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광주 이후광 기자] ‘느림의 미학’ 유희관(34, 두산)이 8년 연속 10승이라는 또 다른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두산은 29일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와의 시즌 마지막 맞대결(16차전)에서 9-2로 승리했다. 이날 결과로 3연승을 달리며 4위 키움과의 승차를 0.5경기로 좁혔다. 시즌 78승 4무 61패 5위다. 오는 30일 키움과의 최종전 결과에 따라 최대 3위까지 노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희관은 중요한 경기서 선발투수로 나서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그렇게도 원했던 대망의 8년 연속 10승을 최종 등판에서 극적으로 달성했다.
역대 KBO리그서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긴 투수는 이강철(10년, 1989~1998), 정민철(9년, 1992~1999), 장원준(2008~2011, 2014~2017) 등 3명뿐이었다. 유희관이 이날 승리로 역대 4번째이자 좌완 2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10승을 향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야말로 우여곡절이었다. 잦은 기복 속 2군에 3차례나 다녀와야 했고, 22일 잠실 KT전에서 5이닝 3실점(2자책)으로 승리 요건을 갖췄지만, 불펜 난조에 10승이 무산됐다. 당시만 해도 더 이상 선발 기회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이 이날 유희관을 다시 믿었고, 신뢰에 보답하며 대기록에 도달한 유희관이다.
다음은 유희관과의 일문일답이다.
-8년 연속 10승 소감은.
“우여곡절이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달성할 수 있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좋은 팀, 야수, 코치, 포수를 만나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마운드에서 떨렸지만 초반 많은 득점을 해준 덕분에 잘할 수 있었다.”
-올해 10승이 좀 더 남다르게 다가올 것 같다.
“내가 가장 아끼는 기록이다. 연속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올해 2군에 3번 다녀오고 팀 성적도 좋지 않아 나를 개인적으로 챙길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베테랑인데 팀에 도움이 못 돼 2군에서 생각이 많았다. 솔직히 포기했다. 올해는 치열한 순위싸움 속 외인 위주로 나가야가하기 때문에 개인적 욕심으로 선발을 시켜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도 운 좋게 상황이 왔고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기록을 쓸 수 있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의 원동력은.
“좋은 팀을 만났다. 어떨 때는 야구가 쉽고, 이렇게 잘 되나 싶은데 또 한편으로는 야구가 어렵기도 하고 하면 할수록 머리가 아프고 어려워진다다. 원동력은 좋은 팀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승부욕이 강하다. 그러나 이 부분이 어떨 때는 좋게 작용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제스처, 표정 때문에 오해를 살 때도 많았다. 이제 나이를 먹어가면서 승부욕도 중요하지만 팀원으로서 베테랑 투수로서 팀원들에게 어떻게 잘 보여야하는지도 중요하다. 팀을 어떻게 이끌어 가야하는지를 배운 한 시즌이었다. 야구 외적으로 나를 되돌아봤다.”
-이례적으로 원정에서 꽃다발 증정식까지 진행했다.
“정말 민망하다(웃음). 내년에 100승 할 때는 뒤에서 조용히 꽃다발을 받고 싶다.”
-9년 연속, 10년 연속 10승에도 욕심이 날 것 같은데.
“야구 할 때만큼은 기록을 향한 목표의식을 갖고 임해야한다. 목표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빠른 공이 아니어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제 30일 최종전을 앞두고 있다. 순위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다.
“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좋다. 가을 되면 우리 팀이 잘하는 DNA가 있다. 운이 좋아서 SK가 LG를 잡아주면 3위까지도 할 수 있지만 일단은 우리 팀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내일도 팬들이 응원해주시면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개인적인 각오는.
“팀이 이기는 방향으로 나가는 게 중요하다. 감독님 결정에 따르겠다. 지금 상황에서는 선발로 나가는 것보다 중간으로 나가도 팀에 도움이 돼야 하고 좋은 투구를 해야한다. 어느 위치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사진 = 두산 베어스 제공,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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