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맞고 시작하는 것도 좋다."
SSG 우완 베테랑 불펜투수 김상수는 시범경기 3경기서 부진했다. 합계 3이닝 8피안타 3탈삼진 1볼넷 6실점 평균자책점 18.00. 그러나 "시범경기서 맞고 시작하는 것도 좋다"라고 했다. 베테랑의 여유가 아니다. 잘 하는 노하우가 있고, 144경기서 살아남을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김상수는 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최근 5년 정도 불펜에서 (많이)던지다 보니 컨디션이 시즌에 맞춰지더라. 시범경기는 페이스가 올라오는 단계다. 몸이 기억하는 것 같다. 개막에는 7~80%로 맞춰놓고, 4월 말이나 5월 초에 100%가 된다"라고 했다.
키움 히어로즈에서 지난 5시즌 중 4시즌을 60경기 이상 등판했다. 철저한 관리로 경기당 1이닝 정도 투구했지만, 피로도는 있었다. "허벅지 근육이 세 번 정도 찢어졌고, 허리도 아팠다"라고 했다. 자연스럽게 천천히 공을 잡았고, 시범경기에 무리하게 페이스를 올리지 않았다.
더구나 김상수는 작년부터 투구폼을 교정하고 있다. 본래 와인드업 이후 공을 던지는 순간까지 허리를 살짝 뒤로 젖히는 듯한 폼이었다. 공에 힘을 잘 싣기 위해서였다. 손혁 전 키움 감독은 "누워서 던진다"라고 했다. 구위가 좋아지는 효과는 있었다. 그러나 본인 설명대로 잔부상이 있었다.
김상수는 "작년에는 정립이 안 됐다. 지난 2~3년간 중심이동 전에 그 동작을 미리 하는 게 편했다. 그렇게 하면서 부상이 생겼고, 바꿔야겠구나 싶었다. 시즌 끝나고 연습했고, 내 입장에선 되게 큰 변화"라고 했다.
시범경기는 교정한 폼을 점검하는 과정이었다. 이제는 거의 안 눕는다. 김상수는 "예전에는 스피드가 올라왔지만, 그만큼 볼넷이 많았다. 정확히 던지지 못하는 측면은 있었다"라고 했다. 이젠 눕지 않으면서 폼이 간결해졌고, 더 익숙해지면 제구력이 좋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범경기라면 맞고 시작하는 것도 좋다"라고 한 배경이다. 이유 있는 부진이었다. 김상수는 "사실 매커니즘 때문에 공이 빨라지고 느려지는 건 아니다. 컨디션이 잘 돼 있으면 된다. 준비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맞아봐야 왜 맞았는지 알 수 있다. 맞고 싶어서 맞는 건 아니지만, 맞아도 상관 없다는 생각으로 던졌다"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김상수의 정규시즌 출발이 상당히 좋다. 3경기서 3이닝 3피안타 5탈삼진 2볼넷 1실점 평균자책점 3.00.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심지어 최근 2경기는 피안타 없는 깔끔한 투구였다. 빌드업이 늦은 서진용의 공백을 완벽히 메운다. 불펜이 불안정한 SSG에 경험 많은 김상수의 존재감이 엄청나다. SSG로선 FA 사인&트레이드를 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
김상수는 "오히려 다행이다. 차라리 내가 (서진용 공백에)부담을 갖고 하는 게 팀으로선 낫다. 내가 못 던져도 진용이가 뒤에 있는(마무리로 갈 준비를 하는 상황을 의미)게 팀에 도움이 된다. 내가 불펜에서 기둥이 되고,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라고 했다. 철저히 개인이 아닌 팀을 생각하는, 베테랑다운 발언이다.
2021시즌의 출발점. 김상수에겐 변화가 많았다. 사인&트레이드로 이적했고, 이적하자마자 모기업이 바뀌었다. 국내 스프링캠프도 경험했다. 김상수는 "운 좋게 좋은 팀에 왔다. 좋은 팀에 왔는데 더 좋은 팀이 됐다. 제주도가 좋았다. 준비할 수 있는 요건이 좋았다. 돌아보면 운이 좋았다"라고 했다.
[김상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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