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수원 최창환 기자] 이강철 감독이 “이제 (배)정대, (심)우준이를 빼는 게 부담스럽다”라고 말할만했다. ‘폭풍 성장기’를 쓰고 있는 배정대가 공수에 걸쳐 존재감을 과시, KT 위즈의 완승을 이끌었다.
배정대는 1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홈경기에 1번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장, 대주자 박준혁과 교체되기 전까지 5타수 3안타(1홈런) 6타점 2득점으로 활약하며 KT의 11-6 완승을 주도했다. 6타점은 배정대의 개인 최다기록이었다. 종전 기록은 6차례 작성한 3타점이었다.
올 시즌 6번타자로 가장 많은 타석을 소화했던 배정대는 이날 조용호를 대시해 리드오프에 배치됐다. 조용호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공격력과 기동력을 두루 지닌 배정대로 인한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KT의 포석이었다. “박건우(두산) 같은 케이스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정대도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 선수”라는 게 이강철 감독의 설명이었다.
붙박이 리드오프로 자리를 옮긴 배정대는 우선 수비에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KT가 0-1로 뒤진 3회말 1사 1루. KT는 김민수가 김동엽에게 안타성 타구를 허용했지만, 중견수 배정대는 전력질주해 타구를 플라이 처리했다.
배정대는 이어 강한 어깨까지 뽐냈다. 1루에 있던 주자 구자욱이 막 2루를 거쳤다는 점을 간파, 단숨에 1루로 공을 뿌린 것. 1루수 강백호가 안정적으로 공을 받아 1루 주자 구자욱은 터치아웃 처리됐다. 그대로 3회말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이로써 배정대는 하준호-전민수에 이어 한 시즌에 10개 이상의 보살을 기록한 KT 역대 3번째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배정대는 수비에서 존재감을 과시한 직후 맞이한 공격에서도 가치를 증명했다. KT가 1-1 동점을 만든 3회말 1사 2루. 배정대는 볼카운트 2-1에서 원태인의 3구를 노려 좌중간을 꿰뚫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KT에 역전을 안긴 적시타를 만든 후 2루에 안착한 배정대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배정대의 활약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KT가 5-1로 앞선 6회말 무사 1, 3루 찬스. 배정대는 우규민의 옆구리 근육통으로 갑작스럽게 마운드에 오른 김윤수의 실투를 놓치지 않았다. 배정대는 볼카운트 1-1에서 몸쪽 높은 코스로 향한 김윤수의 3구(슬라이더, 구속 134km)를 공략, 좌측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5m 스리런홈런을 때렸다.
그래도 만족하지 못한 걸까. 배정대는 7회말 1사 2, 3루서 KT에 10-1 리드를 안기는 2타점 적시타까지 터뜨렸다. 사실상 KT가 승부에 쐐기를 박는 한 방이기도 했다.
KT가 1군에 진입한 2015시즌 KBO리그에 데뷔한 배정대는 그간 이렇다 할 존재감을 남기지 못한 백업 외야수였다. 병역의무를 일찌감치 마쳤지만, 대부분 대수비로 투입되는 등 통산 211경기에서 타율 .180 11타점에 그쳤다. 홈런은 데뷔시즌에 딱 한 번 경험했을 뿐이다. 수비력은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주전으로 쓰기엔 타격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하지만 2020시즌에는 12홈런을 터뜨렸고, 도루도 17개 기록하는 등 공수주를 겸비한 핵심 외야수로 자리매김했다. NBA(미프로농구)나 KBL에서 시상하는 기량발전상(MIP)이 KBO리그에도 있다면, 그 주인공은 배정대가 되지 않았을까. 그만큼 배정대가 쓰고 있는 성장기는 강렬하다.
[배정대. 사진 = 수원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