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윤욱재 기자] 지난 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정규시즌 개막이 미뤄지고 팀 자체 청백전과 연습경기 일정이 이어지고 있었다. 아마 이때 LG에서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받은 선수는 임찬규(28)가 아니었을까. 임찬규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등판만 하면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정규시즌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임찬규가 없는 LG 선발토테이션은 이제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7승 3패 평균자책점 3.57로 LG 선발투수진에서 가장 낮은 평균자책점과 가장 많은 승수를 챙기고 있는 것이다. 팀내 토종 투수 중에 가장 많은 이닝도 소화하고 있다. '반전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임찬규가 한창 힘들어할 때 힘을 불어 넣은 베테랑 포수가 있었다. 바로 이성우(39)였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팀에서 여러 명의 투수들을 봤던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임찬규에게 힘이 되는 한마디를 했다.
"(임)찬규야. 아직 시즌 시작도 안 했어. 시즌이 시작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야. 지금은 테스트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준비를 잘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단순히 격려를 하기 위한 말은 아니었다. 이성우는 "찬규가 스프링캠프부터 결과가 좋지 않아 힘들어 했는데 내 경험상 시범경기에서 엄청 잘 던진 선수가 정규시즌에 들어가서 하락세을 보이는 선수가 많고 반대로 너무 좋지 않았다가 시즌에 들어가면 좋아지는 선수도 많았다"라고 말했다.
두 선수는 지난달 30일 인천 SK전에서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팀의 9-1 승리를 합작했다. 임찬규는 5⅔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으며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고 이성우는 안정적인 투수 리드와 더불어 타석에서 멀티히트에 결승타까지 터뜨리며 맹활약했다. 멋진 콤비였다.
이성우는 공교롭게도 선발 기회를 얻을 때마다 임찬규와 자주 호흡을 맞췄다. "유강남의 체력 안배에 따라서 나가는 것이다. 맞춰서 나가는 것은 아니다. 임찬규와 우연찮게 계속 호흡을 맞추게 됐다"는 이성우는 "찬규가 요즘 결과가 좋아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라며 "오히려 지금처럼 좋을 때 조심을 해야 할 것 같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선수 생활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성우는 항상 투수들의 마음을 읽고 접근하는데 중점을 둔다. 류중일 감독도 "이성우는 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선수다. 나중에 코치를 하면 참 좋은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성우는 "후회와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 마지막을 불태우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이성우(왼쪽)와 임찬규가 덕아웃으로 향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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