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번 한국시리즈는 두 주전포수에게 관심이 쏠린다.
국가대표팀 김경문 감독이 9년 전 두산 베어스를 떠날 때 마지막으로 남긴 유산이 포수 양의지였다. 김 감독은 양의지를 2010년부터 주전포수로 기용했다. 양의지는 2018년까지 두산에서 9시즌간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특급포수가 됐다.
두산은 양의지의 성장과 함께 황금기를 열어젖혔다. 김태형 감독이 부임한 2015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도 양의지의 지분이 상당히 컸다. 양의지는 김 감독과 4년간 함께 하며 통합우승 1회(2016년), 한국시리즈 우승 2회(2015~2016년)를 이끌고 2018시즌 후 NC 다이노스로 떠났다.
사실 두산은 200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잘했다. 양의지가 주전으로 올라선 2010년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고, 2012년과 2013년에도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특히 2013년에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양의지가 이 시기에 많은 성공과 실패를 맛봤던 게 김 감독 부임 후 두산의 황금기를 이끈 밑거름이 됐다.
양의지는 201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NC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년 뒤, 친정 두산을 상대한다. 여전히 양의지는 KBO리그 최고포수다. 가을야구 DNA로 중무장한 두산도 양의지만큼은 껄끄러운 게 사실이다. 양의지는 수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큰 경기서도 자신의 기량을 확실하게 발휘한다. 투수들에게 미치는 좋은 영향력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양의지는 2016년 한국시리즈서 16타수 7안타 타율 0.438 1홈런 4타점으로 MVP에 선정됐다. 두산의 4승 무패, 퍼펙트 우승을 이끌었다.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에 완벽한 쓴맛을 안긴 주인공이었다는 의미. 그랬던 양의지가 이젠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기 위해 친정 두산과 싸운다. 두산은 2015년과 2017년 플레이오프서도 NC에 아픔을 안겼다. 물론 당시에도 두산 안방은 양의지가 이끌었다.
양의지가 떠나고 두산 주전포수로 자리잡은 박세혁 역시 이번 한국시리즈가 의미 있다. 박세혁은 전역 후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 자리 잡았다. 3년간 양의지의 백업포수로 뛰며 자연스럽게 양의지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그만큼 두 주전포수는 서로 잘 안다.
박세혁은 양의지가 떠나자 2019년부터 주전을 맡았다. 2019년 두산의 통합우승을 이끌며 양의지가 있었던 마지막 2년간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친 아쉬움을 풀었다. 박세혁은 아직 양의지만큼의 아우라는 아니어도, 충분히 리그를 대표하는 수준급 포수로 불릴 만하다.
양의지가 친정을 상대로 NC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이 있다면, 박세혁도 양의지를 상대로 자신이 성장했다는 것을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더구나 두산은 올 시즌을 끝으로 주축 대부분이 FA로 풀린다. 2020년 가을은 두산 황금기의 마지막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5~6명 이상의 주축이 FA로 풀리면 원 소속팀이 100% 붙잡는 건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다.
대신 두산은 그만큼 화려한 '라스트 댄스'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 다만, 양의지가 안방을 이끌었던 시기보다 전력은 확실히 떨어졌다. KT 타선의 침묵에 묻혔을 뿐, 두산 타선 역시 플레이오프 3~4차전서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다. 양의지가 이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있다.
두산의 열망이 열망에 그칠지, 다르게 말해 양의지가 친정에 비수를 꽂고 NC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젖힐지 아니면 박세혁이 양의지를 상대로 가치를 드높이며 두산의 해피엔딩을 이끌 것인지가 이번 한국시리즈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양의지(위), 박세혁(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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