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제41회 청룡영화상'에서 배우 유아인과 라미란이 각각 영화 '소리도 없이', '정직한 후보'로 남녀주연상의 영광을 얻었다. 최우수 작품상엔 '남산의 부장들이' 호명됐다.
9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제41회 청룡영화상(청룡영화제)'이 개최됐다. 호스트에 선정된 송중기가 화려하게 막을 열었고, 배우 김혜수, 유연석의 안정적인 진행 아래 시상이 이어졌다.
이날 남우주연상을 받은 유아인은 "안그래도 최근에 이병헌 선배님과 영화 '승부' 촬영장에서 무대 공포증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이병헌 선배님도 무대에 올라오면 너무 긴장되고, 관객분들과 배우분들에 어떤 말을 해야할지, 이 무대의 무게가 참 무겁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들으면서 참 못했던 제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위로를 받았다"면서 수상 소감으로 이슈가 됐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에 출연을 결정한 계기를 밝히며 "배우로서 한해 한해 지날수록 제가 어떤 작품에 참여할지 고민들이 참 커지는 것 같다. 홍의정 감독님이 주신 제안은 배우로서의 처음을 상기시켜주신 제안이었다. 위험한 요소도 많고, 상당한 저예산인만큼 고생할 것 같고, 영화의 퀄리티가 보장될까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 작업에 임하면서 가장 크게 가치를 둔 건 새로움이었고, 감독님의 윤리의식이었다"고 고백했다.
끝으로 유아인은 배우로서의 포부를 다지며 "영화로 무엇을 해야할지 아시는 분과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뻤다. 전 언제 어느 곳에서든, 어느 분에게든 사용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마음껏 사용하십시오. 앞으로도 배우로 살아가겠다. 감사하다"고 전해 뭉클함을 안겼다.
라미란은 감격스러운 마음을 웃음으로 승화했다. 라미란은 "코미디 영화라 노미네이트 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했는데 왜 상을 주고 그러시냐"고 말하면서 울컥한 심경을 전했다.
이어 "작년에 너무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기 때문에 작은 웃음을 드린 거에 많은 의미를 주신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면서 관계자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또 라미란은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청룡에서 코미디 영화가 상을 받다니 정말 감격스럽다. '정직한 후보'의 주상숙이라면 이런 수상소감을 했을 것 같다. '배우라면 주연상 한 번쯤은 받아야죠' 웃으라고 한 것이다"라면서 재치를 드러냈다.
끝으로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 2를 찍으려 하고 있다. 내년에도 여러분의 배꼽 도둑이 되어보겠다. 그리고 그것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꼭 주연상 받으러 오겠다"고 선언해 웃음을 안겼다.
최우수작품상의 영광은 배우 이병헌, 이성민, 곽도원, 이희준이 활약했던 '남산의 부장들'이었다.
우민호 감독은 "정말 예상 못했다. 감독상을 예상하고 준비를 못했는데, 이건 정말 예상을 못했다. 4년 전 '내부자들'로 작품을 받았었는데, 이병헌 선배님과 함께하면 꼭 작품상을 받는다. 다음에도 작품상을 받고 싶으면 이병헌 선배님과 해야겠다"면서 신뢰를 드러냈다.
조연상의 영광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박정민,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의 이솜에게 돌아갔다.
특히 박정민은 이날 지난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개그우먼 박지선을 언급해 뭉클함을 안겼다. 박정민은 "만약 여기서 진심으로 한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수 있다면, 이 얘기를 할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어렵게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다만악' 촬영할 때 항상 괜찮냐고 물어봐 준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늘 저의 안부를 물어봐주고 괜찮냐고 했던 친구가 작년에 하늘나라에 갔다. 그 친구를 아직 보내지 못했다. 괜찮냐고 물어봐주지 못한 거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보고 있는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연기해주고 싶다고 꼭 얘기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실감나는 회사원 연기를 펼친 이솜은 "저는 영화를 너무 좋아한다. 이 애정이 식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현장이 너무 좋기 때문이다. 지금도 목표를 이루기 위해 고생하고 계신 모든 분들 존경스럽고, 힘내시라고 얘기하고 싶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현장에서 계속 성장하고 준비하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단 한 번 밖에 받을 수 없는 상이기에 더욱 뜻깊은 신인상은 영화 '버티고'의 유태오와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에게 돌아갔다.
