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아직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는 특유의 날카로운 컨택트 능력에 장타력까지 장착, 약점이 없는 타자로 거듭났다. 2021시즌 준비도 순조롭다. 10일 고척 연습경기를 마치고 "몸 상태는 좋다. 감각만 찾아가면 되는 시점이다. 청백전이 끝났는데, 다른 팀들과 경기를 하면서 새로운 투수들의 공도 보고 긴장도 느껴보면서 시즌을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
이정후의 타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테이크백이 짧고 팔로우 스윙이 길다는 점이다. 그리고 타격 타이밍을 다리가 아닌 팔로 잡는다. 배트를 잡은 팔을 뒤로 짧게 젖힌 뒤 패스트볼과 변화구 타이밍에 맞춰 정확하게 타격한다.
자신만의 타격이론이 확실한 타자다. 그런 그도 "아직 타이밍이 잘 맞지 않는다"라고 했다. 팔을 뒤로 빼서 기다리는 특유의 동작(상체를 꼬는 듯한 모습)에서 타격하는 순간까지 미묘한 언밸런스가 있다는 의미다.
테이크백이 간결하니 패스트볼 대응력이 좋다. 팔로우스윙이 길어 변화구 컨택트 능력도 좋다. 이정후는 "빠른 공을 칠 때는 살짝 빨리 뒤로 뺀다. 준비동작은 물 흐르듯 이뤄져야 한다. 타석에선 폼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다른 팀과의 연습경기서 더 실전 타격을 소화하고,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자연스럽게 감각을 찾아갈 듯하다. 더 이상 이정후의 타격에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150km 넘는 공을 쳐봐야 알 수 있다. (안)우진이가 던지는 걸 한 번 쳐봤는데 다른 팀과 빨리 하면 좋겠다"라고 했다.
흥미로운 건 이정후가 팔로 타이밍을 잡는 방법을 휘문고 시절 터득했다는 점이다. 타고난 DNA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타이밍은 다리를 드는 것보다는 그렇게 잡았다. 프로에 와서 프로에 맞게 자리를 잡은 것 같다"라고 했다.
자신만의 타격 타이밍과 포인트를 찾아가는 노하우가 있으니 프로에서 타격폼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정후는 2017~2018년 폼과 2020년 폼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인지했다. 그는 "프로에 와서 한번도 폼을 바꾸지 않았는데 조금씩 바뀌어간 것 같다"라고 했다.
무슨 의미일까. 자신만의 타격 타이밍 잡는 노하우를 유지하되, 더 강하고 멀리 타구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면서 폼이 살짝 와일드해졌다. 긍정적인 변화다. 이정후는 "강하게 치고 싶은 생각이 컸다. 라인드라이브를 강하게 치려다 보니 플라이도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잘 맞을 때 타구가 많이 뜬다"라고 했다.
프로 초창기에는 팔로우스로우가 짧았는데 팔로우스로우를 길게 하면서 장타력이 좋아졌다는 게 이정후의 설명이다. 그는 "이젠 방망이가 (팔로우스로우를 하면)등에 닿는다. 2017년에는 바로 앞에서 끝났는데 지금은 끝까지 간다. 스윙이 파워풀하다"라고 했다.
대기타석에서도 루틴이 있다. 배트를 잡고 낮게 꺾는 동작을 취하며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이정후는 "마치 골프스윙 같다. 스즈키 이치로도 그렇게 대기 타석에서 스윙을 했다. 따라 해봤는데 괜찮아서 루틴이 됐다"라고 했다. 이밖에 자신의 SNS에 야나기타 유키(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스윙을 연구한 흔적이 보이기도 한다.
이정후는 타고난 타격 DNA에 노력까지 더해 KBO리그 탑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비활동기간을 거쳐 다시 시즌을 준비하는 지금, 타격 타이밍을 맞추는 작업부터 섬세하게 한다. 타격에 관해선 더 깨우칠 게 없어 보이는 그도 타격의 기본부터 충실히 준비한다.
[2021년 이정후(위), 2017년 신인 시절의 이정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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