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도전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김대명(41)이 또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김대명은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돌멩이'(감독 이정식)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라운드 인터뷰를 진행했다.
'돌멩이'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 정미소를 운영하고 있는 8살 마음을 가진 어른아이 석구(김대명)가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범죄자로 몰리면서 그의 세상이 송두리째 무너지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지난 2018년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은 일찌감치 인정받았다. 지적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부터 우리가 믿는 '믿음'이란 가치의 실체까지 섬세하게 파고들었다. 명확한 끝맺음은 없지만 메시지만큼은 단호하다. 인간이 지닌 불완전한 믿음과 인간의 시선을 다뤄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끔 유도하고 큰 울림을 선사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배우 김대명을 비롯한 송윤아, 김의성, 전채은 등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더욱 진해졌다. 이 가운데, 주인공으로 나선 김대명은 8세 마음을 가진 30대 청년 석구 역을 맡아 진정성 있게 극을 이끌었다. 드라마 '미생', '마음의 소리',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친숙한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그는 과감하게 연기 변신을 시도하며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
여러 차례 개봉을 연기한 끝에 마침내 15일 관객들을 찾아오는 '돌멩이'다. 김대명은 이와 관련해 "때가 때인 만큼 가장 안전할 때 보여드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지금은 방역이 안정화된 상태라 개봉하게 됐다"며 "인간적인 마음으로는 빨리 보여드리고 싶지만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느냐. 관객 분들이 가장 편하실 때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스크린 첫 주연작인만큼 소회도 남달랐다. 그는 "포스터를 볼 때 제 얼굴이 아주 크게 있더라. 책임감이 느껴졌다. 또 송윤아 선배님, 김의성 선배님을 뵈면서도 '이런 무게감을 견디셨겠구나'란 생각도 들더라. 그냥 잘해야겠다는 마음이었다"며 "대본을 받을 때 내 욕심인지, 잘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마음으로 많이 의지할 수 있었던 건 선배님들과 감독님이다.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라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장애를 가진 석구를 표현하기 위해 보다 더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김대명은 "되게 조심스러웠다. 석구 같은 캐릭터를 주제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지 않았느냐. 어떻게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사는 인물처럼 표현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제작사를 통해서 보라매공원의 한 시설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기보다 20년 동안 가르치신 선생님을 만났다. 그 분의 시선이 더 정확할 거라고 봤다. 8살의 마음을 가진 친구들이 직접 만든 영화가 있더라. 그 DVD를 받았고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석구의 마음을 가진 친구들의 정확한 시선이 담겼고 배역에 더 몰입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어렸을 때와 석구는 많이 닮아있다. 초등학교 다니던 그 모습, 친구들과 놀 때, 혼자 있을 때, 엄마한테 혼났을 때 등 그 모습을 쫓아가다 보니 솔직한 제가 보이더라.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감추게 되고 표현을 덜 하게 되고 숨기게 됐다. 그걸 솔직하게 드러내는 게 처음엔 쉽지 않았었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개인적으로 편견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는 편이에요. 누군가에게 가르치기보다는 저 스스로 알고 있으려고 해요. 누군가 맞고 틀리는 걸 나누는 것보다 서로 이해하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나이가 들수록 그걸 생각하려고 해요. 특정한 일이 있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니에요. 어릴 때는 일이 생기면 외면하려고 하는 모습이 있었어요. 하지만 외면하면 해결이 안 되고, 제가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조금 더 어른스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100마디도 안 되는 적은 대사로 석구를 그려야했던 김대명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다시 보는데 정말 많이 없더라. 거의 다 지문으로 채워져있다"며 "매 장면이 다 힘들었다. 석구는 대사로 설명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면 더 나았을 텐데 눈빛, 타이밍 등으로 채워나가야 해서 쉽지 않았다. 그렇게 답답한 마음이 쌓이니까 캐릭터에 더 도움이 됐다"라고 전했다.
깊은 여운을 남긴 엔딩에 대해서는 "사실 열려 있는 엔딩이다. 정확히 어떻게 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도 관객들이 느끼시는 대로 보길 바란다. 저도 여러 고민을 했는데 거기서는 많이 비워두려고 했다. 무언가를 정해놓고 들어가면 그게 해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더라"라고 생각을 전했따.
영화에서는 생략된, 석구가 모자에 강박을 느끼는 설정도 언급했다. 김대명은 "석구가 엄마가 가르쳐준 학습대로 행동한다. 제가 만났던 선생님에게 들었는데, 8살의 마음을 가진 친구가 생활을 하기 위해선 어머니의 노력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간다고 하더라. 어떻게 저 친구가 정미소를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가능하겠더라. 어머니의 고민은 자신이 떠난 뒤의 석구다. 모자는 어머니가 주신 선물이었다. 그걸 떠나보내는 게 두려웠다는 설정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선배 송윤아, 김의성을 향한 신뢰를 표하던 김대명은 극중 마음을 나누는 친구로 호흡을 맞춘 전채은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채은 씨가 연기 경험은 처음이다. 학교에서 뮤지컬반을 다닌 게 전부였다. 이 친구를 처음 만났는데 너무나 밝고 사고가 깨어있더라. 가족들과 아프리카에 가서 놀았던 이야기, 도마뱀을 본 이야기 등 '진짜'를 이야기를 하더라. 연기를 같이 할 때도 채은 씨가 주는 이미지가 저를 많이 깨우치게 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인간적인 생각이 드는데, 채은 씨가 하는 연기는 직관적이고 솔직했다. 그래서 많이 깨달았다. 너무 좋았다"라고 치켜세웠다.
'돌멩이'는 김대명의 생각을 보다 더 확장시켜준 특별한 작품으로 남을 예정이다. 그는 "조금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야기들도 '맞고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라는 생각으로 접근하고 재단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사실 쉽지 않고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그렇게 해나가는 게 중요하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저예산 영화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제겐 그냥 똑같이 들어오는 작품일 뿐이에요. 작품이 제게 주는 마음이 있었고, 저는 이걸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작품을 고를 때는 그걸 기준으로 많이 세워요. 이 영화를 어떻게 봐주셨으면 하는 건 없어요. 그냥 오셔서 그대로 느껴주시면 좋겠다. 저는 드라마 속 어떠한 캐릭터였지만, 배우로서 '누구였구나'라는 느낌도 받으시길 바라요. 개인적으로 그게 나쁘진 않으면 좋겠어요.(웃음)"
김대명은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여전히, 한결같은 대답을 내놨다. 그는 "늘 하는 이야기인데 항상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웠던 배우가 되고 싶다. '저 사람 어떤 역할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주길 바란다. 또 늘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며 웃었다.
[사진 = 리틀빅픽처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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