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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예은 기자] 배우 유진(40)이 연기를 향한 기분 좋은 욕심을 드러냈다.
유진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종이꽃'(감독 고훈) 홍보차 라운드 인터뷰룰 열고 취재진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이꽃'은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들과 살아가는 장의사 성길(안성기)이 옆집으로 이사 온 모녀를 만나 잊고 있던 삶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제53회 휴스턴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외국어영화상(백금상)과 안성기의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지켜져야 할 인간의 존엄과 죽음의 평등을 조심스레 이야기하고 배우 안성기, 유진, 김혜성이 세대를 초월한 공감과 위안을 그리며 큰 울림을 안긴다.
11년 만에 스크린에 모습을 비춘 유진은 차갑고 냉정한 현실에도 웃음을 잃지 않는 싱글맘 은숙을 연기했다. 은숙은 시종일관 쾌활하지만 사실 내면엔 절망과 아픔을 가진 인물. 사고로 거동이 불편해져 좌절감에 빠진 지혁(김혜성)과 가까워지며 새로운 희망을 펼쳐낸다. 유진은 캐릭터가 지닌 입체적인 면모를 자유자재로 펼쳐내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유진은 "벌써 11년이나 됐구나 싶다. 영화를 오랜만에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 출연 제의가 굉장히 오랜만이었고 시나리오가 되게 좋았다. 무거운 주제인데도 너무 가라앉지 않고 아름답게 그렸다. 다들 직면해야하는 주제이나 피하곤 한다. 그런 걸 아름다고 진정성 있게 직면하게 해주는 느낌이었다. 다가가는 방법이 좋았다"며 "특히 안성기 선배님이 같이 하신다니까 '감사하다'면서 넙죽 받았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유진의 말처럼 '종이꽃'은 안성기의 열연으로 빛을 발한 작품이다. 유진은 "이번 현장은 분위기가 최고였다. 좋은 사람들이 모인 느낌이었다. 촬영장에 큰 소리 한 번 안 났고, 짜증내는 사람도 없었다. 대선배님이신 안성기 선배님을 보면서도 '역시'라는 말이 나왔다. 너무 좋으셨다. 현장에서 최고 선배님이신데 권위감이라고는 없었다. 너무 친한 친구, 동료 같은 느낌으로 대해주셔서 정말 좋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굉장히 존경하게 됐다. 적은 예산의 영화였지만 느낌이 풍족했다. 오랫동안 스크린에서의 선배님 연기를 봐오지 않았나. 목소리도 되게 특이하시니까 대한민국에 모르시는 분이 없다. 같이 연기한다는 느낌보다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열심히 해야지'라는 느낌보다는 되게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그게 굉장한 배려라고 생각을 한다. 존경스럽다. 이래서 '대배우구나' 싶었다"라고 안성기를 치켜세웠다.
함께 가장 많은 촬영 분량을 소화한 김혜성도 언급했다. 유진은 "김혜성 씨랑 처음 만났는데 좋았다. 너무 동안이어서 놀랐다. 생각보다 나이가 있더라. 같이 연기하면서 재밌었다. 몸을 쓰는 장면이 많았다. 결과를 보니 저희가 나온 게 거의 코믹한 부분으로 나왔더라. 예상보다 더 웃겼다. 웃긴 장면이 아닌데 다들 웃으시더라. 재미있었다"라고 전했다. 특히 극중 지혁의 앞에서 독특한 댄스를 춰 큰 웃음을 자아냈던 은숙이다. 이에 유진은 "저도 어떻게 춰야할지 모르겠더라. 아이돌 춤을 출 수도 없고. 음악이 클래식이었다. 그래서 은숙의 꿈이 아이돌보다는 현대무용, 발레 등이라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너무 전문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은숙의 성격과 코믹함이 묻어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즉흥적으로 했다"라고 비화를 전했다.
