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아쉽게도 감탄을 기대하긴 어렵다. 제목이 무색하게 물음표만 남긴 '오! 문희'다.
'오! 문희'는 8월 31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딸 보미(이진주)의 뺑소니 사고의 유일한 목격자 엄니 오문희(나문희)와 물불 안 가리는 무대뽀 아들 두원(이희준)이 범인을 잡기 위해 펼치는 좌충우돌 농촌수사극.
나문희와 이희준의 모자(母子) 케미가 관전 포인트로 꼽히는 대목이었으나, 예상과 달리 이희준의 진가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희준은 극 중 보험회사 에이스 두원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엄니 문희와 함께 딸의 뺑소니 사고를 직접 수사에 나서는데, 물불 가리지 않는 인물에 완벽 빙의해 러닝타임 109분의 지루한 전개를 그야말로 멱살 잡고 끌고 갔다.
충청도 사투리 연습을 위해 논산 여행까지 다녀온 이희준의 노력은 역시나 빛을 발했다. 경상도 출신임에도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소화, 놀라움을 안겼다. 명품 연기력에 디테일한 노력까지 갖춰지며 두원이라는 역할을 맞춘 옷처럼 표현해 내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하게 했다. 때론 엄니에게 모질게 말해도 극진한 효심을, 여기에 딸을 향한 부성애, 농촌 스웨그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뿜어내며 스크린에서 활개를 쳤다. 능청스러우면서도 가볍지 않은 이희준 특유의 묵직함이 '오! 문희'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이었다.
이희준의 열연은 빛났지만, 엉성한 만듦새로 오직 이희준에게만 기댄 꼴이 되며 좌충우돌 농촌수사극의 재미를 느낄 순 없었다.
나문희 또한 친근감 넘치는 생활 연기와 50년 연기 인생 최초로 액션 열연을 선보였으나, 연출력과 스토리의 한계로 인해 '고구마 캐릭터'에 그쳤다. 지지부진한 전개로 타이틀롤인 오문희의 매력은 정작 특별할 것 없는 인물로 그려졌다.
게다가 '수사극'도 맥빠진다. 반전을 단박에 눈치채게 하며 후반부 오문희와 두원 모자의 고군분투가 객석까지 감정 몰입하기 힘들게 만든다. 치매 걸린 노모와 아들의 모자 콤비를 보여주고 싶었다기엔 수사극이 허술하기 짝이 없고, 부성애를 보여주고 싶었다기엔 살짝 맛만 본 셈이고 이도저도 아닌 '오! 문희'가 과연 관객들의 감탄을 자아낼 수 있을지 의문만 남을 뿐이다.
농촌 라이프의 방점을 찍으려 한 것인지, 2000년대 초반 영화에서나 볼 법한 동물 '갑툭튀'를 CG로 뜬금없이 등장시키며 황당함을 자아내기도.
이처럼 농촌수사극보다 극 중 반려견 '앵자'가 쉴 틈 없이 뛰어다니며 오문희 가족을 지켜준 게 가장 버라이어티했던 '오! 문희'다.
'오! 문희'는 내일(2일) 개봉한다.
[사진 = CGV아트하우스]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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