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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창환 기자] 결국 야구선수로서 KBO리그와의 인연은 더 이상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정호(33)가 키움 히어로즈 복귀 의사를 철회했다.
강정호는 29일 자신의 SNS에 “긴 고민 끝에 조금 전 히어로즈에 연락드려 복귀 신청 철회 의사를 전했다. 팬 여러분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팬들 앞에 다시 서기엔 제가 매우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던 마음도, 히어로즈에서 야구를 하고 싶었던 마음도 모두 저의 큰 욕심이었다”라고 말했다.
강정호는 또한 “제 욕심이 야구팬 여러분과 KBO리그, 히어로즈 구단 그리고 야구선수 동료들에게 짐이 됐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복귀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받은 모든 관계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고 전했다.
강정호의 복귀 여부는 최근 KBO리그의 ‘뜨거운 감자’였다. 메이저리그서 새 팀을 찾지 못한 강정호는 지난달 21일 KBO에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다. 메이저리그 도전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많을 뿐만 아니라 높았다. KBO는 메이저리거 신분일 때 벌어진 음주운전과 관련된 상벌위원회를 개최, 강정호에게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200시간 제재를 내렸다.
미국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강정호는 자가격리를 거쳐 기자회견을 실시, 사죄의 뜻을 전했다. 더불어 “앞으로 어린 선수들과 유소년들에게 좀 더 많은 것을 알려주고 큰 도움이 되기 위해서 복귀를 결심했다. 어린 아이들에게 정말 미안해서 더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말도 남겼다.
강정호가 복귀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었다. 보류권을 갖고 있는 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를 소속선수로 품는 것 또는 계약 후 타 팀과의 트레이드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키움 입장에서 방출 조치를 내릴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큰 산은 여론이었다. 강정호는 키움(당시 넥센)에서 활약할 당시에도 2차례나 음주운전을 저지른 전력이 있었다. 구단도 몰랐던 사안은 메이저리거 신분이었던 2016년 12월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까지 일으키며 드러났다.
하지만 강정호는 이후 곧바로 공식 사과하는 자리를 갖지 않았고,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일련의 과정에 매진했다. 결국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서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섰지만, 지난해 9월 방출됐다. 이후 밀워키 브루어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이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이 역시 비자문제로 무산됐다.
메이저리그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들어 마이너리거들을 위한 자리가 대폭 줄었다. 강정호가 두드릴 수 있는 문도 좁아졌다. 선택의 폭이 줄어든 강정호는 사죄의 뜻을 전하며 KBO리그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시기가 늦었다. 또한 저지른 범죄가 너무도 컸다. 뒤늦은 사죄에 여론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강정호는 미국무대에 도전하기 전까지 KBO리그 통산 902경기 타율 .298 139홈런 545타점 470득점을 기록했다. 또한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4차례 차지했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2차례 따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라 해도 반복된 범죄와 뒤늦은 깨달음 앞에서는 의미가 퇴색될 뿐이었다.
KBO리그 복귀가 사실상 좌절된 강정호는 “아직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길을 걷게 되더라도 주변을 돌아보고 가족을 챙기며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 또한 봉사와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강정호.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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