지 않으면 비난 감수할 필요가 없는데 굳이 KBO리그에 복귀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한국에서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정말 수없이 많이 생각했다. 정말 변화된 모습을 KBO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서 복귀를 결정하게 됐다.”
-현재 키움 구단과의 관계는.
“단장님과 한 차례 통화했다. 심정을 이야기했다. 자세하게 말하진 않았지만 정말 미안하다고 말씀드렸다. 그 외에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팬들의 야구를 하지 않는 게 반성이라는 지적에는.
“진정한 반성은 야구를 잘하는 게 아니고 변화된 모습을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다. 앞으로 어린 선수들과 유소년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큰 도움이 되기 위해서 복귀를 결심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해서 더 도움이 되고 싶다.”
-선수생활을 그만둘 생각을 해본 적이 있나.
“많이 생각했다. 한국에서 과연 야구할 자격이 있는지 수없이 내 자신에게 물어봤다. 내가 생각해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어린아이들에게 꼭 도움을 주고 싶다. 가족들, 팬들에게 더 미안하기 때문에 더 도움을 드리고 싶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2016년 음주운전 이후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말한 이유는.
“그 때까지만 해도 무지했고 어리석었다. 정말 야구만 바라봤고 야구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이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선교사님 만나며 정말 많이 회개했다. 아직도 부족하지만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 보답하고 싶다.”
-한국 복귀 결정 이후 공개 사과를 하는 이유는.
“사과가 늦어진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미리 들어왔어야 했는데 징계 결과가 늦게 나온 것도 있고 코로나19도 있었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
-상벌위원회 개최 이전에도 사과할 기회가 있었는데.
"상벌위원회가 늦게 열리는 바람에 들어오는 시점을 놓쳤다."
-키움 히어로즈 징계가 KBO 징계보다 수위가 높을 수 있는데.
“어떤 징계가 나와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 감수하겠다.”
-프로야구에서 뛰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보기 싫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얼마만큼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어린아이들이 더 큰 무대에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모든 구단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면.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 선택을 받지 못하더라도 어린아이들을 위해 노력할 생각이다.”
-팬들의 거센 비난 여론도 극복할 자신이 있나.
“많은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성숙해지려고 한다. 더 많은 노력과 함께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서 팬들께서도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
-복귀 결정했을 때 키움보다 KBO에 먼저 연락한 이유는.
“중간에 김치현 단장님과 안부 인사를 나눈 게 전부다.”
-청소년들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고 싶나.
“학교 다닐 때 인성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았다. 프로 들어와서 야구를 하다가 야구를 어느 정도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공인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나태해졌다. 내 스스로 거만해졌다. 이 부분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정말 좋은 사람이 돼서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면서 그들에게 도움이 되면 그걸로 만족하겠다.”
-강정호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란.
“지금까지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내 위주로 살아왔다. 앞으로는 가족, 팬, 친구 등 주위 모든 분들을 배려하면서 그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사는 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키움이 왜 강정호를 받아들어야 하나.
“예전 정이라고 해서 다시 받아달라고 하고 싶진 않다. 그렇게 하면 양심이 없는 것이다. 키움에 들어가서 젊은 선수들과 팬들에게 내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앞으로 키움이 더 좋은 팀이 될 수 있게끔 도움을 줄 생각이다.”
-현재 몸 상태와 기량은.
“괜찮다. 실전경기 뛰지 않아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건강한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박한이는 음주운전으로 은퇴를 했다.
“많은 생각을 해보지 못했지만 형평성에 있어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력하는 것뿐이다.”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KBO리그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하다. 진심으로 죄송하다.”
-팬들에게 직접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도 있나.
“어떤 기회가 돼 할지는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팬들에게 꼭 사죄드리고 싶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경험을 통해서 이야기해드리고 싶다. 나도 어렸을 때 인성에 대해 많이 교육받았지만 프로 들어와서 내 자신도 모르게 변해가는 것 같다. 중간에서 누군가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데 그게 가족도 될 수 있고 팬도 될 수 있다. 초심을 잃지 말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유소년들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결심한 배경은.
“어린 아이들의 꿈을 짓밟는 행동을 해서 정말 미안했다. 재능 기부하면서 그 아아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더 미안했다. 앞으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느꼈다.”
-재능 기부를 이미 시작한 것 같은데.
“꽤 오랫동안 해왔다. 모교에 기부도 꽤 했다. 이런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고 싶진 않았다. 내가 떳떳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어갈 생각이다.”
-KBO리그 복귀를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메시지 아닌가.
“정말 죄송하다는 말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좀 더 노력하고 많은 분들에게 이 메시지를 변하는 모습으로서 보여드리는 것도 방법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왜 야구선수들의 음주운전이 끊이질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야구를 하면서 어느 정도 자리에 올라가면 위치에 있어서 자만하는 모습이 나와서 그런 것 같다. 마음을 다잡기가 정말 힘든데 그래도 항상 팬들을 생각하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봉사는 미국에서도 할 수 있지 않나.
“미국에서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내가 학교를 직접 가는 것과 가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다. 학교에 가서 아이들과 같이 훈련하고 해주는 말 한마디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나.
“내가 생각해도 정말 이기적이다. 앞으로는 이기적으로 살지 말자고 다짐했는데도 또 이기적으로 바뀌는 것 같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변화될 수 있는지 생각을 많이 했다. 이기적인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더라면 사죄를 하지 않았을 것이란 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은퇴를 하더라도 팬들에게 사죄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강정호. 사진 =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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