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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걸그룹이요? 활동했다고 말하기에는…, 사실 3년 정도 연기를 그만뒀던 시절이 있어요. 그때는 오디션조차 어떻게 봐야 할지 몰랐거든요. 너무 막막할 때였어요. 어떻게든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이것저것 시도를 많이 해봤거든요. 걸그룹도 그런 시도 중에 하나였어요."
JTBC '멜로가 체질'에 MBC '꼰대인턴'까지, 마치 어느 날 불현듯 하늘에 떠오른 별처럼 보이지만 사실 한지은(30)은 데뷔 11년차가 되어서야 비로소 주목을 받은, 여러 역경을 딛고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된 배우다.
2010년 영화 '귀'가 데뷔작이니 얼굴을 알리기까지, 이름을 기억시키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25일 마이데일리와 만난 한지은은 "아직 제가 엄청나게 관심을 받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수줍어했다.
마스크를 쓴 채 인터뷰를 하고 있었는데, 문득 한지은은 "아! 얼마 전에 라디오 일정이 있었다"며 "라디오 끝나고 길을 걸어가는데 '방송 너무 잘 보고 있어요' 하고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알아봐주시더라"고 했다.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하고 웃는데, 마스크로는 가리지 못한 눈에 환희가 흠뻑 번졌다.
10년 만에 얻은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소중할지는 차마 짐작할 수도 없었다. 그 시간 동안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또 얼마나 많았을지 감히 헤아리지도 못했다. 그저 한지은은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눈을 선명하게 빛냈다.
"지금은 너무 행복해요. '행복하다'는 말이 가장 먼저일 거예요. 나를 배우로서 알아봐주시는구나, 그런 시간이 오는구나 싶어요. 제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멜로가 체질'부터 '꼰대인턴'까지 너무 좋은 기회였고, 제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게끔 만들어 준 상황이니까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항상 다짐하거든요. '이제, 시작이다'"
'꼰대인턴'의 사연 많고 비밀 많은 이태리로 분하기 위해 한지은은 머리 색깔부터 가방, 의상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고 신경 썼다. 소위 '폭탄머리'로 바뀌는 장면에선, 정작 자신은 생머리라 가발을 썼다는데 혹시나 어색해 보이진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연기를 세심하게 챙긴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데뷔 11년차 만에 얻은 지상파 첫 주연이란 소중한 기회였다.
"잘해낼 수 있을까 싶었어요. 태리를 들여다보면 사랑스럽고 귀여운 친구인데, 그걸 시청자 분들이 끝까지 잘 느끼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거든요. 태리로서 '날것의 자유로움'을 보여드리는 게 제 목표였고요. 정말로 시청자 분들한테 '태리스러움'이 비쳐졌다면 기쁠 것 같아요. 감독님부터 스태프 분들이랑 (김)응수 선배님, (박)해진 오빠가 다같이 도와주신 덕분이에요."
사실은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다는 한지은이다. 그걸 꽁꽁 감추고 천연덕스럽게 연기했으니, 시청자들을 유쾌하게 속인 셈이다. 실제로도 인턴 이태리 같은 배우. 10년의 인턴 생활을 겨우 마치고 시청자들에게 인정 받은, 앞으로 영원히 우리의 '정직원 배우'로 활약할 한지은이었다.
"제가 봤을 때, 태리는 강하게 말하는 스타일인데, 사실 외강내유형이거든요. 나름대로 여린데 그런 게 드러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더라고요. 거기에 정의감도 있고요. 전 태리만큼 정의롭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의로움을 갖고 싶은 마음은 있답니다!"
[사진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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