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집단 리더십의 시작이다. 키움 히어로즈가 잔여 경기를 사실상 벤치의 최종 결정권자 없이 치른다.
손혁 감독의 8일 충격적인 자진사퇴. 키움이 선택한 감독대행은 김창현 퀄리티컨트롤 코치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대전고, 경희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게 전부다. 2013년부터 키움 프런트에서 일했고, 전력분석팀 등을 거쳐 올해 1군 대만 스프링캠프에서 퀄리티컨트롤 코치를 맡았다.
손 전 감독, 홍원기 수석코치와 함께 올 시즌 내내 사실상 시즌 운영의 조력자 역할을 했다는 게 김치현 단장의 설명이다. 프로 현장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김 감독대행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게 위험부담이 큰 건 맞다. 그래도 키움은 나름대로 최상의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김 단장은 8일 고척 NC전을 앞두고 "김 감독대행은 감독님이 코치님들과 함께 경기 플랜을 짤 때 전력분석자료를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디시전 메이킹을 같이 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 파트 별 코치는 경기를 전체적으로 다 보기 어렵다. 자기 파트 위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즉, 김 단장은 경기를 큰 틀에서 지켜보고 손 감독의 경기운영에 조력자 노릇을 한 김 감독대행이 각 파트별 코치보다 감독대행에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그렇다면 왜 홍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임명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김 단장은 "수석코치님이 감독대행을 하면 QC코치가 감독대행을 수행하긴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QC코치가 감독대행을 하면 수석코치가 적극적으로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라고 했다. 즉, 경험이 풍부한 홍 수석코치에게 업무의 연속성을 보장한 셈이다. QC코치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의 가교 역할까지 하는 수석코치 역할을 하긴 어렵다고 봤다.
실제 프로에서 직접적인 경기운영 경험이 없는 김 감독대행은 경기 내내 코치들의 조력을 받았다. 손 전 감독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운영을 했다. 노트에 뭔가를 적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선발투수 이승호가 3~4회에 흔들리자 브랜든 나이트 투수코치의 도움을 받고 교체 타이밍을 잡았을 것이다. 이후 중반 위기서 김태훈을 투입한 부분도 손 감독의 운영과 유사했다. 8회 2사 1,2루 위기서 마무리 조상우를 투입한 것도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김 감독대행은 "투수의 경우 나이트 코치님, 마정길 코치님이 있다. 작전은 조재영 코치님과 대화를 많이 한다. 문제 없이 진행할 것이다"라고 했다. 앞으로도 키움의 경기 중 모든 결정의 주체는집단 리더십이다. 김 감독대행이 최종 결정권자라고 해도 독단적으로 움직이는 건 리스크가 있다. 그래도 감독의 권한이 큰 다른 팀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키움은 이날 2회에만 9점을 뽑아내면서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한 끝에 이겼다. NC 선발투수 마이크 라이트가 갑자기 무너지면서 벤치가 적극적으로 작전을 구사할 일이 없었다. 타구가 야수를 맞고 외야로 느리게 굴절되는 등 행운도 따랐다. 10-7 승리.
키움은 11경기를 남겨뒀다. 사실상 감독 없는 벤치 집단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경기 후반 혹은 연장서 긴박한 상황에도 힘을 발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빠른 판단과 대처가 필요한 상황서 의견 조율을 하느라 벤치가 움직일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다. 키움이 포스트시즌에 나간다면, 더 큰 도전의 무대가 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신선한 시도지만, 시행착오의 가능성도 안고 있다. 그 시기가 시즌 막판,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는 게 함정이다. 또 하나. 벤치 밖의 인물이 김 감독대행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
[김창현 감독대행. 사진 = 고척돔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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