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이후광 기자] 선발진에 확실한 에이스가 있으면 긴 연패는 좀처럼 당하기 힘들다. 그러나 KIA는 양현종, 애런 브룩스라는 걸출한 선발투수를 2명이나 보유하고도 5연패 늪에 빠졌다. 공교롭게도 에이스가 나설 때마다 경기가 꼬이고 있다.
KIA 타이거즈가 시즌 처음으로 5연패에 빠졌다. 전날 고척 키움전에서 3-1로 앞선 채 8회말을 맞이했으나 허정협에게 뼈아픈 역전 3점홈런을 헌납했다. 한때 안정적인 4위를 유지했던 KIA는 거듭된 패배 속 롯데에게 6위 자리를 내줬다. 시즌 성적은 44승 42패. 넉넉했던 승패 마진도 어느덧 +2까지 좁혀졌다.
연패의 시작은 18일 잠실 LG전이었다. 주말 SK 홈 3연전을 스윕하고 기분 좋게 서울로 올라온 KIA는 브룩스의 퀄리티스타트 호투 속 5-3으로 리드한 가운데 9회말을 맞이했다. 그러나 마무리 전상현이 로베르토 라모스의 솔로포와 정주현의 적시타로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연장 10회 등판 루키 정해영이 김현수에게 끝내기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였다.
이후 잦은 실책과 마운드 난조 속 4연패에 빠진 KIA. 연패를 끊기 위해 전날 또 다른 에이스 양현종이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최고의 투구였다. 리그 2위 키움을 상대로 6⅔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타선이 1회 3득점 이후 답답한 흐름을 보였으나 노련한 투구로 3점의 리드를 지켜냈다. 6회말이 끝난 뒤에는 서재응 코치에게 직접 1이닝을 더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현하는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연패 탈출을 향한 강한 열망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심에 발목이 잡혔다. 3-0으로 앞선 8회말이었다. 1사 후 이정후의 큼지막한 타구가 우중간 담장 쪽으로 향했고, 교체 투입된 중견수 김호령이 타구를 끝까지 쫓아가 담장에 부딪히며 이를 잡아냈다. 그런데 이 때 최수원 2루심이 김호령이 포구에 실패한 것으로 보고 2루타를 선언했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KIA 입장에서는 억울한 판정이었다. 이미 비디오판독을 2차례 모두 소진해 다시 리플레이를 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느린 중계화면 상 공은 김호령의 글러브에서 빠지지 않았다. 올해부터 심판 재량 판독도 사라져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결국 흔들린 장현식은 김웅빈의 적시타에 이어 허정협에게 역전 결승 3점홈런을 허용했다. 경기 후 허운 심판위원장이 “명백한 실수였다”고 오심을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KIA의 패배가 승리로 바뀌는 건 아니었다.
에이스의 호투에도 번번이 승리를 챙기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마무리의 난조는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오심은 좀처럼 받아들이기 힘들다. 물론 전날 김호령의 포구가 인정됐다 해도 이후의 상황은 알 수 없다. 그러나 2사 주자 없는 상황이 아닌 1사 2루 위기로 인해 장현식이 흔들린 건 분명하다. 최수원 2루심의 오심 하나로 승리, 양현종의 호투, 김호령의 호수비, 6위 수성 등 많은 것들이 날아갔다.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5강 경쟁에서 더 이상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날 반드시 연패를 끊어내야 한다. 최근 경쟁팀인 KT, 롯데가 상승세를 타고 있어 긴 연패는 5강 레이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KIA가 이날 다시 꺼내든 카드는 브룩스다. 이날만큼은 에이스의 호투가 외부 요인에 방해받지 않고 온전히 승리로 이어지길 바랄 뿐이다.
[위부터 양현종-애런 브룩스-판정에 항의하는 윌리엄스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고척돔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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