유태오는 "정말 마음 비우고 왔다. 일단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감독님 저를 캐스팅해주셔서 감사하다. 천우희 씨 고맙다"면서 "제 인생에 신인 연기상을 받는 게 처음이고, 마지막일 거다. 그래서 오늘 이 순간을 평생 잊지 않겠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강말금은 "귀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오래 번부터 여러 사람의 꿈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찬실이'를 통해 그런 경험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3년 전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촬영 개봉까지 아주 행복했다. 김초희 감독님과 윤여정 선배님께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하며 "코로나19임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영화관을 찾아주신 관객분들께도 영광을 돌리도록 하겠다. 저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신인 감독상은 '소리도 없이' 홍의정 감독에게, 감독상은 '윤희에게' 임대형 감독에게 돌아갔다.
홍의정 감독은 "너무 감사하다. 정말 굉장히 떨린다. 이 황당한 시나리오를 들고 찾아왔을 때, 시나리오를 바꾸지 말고 가자고 해주신 대표님 감사하다. 두 분의 독특한 취향을 늘 지지하겠다"고 말문을 열며 "유아인 배우님과 유재명 배우님 없이는 이 영화는 시작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한다. 정말 너무 좋아한다"고 팬심을 밝혔다.
임대형 감독 또한 "전혀 예상을 못해 얼떨떨하다. 이 영화에 시간과 노동력을 제공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 한 분 한 분 덕분에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면서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주연 배우인 김희애, 김소혜를 언급하며 "이 영화는 김희애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시작도 못했을 것 같다. 정말 존경하고 감사하다. 소중한 길잡이가 되어준 김소혜 배우님도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임대형 감독은 "이 영화는 퀴어 영화다. 방송을 보신 분들 중에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모르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다. 지금은 LGBT 콘텐츠가 자유로운 2021년이다. 그게 정말 기쁘다. 앞으로도 더 고민해서 좋은 영화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반가운 얼굴도 눈에 띄었다. 최근 넷플릭스을 통해 공개된 '승리호'로 오랜만에 관객들을 찾은 송중기는 호스트로서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는 "'청룡영화상', 그 이름만으로 참 많은 영화인들을 설레게 한다. 오늘이 조금 허전하게 느껴지는 건 저뿐만이 아니다. 환하게 웃던 우리 미소가 마스크에 가려지고, 평범했던 나날들이 당연하지 않게되고, 일상의 작은 위로였던 영화조차 편안하게 즐길 수 없는 현실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
이어 "2019년 한국 영화 누적 관객수는 1억 여 명, 2020년은 3분의 1인 4천만 명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한국 영화계도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도 끝없이 한국영화는 달려왔다"고 희망의 말을 전했다.
끝으로 송중기는 "지금은 무엇보다 우리의 안전이 우선되는 시기이기에 잠시 움츠리고 있지만, 영화는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시 안전한 일상이 하루 빨리 돌아오길 바란다"고 염원했다.
▲ 이하 제41회 청룡영화상 수상자(작) 명단
▲ 최우수 작품상 - '남산의 부장들'
▲ 여우 주연상 - 라미란 ('정직한 후보')
▲ 남우 주연상 - 유아인 ('소리도 없이')
▲ 감독상 - 임대형 감독 ('윤희에게')
▲ 여우 조연상 - 이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남우 조연상 - 박정민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청정원 단편 영화상 - 이나연·조민재 감독 ('실')
▲ 각본상 - 임대형 감독 ('윤희에게')
▲ 미술상 - 배정윤 감독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편집상 - 한미연 감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 음악상 - 달파란 감독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 촬영상 - 홍경표 감독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 기술상 - 진종현 감독 ('백두산')
▲ 인기스타상 - 유아인, 정유미
▲ 신인 감독상 - 홍의정 감독 ('소리도 없이')
▲ 최다관객상 - '백두산'
▲ 남우 신인상 - 유태오 ('버티고')
▲ 여우 신인상 - 강말금 '찬실이는 복도 많지'
[사진 = 청룡영화상 사무국 제공, SBS 방송화면 캡처]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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