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이후광 기자] 준플레이오프와 달리 플레이오프부터는 5전 3선승제 이상의 장기전이 펼쳐진다. 최소 3명의 선발투수가 제 몫을 해줘야 다음 단계를 넘어 우승까지 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외국인투수 2명의 뒤를 잇는 두산 토종선발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두산의 이번 포스트시즌 최대 무기는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이 버티고 있는 외인 원투펀치다. 알칸타라는 올 시즌 20승을 거두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거듭났고,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 유망주 출신인 플렉센은 9월부터 강력한 구위를 뽐내며 팀의 3위 확정을 이끌었다. 플렉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첫 가을야구라는 중압감을 털고 6이닝 11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3전 2선승제의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플렉센, 알칸타라 두 선수로 2승을 챙겼으나 KT와의 플레이오프는 5전 3선승제로 치러진다. 이를 넘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NC와 만나 7번 중 4번을 먼저 이겨야 한다. 외인투수만으로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플레이오프에서는 1, 2차전에 외인이 나선 뒤 다시 5차전 외인이 출격하는 계산이 가능하지만, 한국시리즈는 국내 선발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산이 내세울 수 있는 토종 선발은 최원준과 유희관이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 성공한 투수의 상징인 ‘10승’을 거뒀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으로 무대로 옮길 경우 물음표가 생긴다. 최원준은 경험, 유희관은 구위가 약점이다.
최원준은 가을야구 경험이 통산 3경기에 불과하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서 불펜으로 나서 2경기 2⅔이닝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선발은 아예 처음이다. 김태형 감독이 플레이오프부터는 최원준을 다시 선발로 기용하겠다고 밝힌 상황. 큰 무대의 선발투수라는 중압감을 극복해야 한다.
반대로 8년 연속 10승의 유희관은 가을야구 통산 14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4.13의 풍부한 경험을 자랑한다. 다만, 2018년부터는 기억이 좋지 않다. 2018년 한국시리즈 6차전 연장 13회서 SK 한동민에게 뼈아픈 결승홈런을 헌납했고, 지난해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선 선발로 나서 1이닝 6실점 조기 강판됐다.
유희관의 최대 강점은 제구력이다.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을 찌르며 느린 구속을 보완한다. 타자와의 노련한 수싸움도 8년 연속 10승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한 치의 오차도 허용치 않는 가을야구에서는 자칫 제구가 흔들릴 경우 장타를 허용하는 치명적 약점을 갖고 있다. 단기전에서 장타는 곧 승리를 의미하기도 한다. 김태형 감독도 “상대가 마음먹고 들어오면 (유)희관이 공은 커트가 될 확률이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토종 선발이 일찍 무너질 경우 뒤에 나오는 투수들 역시 아직은 가을이 낯설다. 1순위 롱릴리프 요원인 김민규를 비롯해 이승진, 홍건희, 박치국 등 모두 포스트시즌 경험이 적다. 두산은 실제로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알칸타라가 일찍 무너지자 구원진이 우왕좌왕하며 1점 차 추격을 허용했다.
그래도 최원준의 예리한 구위와 유희관의 경험을 믿는 두산이다. 최원준이 준플레이오프를 통해 가을 공기를 익힌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아무리 야수의 도움이 필요해도 10승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승수가 아니다.
김 감독은 “(최)원준이 공이 좋아졌고, (유)희관이는 경험이 많다”며 “여러 고민을 해봤지만 그래도 희관이가 선발로 가고 뒤에 (김)민규를 불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신뢰를 보였다.
두산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 그리고 통산 7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 토종 선발의 손에 달려 있다.
[유희관-최원준. 사진 = 마이데일리 DB]
이후광 기자 backlight@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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