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형' 안준영 PD 조작에 '프듀' 이가은·강동호·구정모·이진혁 피해→"수혜자 비공개, 희생양 위험 커" [MD현장](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이가은, 한초원, 성현우, 강동호, 이진혁, 구정모, 금동현 등이 안준영 PD·김용범 CP의 '프로듀스' 투표 조작으로 인해 기회를 빼앗겼다. 이들과 시청자들을 농락한 안 PD·김 CP는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안준영 PD와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안 PD 등은 케이블채널 엠넷 '프로듀스' 1~4 전 시즌 생방송 경연에서 시청자들의 유료 문자투표 결과를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게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안 PD는 2018년부터 2019년 연예기획사 관계자 5명으로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 상당의 유흥업소 접대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청탁금지법 위반)로도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안 PD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약 3,700만 원을, 같은 혐의로 함께 기소된 김 CP에게는 징역 1년 8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하지만 안준영 PD는 1심 판결에 불복, 항소장을 제출했고 검찰도 항소하면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안준영 PD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만 원을 선고했다. 김용범 CP에겐 징역 1년 8월의 실형 판결을 내렸다. 이미경 보조 PD와 연예기획사 임직원 5명에 대해선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이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판단된다"라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김용범 CP, 안준영 PD, 이미경 보조 PD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서로서 자신들이 최종 선발할 멤버들을 미리 정해놓았음에도 시청자들의 투표로 최종 멤버를 선발한다고 속여 유료 문자 투표를 하게 하여 CJ ENM 방송사로 하여금 문자투표 수익금 상당을 취득하게 하고 투표 결과를 조작해 방송사 업무를 방해하였다. 나아가 피고인 안준영은 메인 PD로서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소속 연습생들을 유리하게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 대가로 3,700만 원의 향응을 제공받아 방송사 직원으로서 청탁금지법을 위반하였다.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이 사건 이틀 전 이미 최종 선발 멤버를 정해놓은 상태였음에도 알리지 않고 문자 투표를 실시, 시청자들을 속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방송사인 CJ ENM에 귀속시키려는 의사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원심 판단은 정당하며 사실 오인과 법리를 오해한 잘못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연습생들은 평생 트라우마를 갖고 살 수밖에 없게 됐다. 시청자들은 극도의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모두가 승자가 될 수도 있었던 오디션은 참담하게도 모두가 패자가 되고 말았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방송의 공정성을 현저하게 훼손하고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연습생들과 시청자들을 속이고 농락한 결과를 야기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연습생들은 정식 가수가 될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은 피고인들이 순위 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시킨 연습생들이다. 방송사인 CJ ENM 대표이사도 이 사건과 관련하여 공개 사과하고 순위 조작 피해를 입은 연습생들에게 책임지고 보상하며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 지원을 위해 관계자들과 시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재판부는 피해 연습생들을 위한 진정한 피해 구제가 무엇인가 고민했고 결론은 순위 조작으로 탈락시킨 연습생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는 것이다. 피해 연습생들에게 물질적 배상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명단을 공개하는 게 피해 구제의 시작이고 공정성 회복,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최선일 것이라 봤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안준영 PD, 김용범 CP는 시즌1의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김수현, 서혜인을 탈락시켰다. 시즌2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성현우, 4차 투표 조작으로 강동호를 떨어트렸다. 시즌3에선 4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5위 이가은, 6위 한초원 연습생이 탈락됐다. 시즌4에선 1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앙자르디 디모데, 3차 투표 결과 조작으로 김국헌, 이진우가 탈락됐고 4차 투표 조작으로 6위 구정모, 7위 이진혁, 8위 금동현이 탈락됐다.

다만 재판부는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억울하게 탈락시킨 피해 연습생은 공개하되, 유리하게 한 연습생은 공개하지 않기로 차선을 선택하기로 했다"라며 "순위에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이유는 이 연습생들 역시 자신의 순위가 조작된 걸 모르고 있던 걸로 보이고 이들도 피해자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밝힐 경우 순위 조작 행위를 한 피고인들을 대신하여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 이 사건 재판은 순위 조작 피고인들을 단죄하는 재판이지, 젊음을 불태운 연습생들을 단죄하는 재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 마이데일리 DB, 엠넷]

김나라 기자 kimcountr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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