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야구를 잘 하는 것만 생각한다."
키움 멀티야수 김혜성은 지난해 종종 송구 실책으로 팀과 동료를 곤란하게 했다. 20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지금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라고 했다. "실책을 한 뒤 자책도 하고 타석에서 안 좋았다"라고도 했다.
올 시즌 김혜성은 확 달라졌다. 실책을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송구의 정확성, 포구의 안정감이 작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올 시즌 수비범위를 좌익수로도 넓혔지만, 실수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출신 유격수 에디슨 러셀은 "김혜성은 사이드 송구가 정말 좋다"라고 했다.
타격도 업그레이드 됐다. 88경기서 타율 0.279 7홈런 43타점 47득점이다. 볼넷 32개에 삼진 60개로 선구안이 좋은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득점권에서 타율 0.367로 상당히 강하다. 테이블세터와 하위타선을 오가며 키움에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됐다.
그냥 좋아질 수 없다. 기본적으로 노력을 많이 한다. 다만, 중요한 작업 하나를 병행한다. '생각의 단순화'다. 이날 김혜성은 인터뷰서 외부의 변수나 기록 등에 대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야구만 잘 하는 것에 집중한다"라고 했다. 당장 자신이 팀을 위해 해야 할 것을 확실하게 하겠다는 생각이다.
실제 김혜성은 "홈런 생각을 딱히 하지 않고 타석에 들어가서 홈런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 홈런을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송구에 대해선 "세게 던지면 악송구가 나와서 살살 던진다. (자신의 사이드송구를 칭찬했던)러셀과 송구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또한, "수비 포지션에 따라 타격에 영향을 받거나 더 신경을 쓰는 건 없다. 포지션을 옮겨 다녀도 컨디션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라고 했다. 좌투수 상대 성적이 좋아졌지만, 장타는 우투수 상대 위주로 나온다는 질문에도 "딱히 의식하지 않는다. 물론 왼손투수가 있으면 단타를 좀 더 많이 치자는 생각을 한다. 왼손투수든 오른손투수든 나만의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을 놓치지 않고 치고 싶다. 야구를 잘 하자는 것만 생각한다"라고 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는 자세가 돋보인다. 그래서 야구를 잘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결과로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으니 괜찮다. 다만, 김혜성이 야구를 더 잘하기 위해 생각하는 건 있다.
일단 김하성의 마인드를 본받으려고 한다. 실책을 해도 타석에서 신경을 쓰지 않는 점이다. 김혜성은 "하성이 형에게 멘탈, 경기운영 등에 대해 물어본다. 선배님의 마인드를 보고 배우려고 한다"라고 했다. 송구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지만, 나름대로 강약을 조절하면서 실책을 덜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러셀에겐 "한국 스타일과 다르게 발을 크게 움직이면서 공을 잡는다. 그런 점은 배우고 싶다"라고 했다. 김하성은 "김혜성은 그런 부분만 극복하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선수"라고 했다.
손혁 감독은 김혜성이 궁극적으로 테이블세터로 자리잡길 바란다. 출루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김혜성은 "공격적 성향은 인정한다. (박)준태 형이나 (서)건창 선배님처럼 볼넷을 많이 얻는 능력이 부족하다. 아직 테이블세터로선 부족하다. 볼넷/삼진 비율이 안 좋아서 아쉬운 실력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야구를 잘 하고 싶다. 일단 장타보다 출루다. 그게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내야수로 자리잡고 싶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보여주면서도 "경기에 못 나가는 것보다 외야수로 나가는 게 좋다. 외야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스타트"라고 했다.
정리하면, 최대한 심플하게 생각하려는 김혜성이 지향하는 방향은 출루와 스타트다. 출루율을 높이면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고, 수비할 때 스타트를 빠르게 하면 내, 외야 모두 안정감을 끌어올린다. 그래서인지 20일 고척 LG전서 로베르토 라모스의 타구를 점프캐치로 걷어낸 건 백미였다. 빠른 발을 활용한 주루 역시 스타트가 중요하다. 지금도 잘 하는 김혜성이 완성형타자로 성장하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김혜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