자칫 과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캐릭터의 밝은 면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유진은 "원래 제가 밝은 성격이긴 하지만 은숙은 훨씬 더 밝게 표현했다"며 "리딩 때 감독님께서 은숙이 더 밝았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은숙의 상황에서 나올 수 없는 밝음이길 바라셨다. 과거가 보이지 않고, 평범을 넘어서는 밝음을 원하신 거다. 저도 처음에는 연기하면서 놀랐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어가면서 이렇게 해야 은숙의 아픔이 보다 더 대조적으로 느껴질 것 같았다. 과장된 캐릭터처럼 보이는데 오히려 그 과장됨이 은숙의 아픔을 잘 표현해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은숙의 어두운 부분이 두 장면 정도 나오는데 감정 이입하기가 훨씬 편했다. 극과극을 연기하는 게 좋더라.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자신부터 그랬다. 과거에도 갇혀있는 캐릭터였지만 포기하지 않은 인물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문 사이 소리에서 희망을 품지 않나. 은숙의 눈빛은 항상 희망이다"라고 말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유진인 만큼 모성애 연기 역시 수월해졌다고. 유진은 "제가 아이 낳기 전에도 엄마 역할을 많이 했다. 그 때도 최선을 다했지만 그 감정을 알고 한 건 아니었다. 이제는 엄마라는 마음을 알게 됐으니 훨씬 더 편하고 좋다. 그 감정을 진짜로 느낄 수 있었고, 그래서 더 전달도 잘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드라마 '러빙유', '제빵왕 김탁구', '원더풀 라이프', '인연 만들기', '백년의 유산',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 등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유진이지만 스크린에선 쉽게 만날 수 없었다. 이와 관련해 유진은 "영화를 워낙 좋아하는데 다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드라마를 하며 지내왔다. 오랜만에 할 수 있는 영화가 생겨서 좋았다. 감사하게 좋은 선배님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렇다고 상업영화 등에 대해 욕심을 낸 적은 없다. 대신 공백기에 영화를 다시 하고 싶어서 작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감초나 단역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남편 기태영과 결혼 이후 '워킹맘'으로서 대중과 만나고 있는 그는 "아직 연기에 대한 열망이 있다. 꾸준히 일은 해왔지만 다작을 한 경우는 아니다. 오래 한 것에 비해서 작품을 많이 했다고는 생각이 안 든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에 욕심내서 더 많은 작품을 했으면 좋았을 걸 싶다. 나이에 맞게 할 수 있는 캐릭터들이 있다. 지금 교복 입고 촬영할 수는 없지 않겠나. 또 이 나이가 되어서 결혼, 육아를 하다 보니 작품을 더 띄엄띄엄 하게 된다. 그래서 최근에 더 연기 욕심이 생긴다. 안 해본 장르를 하고 싶다. 다행히 요즘에는 여배우들 연령대도 높아지고 되게 다양해져서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여러 방향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이돌그룹 S.E.S. 멤버로 한 시대를 풍미하기도 했던 '전직요정' 유진은 무대를 향한 그리움도 놓지 않았다. 특히 당시 동료였던 핑클의 이효리가 MBC '놀면 뭐하니?'의 환불원정대, 싹쓰리 등의 프로젝트 활동으로 맹활약 중인 가운데, 유진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 무대는 항상 그립다. S.E.S. 20주년 콘서트 준비하면서도 정말 재밌게 즐겼다. 앞으로 다시 무대에 오를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노래하고 춤추는 걸 워낙 사랑하니까 기회만 된다면 해보고 싶다"며 "환불원정대는 엄정화 언니부터 세대별로 뭉치지 않았나. 그렇게 예능을 통해 하는 것도 신박한 것 같다"고 말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그러더니 "(유)재석 오빠한테 연락을 해봐야 하나"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더했다.
한편, 유진은 오는 26일 첫 방송되는 SBS 새 월화드라마 '펜트하우스'(극본 김순옥 연출 주동민)를 통해서도 시청자와 만날 예정이다. 그는 "'펜트하우스' 초반 캐릭터는 은숙과 굉장히 흡사하다. 거기서도 싱글맘으로서 딸을 키우는 역할이다"며 "드라마 주제가 욕망이다. 비주얼은 다르다. 지금은 칼단발이지만 초반엔 보다 더 유해보이고 욕망 있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밝혀 기대감을 높였다.
'종이꽃'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사진 = 로드픽쳐스 제공]
이예은 기자 9009055@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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