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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종이꽃'을 따뜻한 영화로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배우 김혜성(33)은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종이꽃'(감독 고훈) 홍보차 라운드 인터뷰를 개최해 취재진과 만났다.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안성기)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백금상)과 안성기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과 죽음의 평등을 섬세하게 이야기하며 큰 울림을 안긴다.
극중 김혜성은 미래가 촉망되는 의대생이었지만 불의의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이후 삶의 희망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지혁 역을 맡았다. 지혁은 옆집으로 이사 온 은숙(유진)이 병간호를 맡게 되면서 사고 이후 처음으로 잊고 있었던 희망을 품게 되는 인물로, 김혜성은 시니컬하고 까칠한 면모부터 점차 웃음기를 피워내는 얼굴까지 폭넓게 그려내며 작품에 깊이를 더했다.
이날 김혜성은 먼저 휴스턴영화제에서 수상 낭보를 전해온 것과 관련해 "시작 전에 제작사 대표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다. 이 영화가 꼭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타게끔, 안성기 선생님이 상을 타게끔 하겠다고 하셨다. 실제로 그게 일어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개봉을 기다리는 입장에서 힘이 되는 수상이다 보니 배우들과 감독님도 기뻐했다"며 "다같이 영화제 가서 기분도 느껴보고 싶었지만 시국이 시국이지 않느냐. 그래도 조촐하게 저희끼리 모여서 사진도 찍어서 아쉬움이 덜했다"고 말했다.
하반신이 마비된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그는 "몸이 불편한 설정이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얼굴이나 분위기로 보여드려야 하기 때문에 신경을 썼다"며 "촬영들어가기 전부터 집에서 다리를 안 쓰려고 했다. 침대에서 실제로 떨어져보기도 했다"며 "그래서 처음 연습할 때 많이 다쳤다. 실제로 떨어져봐야 어떤 아픔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보통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르지 않나. 그래서 다리를 묶어놓고 집에서 기어 다니고 그랬다. 몸이 불편한 분들의 마음을 100% 알 수 없겠지만 촬영하면서 그 분들의 힘듦은 경험했다"고 전했다.
지혁 캐릭터에 사실감을 부여하기 위해 스스로 수염을 기르고, 손톱을 자르지 않는 등 여러 방면에서 노력한 김혜성이다. 캐릭터의 성격은 실제 내면에 있는 어두운 부분에 집중했다고. 그는 "제가 가지고 있던 자포자기의 심정과 비슷했다. 실제로 저는 남들과 비교할 때 그 심정을 느낀다. 그걸 많이 상기했다. 저의 안 좋은 감정들을 많이 꺼내서 이입을 했다"며 "연기하면서 점점 이런 감정들이 쌓인다. 어릴 때는 안 그랬는데 한 살 먹어갈수록 걱정도 많아진다. 100%는 아니지만 지혁과 비슷한 상태가 아니었을까"라고 말했다.
아버지로 출연한 안성기와의 호흡에 대해선 "사석에서 뵌 적도 한 번도 없었다. 생각했던 것처럼 너무 좋으셨다. 말씀도 후배들이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다. 권위의식이 전혀 없으시더라"라며 "'하이킥' 할 때 이순재 선생님 보는 것 같았다. 후배들이 불편해하는 농담도 안 하셨다. 다만 제가 인사 말고는 이야기를 잘 안 했다. 극중 관계를 보면 서먹하고 대화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걸 처음부터 잡고 가야했다. 서먹한 감정 그대로 촬영에 들어가니까 저로서는 그게 더 집중하기가 편했다.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셨을지는 모르겠다. 후배가 밝게 다가가고 그랬어야 했는데. 그래도 저는 처음부터 잡고 들어갔다"고 밝혔다.
영화 후반부 술과 과거의 기억에 취해 신음하는 성길을 포옹하는 장면을 떠올리던 김혜성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다. 정말 저희 아버지를 안는 기분이 들었고 뭉클했다. 살면서 저희 아버지도 그렇게 안아준 적이 없어서 반성을 했다. 촬영하면서 많이 슬펐다. 아버지의 무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실제로 선생님이 정정하시고 저보다 크신데, 안으니까 작아보이더라. 오묘한 기분이 들어서 그 장면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라며 "저희 아버지는 원래 표현을 엄청 하신다. 경상도 분인데도 하루에 한번씩 꼭 사랑한다고 하신다. 부담스럽다. 제가 원래 그래야 하는데 못했으니 반성을 했다. 그런데 잘 안 되더라. 어제도 통화를 했는데 그만하시라고 한 마디 했다"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영화 '제니, 주노'로 스크린에 데뷔한 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통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은 김혜성은 인기와 함께 찾아온 이미지 고착화에 대한 고민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는 "연기 변신에 대한 생각을 해도 어차피 저를 안 써주시더라. 그래서 굳이 생각을 안 하려고 한다"고 말하더니 "생각을 하다 보면 저만 스트레스를 받더라. 생각을 많이 안 하려고 한다. 머릿속 구석으로 보냈다. 조금 더 편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예전에는 연기를 두고 제가 해야 할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취미라고 생각한다. 저는 우울한 성격에 가까워서 스스로 자학을 하니 도움이 안 되더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취미라고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 더 편해지더라"라고 솔직히 말했다.
그러면서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지 않겠나. 그래도 그 이미지 덕분에 이쪽 일을 하게 됐다. 많은 사랑도 받았다. 물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제 숙제다. 어쨌든 영화를 계속 하고 있을 테니까 그 숙제를 풀려고 노력할 거다. 딱히 후회는 안 한다. 한 번도 '거침없이 하이킥'에 대한 후회를 한 적이 없다. 오히려 그 작품 덕에 지금까지 연기를 할 수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동안 외모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김혜성은 "동안 외모 수식어는 한계가 있다 보니 30살 전까지 아역, 고등학생 역할이 들어왔었다. 그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오히려 괜찮다. 김영민 선배님도 되게 동안이신데 덕분에 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시지 않았나. 2~30대에는 그런 부분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또래 배우들도 그렇고, 보통 그 나이대에는 남성적인, 수컷의 냄새를 풍기는 연기를 하려고 한다. 그 시기를 지나면 연기 폭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며 "다른 것보다 연기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예전에는 그냥 했었는데 점점 생각이 많아진다. 걱정도 많고 스스로 의심하게 된다. 그 고민이 가장 크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연기관에 대해 담담하게 속내를 고백한 김혜성은 도전하고 싶은 장르를 '코믹'으로 꼽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가벼운 코믹을 해보고 싶다. 과거 임창정 선배님의 코믹류를 좋아한다. 제대로 망가지고 싶다. 제일 하고 싶은 건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 '응답하라1994'의 정우 선배님이 하셨던 연기를 하고 싶다. 제가 부산 사람이니까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자신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한편, 김혜성은 '종이꽃'을 따뜻한 영화로 기억해주길 바란다며 "이런 시국이 1년 가까이 되니 국민들도 삶이 힘들 거다. 극장에 오시는 게 부담스럽기도 하고, 저도 예전처럼 대놓고 와달라고 말할 수 없겠다. 하지만 '종이꽃'을 보시는 분들은 따뜻함을 느껴주시길 바란다. 줄거리만 보고선 보기 불편하실 수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 오히려 밝다. 미소를 짓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셨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사진 = 로드픽쳐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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