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최창환 기자] “이야…. 와우.”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인터뷰실에 들어선 KT 위즈 베테랑 박경수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나왔다. 물론 다부진 출사표도 잊지 않았다.
박경수는 9일 서울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두산 베어스와의 2020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 6번타자(2루수)로 선발 출장한다. 박경수의 통산 첫 포스트시즌이다. 박경수는 이날 경기에 앞서 진행된 공식 인터뷰를 통해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박경수는 지난 2003년 LG 트윈스에서 데뷔, 통산 1,713경기를 소화한 베테랑이지만 포스트시즌 출전 경험은 없었다. LG의 암흑기가 길었던 탓이다. LG가 긴 암흑기를 끊으며 포스트시즌에 오른 2013년은 군 복무 중이었고, 2014년은 정규시즌 막바지에 햄스트링부상을 입어 출장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로써 박경수는 만 36세 7개월 9일에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KBO의 집계에 따르면, 이는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다. “그런 기록은 어떻게 찾는 건가(웃음)”라며 반문한 박경수는 “상황에 따라 소화해야 하는 역할을 인지하며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포부를 전했다.
-첫 포스트시즌을 앞둔 소감은?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장에)왔다. (유)한준이 형이 인터뷰에서 말씀하셨듯 우리는 도전자의 입장이다. 즐기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지만, 재밌게 임하겠다. (인터뷰실에 들어오며 감탄사를 연발했는데?)최근 1~2년 선배들의 은퇴 기사를 많이 접해 마음이 무거웠다. 나는 운 좋게 축제를 즐기러 왔지만, 한편으로는 만감이 교차한다.”
-오늘 출전하면 국내선수 가운데 최고령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다.
“그런 기록은 어떻게 찾는 건가. (KBO에서 알려줬다고 하자)최고령답게 해보겠다(웃음).”
-포스트시즌 엠블럼이 새겨진 후드티를 입을 때 기분은 어땠나?
“‘이거다’ 싶었다. 자부심이 생긴다. 색깔도 예쁘게 잘 만들어주신 것 같다.”
-6번타자에 배치됐는데?
“가장 부담이 가는 타순은 한준이 형일 것이다. 한준이 형이 농담 삼아 ‘히어로즈 있을 때 4번타자 박병호와 승부를 안 해서 내가 부담을 갖고 뛰었다’라고 하시더라. 오늘도 마찬가지일 텐데, 나에게 찬스가 온다면 주저 없이 (배트를)돌릴 것이다. 선두타자여서 출루가 필요한 상황이면 또 다른 마음가짐을 갖지 않겠나. 상황에 따르는 역할을 인지하며 임할 생각이다.”
-프로에 데뷔할 때만 해도 이렇게 늦게 포스트시즌을 경험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을 텐데?
“그렇다. 입단할 때 LG는 전년도 준우승팀이었다. 한국시리즈도 당시 구리 숙소에서 봤다. 당연히 가을야구를 매년 갈 줄 알았다. 그때부터 암흑기가 시작될 줄 몰랐다. 제대 후 좋은 기회가 왔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쳤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햄스트링 다치는 순간 그 느낌을 알기 때문에 ‘올 시즌은 끝났다’ 싶었다. 다행히 선수들이 2위까지 잘해줬고, 트레이닝파트에서도 적극적으로 재활을 시켜줬다. 부담스러울 정도여서 그만하셔도 된다고 했는데 ‘감독님께 혼나서 안 된다’라고 하시더라. (KT가 회복 기원 패치까지 제작했는데?)구단에서 그 정도로 신경써주실지 몰랐다. 너무 감사드린다. (조)용호는 아예 아이패치에 붙이고 나왔더라. 그런 거 하지 말고 야구나 하라고 했다(웃음). 그게 팀 분위기를 말해주는 단적인 예가 아닌가 싶다.”
-연락해준 선수도 많을 것 같다.
“많았다. (우)규민이는 내 기사만 나오면 링크를 보내준다. 같이 야구하고 싶다는 메시지도 왔다. 오늘은 자기가 더 떨린다고 하더라. ‘너는 시즌 끝났는데 왜 떨리냐’고 했다. (박)용택이 형도 다쳤을 때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연락해주셨다.”
-유한준이 포스트시즌에 대비한 세리머니를 만들었다고 하던데?
“팬들이 생각보다 큰 기대를 하시더라. 사실 여러 후보가 나왔는데, 아직 결정 못했다. 일단 로하스가 적극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타자와 더그아웃에 있는 선수들이 각기 다른 세리머니를 하는 걸로 될 수도 있다. (세리머니)잘 준비해서 나가겠다.”
-승부처는 어디라고 생각하는지?
“두산이 워낙 강팀이다. 감독님께서 1~2점으로는 승부가 나지 않을 거라 말씀하셨다. 선수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경기 초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선취득점으로 분위기가 올라오면 (분위기가)어디까지 올라갈지 모른다. 플렉센이 던지는 걸 TV로 많이 봤다. 나는 아직 한 번도 상대해보지 않았는데, 동료들 얘기로는 구위가 정말 좋다고 하더라. 플렉센이 빨리 교체되도록 만드는 게 우리가 해야 하는 임무인 것 같다. 일단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박경수. 사진 = 고척돔 김성진 기자 ksjksj0829@mydaily.co.kr,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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