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한국농구에 적응 중이다."
전자랜드 조나단 모트리는 KGC 자레드 설린저와 함께 시즌 막판 KBL을 폭격했다. 설린저가 '설교수'로 불리지만, 모트리 역시 '어나더 레벨'이다. 코로나19 팬데믹만 없었다면 KBL에 올만한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설린저와 KGC 국내선수들만큼 모트리와 전자랜드 국내선수들의 시너지효과가 덜 나왔다. 전자랜드는 시즌 막판 정효근의 가세와 이대헌과의 공존, 수비조직력의 균열 등 해결해야 할 숙제가 있었다. 이런 상황서 모트리의 단점을 확실하게 커버하고, 장점을 극대화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전력을 극대화하지 않고 무너진 6강 플레이오프 상대 오리온과 달리, KCC와의 4강 플레이오프서 몇 가지 약점을 드러냈다.
KCC는 1~2차전서 이정현과 김지완이 라건아와 시종일관 2대2를 했다. 모트리의 2대2 수비가 약한 단점을 잘 활용했다. 유도훈 감독도 "모트리에게 헷지&언더(리커버리)를 주문했는데, 잘 안 됐다"라고 했다. 이 부분이 KCC의 2대2에서 파생되는 외곽포 폭발로 이어졌다.
또한, 모트리는 볼 핸들링 능력과 트랜지션이 상당히 좋다. 유 감독은 김낙현 등 국내선수들에게 스크리너를 맡기면서, 모트리의 장점을 극대화했다. 단, 경기가 풀리지 않거나 모트리의 야투적중률이 떨어지면 팀이 전체적으로 단조로워지는 약점은 있었다.
그런데 전자랜드는 25일 3차전서 45점차로 대승했다. 단순히 모트리가 48점을 넣은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단 2대2 수비에 대한 변화가 있었다. 유 감독은 "가드들이 골밑으로 몰아가는 수비를 했고, 모트리에게 헬프를 가게 했다"라고 했다. 모트리의 헷지 수비 약점을 절묘하게 메웠다. 모트리는 "페인트존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공격적인 선수들이 페인트 존에 들어올 때 '이 정도면 블록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신뢰를 줘야 한다"라고 했다.
또한, 모트리의 볼 소유시간은 여전히 길었지만, 김낙현이나 정효근, 전현우가 컷인 등 좋은 오프 더 볼 무브를 보여주자 모트리의 패스가 제때 들어갔다. 이런 득점으로 주도권을 장악했다. 모트리의 원맨 속공도 위협적이지만, 모트리의 패스를 국내선수들이 번갈아 마무리하자 국내선수들의 공수 리듬감도 살아났다.
이밖에 전자랜드는 공수에서 약점이 많은 정효근 3번-이대헌 4번 동시기용을 하지 않으면서 스피드의 약점을 보완, 모트리의 강점을 더 살렸다. 1~2차전과 달리 KCC에 활동량에서 앞섰다. 또한, 모트리가 볼 핸들러를 하면서 국내선수들도 잘 살려주니 토종 에이스 김낙현의 득점력도 살아났다. 김낙현은 "모트리가 치고 들어오다 보니 체력이 세이브 된다. 상대 코트로 넘어가면 내가 공을 받으러 가거나 스크린을 가면 된다"라고 했다.
모트리는 출전시간도 스스로 섬세하게 조절했다. 3차전의 경우 1~2쿼터에 끝난 승부였다. 그러나 모트리는 경기종료 5분22초전까지 뛰었다. 유 감독은 "한국농구에 적응 중인데, 내가 원하는 수비와 리바운드를 해줬다. 본인이 흐름이 좋을 때 안 빼면 좋겠다고 했다. 4쿼터 6분을 남기고 뺄 때도 안 나오려고 했다"라고 했다. 모트리는 "리듬감이 깨지지 않기 위해 오래 뛰었다"라고 했다. 벤치의 주문을 이행했고, 스스로 경기력을 올리면서 다음 경기를 앞두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었다.
이제 4차전이다. KCC가 3차전처럼 쉽게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송교창 공백이라는 변수, 김상규의 체력 부담이 있긴 하다. 그래도 객관적 전력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전자랜드가 변화를 준 2대2 수비의 경우 KCC 가드들의 적극적인 림 어택 등으로 흔들릴 여지는 있다.
그래도 전자랜드가 3차전을 통해 팀과 모트리의 약점을 감추고, 모트리의 역량을 극대화할 실마리를 찾은 건 사실이다. 패배하면 구단의 역사도 끝이라는 것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 응집력도 살아났다. 유 감독은 "우리에겐 뒤가 없다. 우리만의 농구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모트리(위), 모트리와 김낙현(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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