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이정현이 박찬욱 감독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이정현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반도'(감독 연상호) 개봉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어 취재진과 만났다.
'반도'에서 아역 배우인 이레, 이예원과 모녀 호흡을 맞춘 이정현은 두 사람의 프로다운 면모를 치켜세우며 "예전 아역 배우들과 지금의 아역 배우들이 많이 다르다. 엄청 어른스럽고 성숙하다. 촬영 현장 적응력도 뛰어나다. 시작하기 전 리허설 때부터 '엄마' 하면서 따라다니더라. 촬영장 자세부터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데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연기도 잘해서 되게 놀랐다. 정말 감탄했다. 그래서 감독님한테 '요즘 아이들 다 저러냐'고 했다. 이레나 예원이 같은 딸을 낳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대단했다"고 칭찬했다.
이어 "과거의 저와는 차원이 다르다. 저는 연기를 배운 적이 없었다. 영화 '꽃잎'(1996)첫 촬영 때 감독님이 연기 못한다고 촬영을 접었다. 감독님이 정말 무서웠다. 미친 소녀 연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미친 소녀처럼 살면 될까 싶었다. 그래서 그냥 버스 타고 아무데나 내려서 집집마다 배회하고 그랬다. 그 때 제작부 언니들이 데려가서 다시 촬영시키고 그랬다"라고 '꽃잎'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정현은 "그 때 또 부모님은 제가 막내라서 엄청 보호하려고 하셨다. 하지만 제가 촬영장에 부모님도 못 오시게 했다. 제가 약해질까 봐 그랬다. 다친 연기도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서, 진짜 상처를 냈다. 그런 거 보면 마음 아파하시지 않겠나. 상처는 숨기고 그랬다. 어두운 역할이어서 그런지 지금의 이레나 예원이처럼 밝고 천진난만하게 촬영장을 못 다녔다. 그 땐 너무나 엄숙했고 필름카메라라서 NG가 한 번 나면 난리가 났다. 여러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무려 25년 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영화 장르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던 이정현은 "영화가 너무 좋다. 사실 '꽃잎' 찍고 나서 영화를 많이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나이대도 애매해서인지 맡을 수 있는 역할이 많이 없었다. 굉장히 우울했다. 성인이 되어서도 영화가 안 들어오니까, 가수를 하면 들어오겠지 싶어서 음반 활동을 했다. 그런데 더 안 들어왔다. 들어와도 굉장히 강한 공포물만 들어오고, 귀신 역할 등을 제안 받았다. 해외에서는 (가수 활동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지 잘 들어왔지만 한국 작품에 대해 목이 많이 말라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러다가 사석에서 박찬욱 감독님을 마주쳤고 저한테 왜 연기를 안 하냐고 하시더라. 하고 싶은데 안 들어온다고 했더니 '연기를 안 하는 줄 알았다'라고 놀라시더라. 그러다 '파란만장'(2012)을 같이 하게 됐다. 이후에 '명량'(2014) 등 다 들어왔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시나리오도 사실 회사에서 안 된다고 했었지만 박찬욱 감독님에게 연락이 와서 연이 닿았다. 감독님께 너무 감사하다. 자신감을 다시 찾을 수 있게 됐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꽃잎'은 너무 좋았지만 한순간에 주목 받고 내려갔기 때문에 두 번 다시는 못 보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슬럼프였고 우울했다. 자신감도 없었고 많이 포기했던 상황이었는데, 박찬욱 감독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시면서 '너에게 중요한 작품'이라면서 DVD로 구우라고 하셨다. 너무 감사한 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정현이 출연한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이자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한 국내 최초 아포칼립스 세계관 영화다. 15일 개봉 첫날 35만2926명(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누락분 롯데시네마 제공)의 관객을 동원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극장가에 재도약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사진 = NEW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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