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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권혜미 기자] 작가 허지웅이 대한체육계가 학교폭력 처벌에 "가혹하다"는 의견을 낸 것에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19일 허지웅은 개인 인스타그램에 "며칠 전 학교, 군대, 직장, 그리고 결국 가정으로 수렴하는 닫힌 세계들에 관해 말씀드렸다"면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허지웅은 언급한 집단을 섬에 비유하며 "어느 섬의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할 때 그 절박함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섬이 내가 아는 세계의 전부인 이들에게 어떤 고통은 죽음과도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론으로 들어가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기 일탈을 두고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허지웅은 "우리 사회에서 그간 과잉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보호했던 게, 언제나 과소한 처벌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대상 뿐이었다는 사실은 슬프고 무겁습니다"라면서 "이겨낸 게 아니라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의 섬은 다리가 놓이기 전에 먼저 가라앉을 것"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앞서 18일 대한체육회는 '체육계 가혹행위 관련 대한체육회의 추진방향;이라는 답변서에 "청소년기에 무심코 저지른 행동에 대해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것은 가혹한 부분도 일부 있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이하 허지웅 인스타그램 글 전문
며칠 전 학교, 군대, 직장, 그리고 결국 가정으로 수렴하는 닫힌 세계들에 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닫힌 세계들은 일종의 섬과 같습니다.
어떤 섬은 잘 굴러가고 또 어떤 섬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서로 고립되어 있다는 점에서 모두가 섬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어느 섬의 누군가가 고통을 호소할 때 그 절박함을 언뜻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섬이 내가 아는 세계의 전부인 이들에게 어떤 고통은 죽음과도 같습니다.
섬 밖을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평정을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섬을 관리하는 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그런 고통을 겪었거나 목격했습니다.
다만 그걸 그리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조리가 아니라 필요악이고 그걸 삼켜서 극복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거라 믿기 때문입니다.
극복한 게 아니라 폭력에 순응하고 방관했던 최초의 순간 섬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대한체육회가 체육계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그리고 청소년기 일탈을 두고 평생 체육계 진입을 막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과잉처벌이 능사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그간 과잉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 보호했던 게,
언제나 과소한 처벌조차 받아본 적이 없는 대상 뿐이었다는 사실은 슬프고 무겁습니다.
섬들 사이에 다리가 놓이면 더 이상 섬이 아닙니다. 그런 섬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겨낸 게 아니라 일부가 되었을 뿐이라는 걸 깨닫지 못하는 어른들의 섬은
다리가 놓이기 전에 먼저 가라앉을 겁니다
[사진 = 허지웅 인스타그램]
권혜미 기자 emily00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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