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조제라는 캐릭터는 또 하나의 모험이자 여행 같아요. 조제를 표현하는 방법이 제가 해왔던 캐릭터와 차별돼서 연기를 하면서도 '좀 더 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죠. 과정은 어려웠지만, 배우로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여전히 조제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 있어요. 성장통을 겪게 해준 영화입니다."
개봉을 앞둔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에서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는 조제를 연기한 배우 한지민(38)의 말이다. 한지민은 3일 오후 진행된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조제에게는 신체적 장애가 있다. 동선이나 움직임에 있어 자연스럽게 표현하려고 했다. 어려웠지만 즐거웠다"라며 "보통의 캐릭터가 색깔이 명확하다면, 조제는 감정이나 표현을 밖으로 드러내는 캐릭터가 아니다보니 언어에 집중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2003)을 원작으로 한 '조제'는 다리가 불편해 집에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고 살아가는 조제와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는 대학생 영석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한지민은 우연히 영석(남주혁)의 도움을 받고 변화하는 조제를 세밀하게 표현했다.
"원작에서의 조제는 좀 더 발랄하고 유머 코드가 있어요. 제가 그리고 싶은 조제는 과거의 상처를 갖고 사는 인물이다보니 더 닫혀 있고 차분하고 쓸쓸한 느낌이 강했죠. 겉으로는 외롭고 쓸쓸하지만 영석과의 사랑을 통해 자신의 세계에 대해 단단함이 생기고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겪는 성장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책으로 바깥세상을 대신 접하는 조제의 말투는 문어체에 가깝다. 이에 대해 한지민은 "말투의 톤을 잡아내려 하기보다 조제가 가진 여러 감정을 생각하면서 내뱉었다. 감독님이 담아내고자 했던 색 자체가 굉장히 잔잔하다보니 흐름을 타면서 표현하려고 했다"라고 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팬이라는 한지민은 조제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그는 "김종관 감독님과 '최악의 하루' 시사회에 갔던 인연으로 사석에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감독님이 가진 정서와 '조제'의 어울림이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가 컸다"고 말했다.
"원작의 팬으로서 좋은 느낌이 남아있어요. 부담감이 전혀 없었다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시나리오에 표현된 조제에 제 색을 입혀 만들고자 노력했어요. 원작이 사랑과 이별의 과정을 섬세하게 담았다면 '조제'는 보는 분에게 열린 결말을 드린 것 같아요. 둘이 이별하면서 이유를 만들기보다 둘을 감싸는 세상, 사람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생각할 수 있게끔 했습니다."
어느덧 데뷔 18년차를 맞은 한지민. 배우로서 느끼는 부담감을 두고는 "늘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부담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이 배우의 숙제이자 운명이다"라며 "작품에서 배우보다 캐릭터로 온전히 보일 때 시청자로서 받는 위로나 공감이 크더라. 저 역시 작품 안에 캐릭터로 조화롭게 스며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바랐다.
드라마 '봄밤', '눈이 부시게'에서 각각 정해인, 남주혁과 연달아 만난 한지민은 "예전엔 선배님과 연기할 기회가 많았다. 멜로의 패턴이 유행처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장점이 각기 다른 것 같아요. 운이 좋게도 배려를 많이 해주더라고요.(웃음) 가끔은 '내가 선배라서 더 배려해주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죠. 배우마다 가진 성격인 것 같아요. 또 한 번 멜로를 한다면 전혀 다른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한편 '조제'는 2004년 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김종관 감독의 신작 영화다. 오는 10일 개봉.
[사진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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