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잠실 이후광 기자] 박용택은 그 누구보다 이날이 끝이 아니길 바라고 있다. 벼랑 끝 탈출과 함께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다시 신발끈을 묶는 LG의 리빙 레전드다.
박용택은 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020 신한은행 SOL KBO 준플레이오프 두산 베어스와의 2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날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용택은 올 시즌은 끝으로 19년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KBO 최다 경기(2,236경기), 최다 안타(2,504안타), 최다 타수(8,139타수) 등 다양한 족적을 남기고 KBO와 LG의 레전드로 남게 됐다. 올 시즌 41살의 나이에도 97경기 타율 .300의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렇기에 이번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르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용택이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고지가 바로 우승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은퇴 기자회견 때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은퇴식을 꿈꾼다”며 우승을 향한 강한 열망을 드러냈다.
전날 1차전 패배로 이날 패할 경우 이대로 시즌이 끝나는 상황. 인터뷰실에 입장한 박용택은 “오늘 경기 끝나고 다시 여기서 수훈선수 인터뷰하면 되는 건가요?”라고 너스레를 떨며 자리에 착석했다.
박용택은 “다른 때와는 다르다. 재미있게 있다가 가려고 한다. 연습할 때 소리도 질러봤다”며 “아까 식사할 때 심판 선배님들이 우리 선수들의 표정이 굳어보였다고 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오늘은 후배들이 밝은 모습으로 실력껏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 전 특별히 이형종에게 조언을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박용택은 “이형종이 특히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편하게 못한다. 긴장을 좀 더 많이 하고 있다”며 “요즘은 그런 친구들을 풀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야구하는 건 짧으면 2분에서 10분 정도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가을에 부진한 김현수에게도 농담 섞인 격려를 했다. 박용택은 “너 혼나기 전에 그만 장난치라는 말을 해줬다”며 “오늘은 잘 칠 것 같다. 다행히 어제 마지막 타석 타이밍이 좋았다. 본인도 느낌이 좋다고 했다”고 바라봤다.
박용택은 전날 1차전에서 0-3으로 뒤진 5회 2사 2루서 대타로 나섰지만 플렉센의 초구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박용택은 “그런 투수는 초구 스트라이크를 놓치면 확률이 떨어진다”며 “내가 요즘 정주현 타석에 대타로 나가는데 (정)주현이에게 잘 좀 쳐서 두 번째 타석부터 나가게 하지 말라고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이제는 주현이 첫 타석부터 준비하고 있다. 감독님 스타일이 첫 타석부터 바로 대타를 쓰실 수 있다”고 귀띔했다.
어쩌면 커리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경기. 2002년 데뷔 후 한 번도 우승을 하지 못한 부분이 후회스럽게 다가온다.
박용택은 “돌이켜 보면 ‘올해는 가을야구 하겠다’, ‘유광점퍼 입겠다’ 등 약속을 드렸는데 지나보니 솔직히 창피하다”며 “어느 구단은 매년 우승하겠다고 하는데 우리는 고작 절반이 나가는 걸 해보겠다고 했다. 프로 선수가 3, 4위를 하겠다고 말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은퇴하고 나서도 후배들이 우승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야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당연히 박용택은 이날이 마지막이 되지 않길 바라고 있다. 박용택의 가족 또한 같은 마음이다.
박용택은 “어젯밤에 아내에게 어쩌면 야구선수로서 마지막 밤일 수도 있다고 했다. 아침에는 마지막 출근길일 수도 있으니 밥을 잘 차려달라고 했다”고 웃으며 “아내는 마지막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우리 가족은 토요일(3차전)에 보러 온다”고 전했다.
여전히 ‘우승택’이 되겠다는 공약은 유효하다. 벼랑 끝에 몰렸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한 열망은 식지 않았다. 박용택은 “준우승택, 4위택은 별로다. 당연히 우승택이 되고 싶다”며 “가장 마지막 타석은 한국시리즈 우승하는 날 타석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박용택. 사진 = 잠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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