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목동에서 놀던 꼬마였다."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의 머릿속에 장재영(19)은 '목동에서 뛰어 놀던 꼬마'라는 이미지가 전부였다. 아버지 장정석 KBS 해설위원이 히어로즈 프런트로 일하던 시절 옛 홈구장인 서울 목동구장에 와봤던 모양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장재영은 고교 최고투수로 컸다. 그리고 키움으로부터 역대 최고 계약금(9억원)을 받고 입단했다. 잠재력을 인정 받고 당당히 1군 캠프에 합류했다. 5일에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처음으로 불펜피칭을 했다.
목동에서 놀았던 시절 그를 반겨줬던 아저씨들이 이젠 그의 감독이고 코치이자 프런트다. 장재영은 "목동에서 한현희 선배님과 캐치볼도 했다. 지금 (프런트 각 부서)팀장님, 매니저님들은 초등학교 3~4학년 때 처음으로 뵀다"라고 돌아봤다.
꼬마와 놀아줬던 한현희는 이제 장재영의 팀 선배이자 경쟁자다. 장재영은 "1군 캠프에 합류하고 TV에서 보던 선배들과 함께 훈련했다. 신기했다. 고척에서 운동을 하는 게 꿈이었다. 프로에 왔다는 게 실감난다"라고 했다.
첫 불펜피칭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투구수는 단 20개였다. 몸 상태를 체크하는 수준이었다. 구속도 체크하지 않았다. 장재영은 "4~5개월만에 처음으로 투구를 했다. 고척은 처음이라 긴장했다"라고 했다. "거칠었다"라는 홍 감독의 평가, "볼이 빠르다. (안)우진이와는 또 다른 스타일"이라는 포수 박동원의 평가도 있었다.
그렇게 프로라는 정글에 발을 내디뎠다. 홍 감독은 긴 호흡으로 지켜보기로 했다. 장재영은 "작년 11월부터 고양야구장에서 훈련했다. 체지방이 조금 빠지고 근육량은 올랐다"라고 했다. 몸 상태는 합격.
선배 투수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프로 데뷔를 준비한다. 장재영은 "조상우 선배님에겐 어깨, 팔꿈치 보강, 웨이트트레이닝 자세에 대해 물어봤다. 안우진 선배님에겐 자신 있게 던지라는 말을 들었다. 나만의 루틴이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해준 선배님도 있었다"라고 했다.
일단 1군 개막엔트리 진입이 목표다. 불펜피칭, 라이브피칭, 연습경기, 시범경기라는 관문을 차례로 통과하면 1군에서 보직을 받을 수도 있다. 장재영은 "1군 선배님들과 함께 연습하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시즌에 들어가지 않아 무슨 보직이 잘 맞는지도 모르겠다. 1군에 있으면 좋을 것 같다"라고 했다.
150km을 상회하는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두루 구사한다. 제구력은 고교 시절에도 기복이 있었다. 많은 경험을 쌓고 부작용과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제 막 20대가 된 장재영에겐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을 잘 활용해야 한다. 홍 감독은 자신을 포함한 지도자들의 책임감 있는 자세도 강조했다.
마인드는 좋다. 장재영은 "선배님들이 '9억팔'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따로 갖고 싶은 별명은 없다. '9억팔'이라는 말에 부담은 없다"라고 했다. 지난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소형준(KT)을 두고서도 "멘탈이 성숙하다. 형준이 형보다 더 잘하겠다"라고 했다.
고교 시절에 타자로도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투수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홍 감독도 투타겸업에는 일찌감치 선을 그었다. 장재영은 "방망이를 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벤트 경기라면 하고 싶은데 큰 욕심은 없다. 투수로 최고가 되고 싶다"라고 했다.
[장재영.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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