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이상 말해줄 게 없다."
언젠가 KGC 김승기 감독은 이재도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KT 코치 시절부터 이재도의 가능성과 성장통을 모두 지켜본 지도자다. 김 감독은 "예전엔 이럴 땐 이렇게 해라, 저럴 땐 저렇게 하라고 일일이 얘기해줘야 했는데, 이젠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본인이 알아서 잘 한다"라고 했다.
현재 KBL 최고가드는 누구일까. 아마도 허훈(KT)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이 나오지 않을까. 지난 시즌 MVP였고, 올 시즌 역시 명불허전이다. 이정현(KCC), 김선형(SK), 이대성(오리온), 김낙현(전자랜드), 김시래(삼성), 두경민(DB) 등도 거론될 수 있다. 조금씩 스타일이 다르지만, 모두 좋은 가드다.
이재도도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오히려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 스피드를 앞세운 속공 전개와 2대2 전개, 날카로운 돌파, 외곽슛, 좋은 압박능력, 상대 패스라인을 차단하는 능력을 두루 갖췄다. 가드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췄다.
과거에는 경기흐름에 맞는 볼 배급 및 플레이 선택이 비효율적일 때가 많았다. 승부처에 실책도 잦았다. 올 시즌에는 이런 약점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승부처에 강하다. 여전히 타고난 패서는 아니다. 그러나 많은 공수활동량을 바탕으로 자신의 공격과 동료를 돕는 선택, 경기 흐름을 리드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1월31일 KCC전 종료 직전 결정적 실책을 범하긴 했다. 하지만, 54경기 내내 완벽한 선수는 없다. 사실 기복은 그렇게 크지 않다. 오히려 5일 KT전서는 전통적으로 KGC에 강한 허훈과의 매치업서 판정승했다. 당시 4쿼터와 연장에만 3점슛 두 방 포함 12점 6어시스트를 집중했다.
올 시즌 38경기서 평균 33분2초 동안 13.1점 5.3어시스트 2.0스틸 3점슛 성공률 31.7%. 어시스트 리그 4위에 스틸 리그 1위. 출전시간 대비 효율성 지수를 나타내는 PER도 18.6으로 10경기 이상 출전한 국내선수들 중 9위다. 10경기 이상 출전한 가드들 중 5위. 즉, 올 시즌 이재도의 퍼포먼스는 초특급이라고 보기 어렵지만, 충분히 리그 최고수준이다. 브레이크 직전 두 경기서 주춤했던 게 옥에 티.
시즌 초반 동료이자 후배 변준형이 스텝백 3점슛을 앞세워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러나 여전히 KGC 공수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건 이재도다. 변준형은 좋은 기술과 잠재력을 지녔다. 다만, 경기흐름을 읽는 능력이 떨어질 때도 있고, 치명적 실책도 범할 때도 있다. 이번 브레이크 직전 페이스도 썩 좋지 않았다. 이재도의 몇 년 전 모습이다. 이재도는 그런 변준형의 약점까지도 커버해줄 정도로 성장했다.
이재도는 "올 시즌 그렇게 기록이 나쁘지 않다. 애버리지가 있는 게 내 장점인 것 같다. 우연치 않게 좋은 팀에서 뛰다 보니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 자부심 갖고 선수 생활을 하려고 한다"라고 했다.
허훈을 인정했다. 이재도는 "훈이는 선수들도 인정하는 능력 좋은 선수다. 훈이에게 배울 게 많고 나보다 가지고 있는 능력이 많다. 내가 나이는 많지만 배우고 도전하는 입장이다. 항상 훈이가 우리만 만나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서 다른 것보다 팀원들에게 많이 미안했다"라고 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다. 당연히 타 구단들도 예의주시한다. 이재도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도 받고 후회도 된다. 안 좋은 경기를 하면 빨리 잊으려고 노력한다. 티를 안 내려고 하는 편이다. 사실 생각이 많은 편이다"라고 했다.
[이재도.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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