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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안양 최창환 기자] 제러드 설린저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KGC인삼공사는 설린저 합류 전부터 탄탄한 국내선수층을 지닌 팀이었다. 다재다능한 설린저가 가세, 기존 선수들의 장점도 극대화됐다는 게 보다 정확한 표현 아닐까. 문성곤 역시 경기를 거듭하며 에너지레벨을 끌어올렸고, 정신적으로도 챔프전을 치를 준비를 마쳤다.
안양 KGC인삼공사가 챔프전에 선착했다. KGC인삼공사는 지난 26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울산 현대모비스와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86-80으로 승리했다. 부산 KT와의 6강에 이어 4강도 스윕으로 마무리한 KGC인삼공사는 전주 KCC-인천 전자랜드 4강 승자와 7전 4선승제 챔프전을 치른다.
폭넓은 수비 범위, 근성 등을 갖춘 문성곤은 4강에서도 주축으로 활용됐다. 3차전에서는 2쿼터 중반 파울 트러블에 걸린 양희종을 대신해 수비 로테이션, 리바운드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이제는 식상한 표현일 수 있지만, 기록지에 남은 숫자(4강 3차전 4득점 6리바운드)만으로 가치를 평가할 수 없는 선수가 문성곤이다.
문성곤은 “외부에서는 챔프전에 쉽게 올라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힘든 싸움이었다. 3연승을 따내는 과정에서 피로도가 높았다. 확실히 힘에 부치더라. KT도 (양)홍석이가 있어서 상대할 때 너무 힘들었다. 현대모비스 역시 전력이 좋은 팀이어서 힘든 시리즈였다”라고 말했다.
문성곤은 이어 “힘든 경기였는데 챔프전 진출이 확정됐던 그 순간만큼은 힘든 게 하나도 안 느껴졌다. 코도 아팠고, 발목도 아팠고, 오늘따라 속도 안 좋았다. 그런데 경기가 끝났을 땐 하나도 안 힘들더라. 행복했다”라고 덧붙였다.
의식의 흐름에 의한 세리머니도 나왔다. KGC인삼공사가 82-78로 쫓긴 경기종료 44초전. KGC인삼공사는 이재도의 돌파가 무위에 그쳤지만, 문성곤이 곧바로 풋백득점을 올려 격차를 6점으로 벌렸다. KGC인삼공사가 사실상 챔프전 진출을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현대모비스는 작전타임을 요청했고, 그 사이 KGC인삼공사 선수들은 승리를 직감한 듯 환호했다. 특히 문성곤은 코트 중앙에 있는 팀 로고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마이 홈(My Home)!”이라고 외쳤다. ‘홈에서 시리즈를 끝냈다’라는 의미였다.
문성곤은 “홈에서 시리즈를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다. 다시 원정에 간다는 건 5차전이라는 의미이지 않나. 5차전에서는 시리즈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홈에서 끝내고 싶었다. 의도한 세리머니는 아니었다. 무의식 중 나온 세리머니였다”라며 웃었다.
문성곤으로선 프로 데뷔 후 2번째로 맞이하는 챔프전이다. 문성곤은 데뷔 2년차이자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던 2016-2017시즌에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문성곤은 서울 삼성과의 챔프전 6경기에 모두 출전, 15분 38초를 소화했다. 당시 국내선수 가운데 5번째로 많은 출전시간을 소화하는 등 비중 있는 식스맨 역할을 맡았다.
2번째 챔프전은 어엿한 주전이다. 문성곤은 최근 2시즌 연속 최우수수비상을 수상하는 등 시즌을 거듭하며 KGC인삼공사의 주축 전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 시즌 플레이오프 6경기에서는 평균 33분 2초를 소화했다.
“아직 챔프전이 열리지 않아 실감은 안 난다”라고 운을 뗀 문성곤은 “다만, 4시즌 전에 비하면 조금 더 악이 생겼다고 해야 할까. 야수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땐 그저 아이처럼 임했다. 투입되면 ‘룰루랄라~ 내 수비만 해야지’였다면, 지금은 ‘씹어먹겠다’라는 각오”라며 웃었다.
“프로 생활하면서 한 번도 하기 힘든 우승을 신인급이었을 때 경험했다. 행복했다. 그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라며 2016-2017시즌 통합우승을 회상한 문성곤은 이제 설린저와 함께 KGC인삼공사의 V3에 도전한다.
설린저는 정규리그, 플레이오프를 거치며 그야말로 ‘급’이 다른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KBL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 감독조차 챔프전 진출에 실패한 직후 “진짜 잘한다. 숀 롱도 좋은 선수지만, 수비가 약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득점을 허용했다.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선수마다 장단점이 있는데 설린저는 수비도 잘한다. 맥을 딱딱 짚는다”라며 혀를 내둘렀다.
문성곤 역시 설린저에 대해 “현재 컨디션이라면 무결점이다. 막을 수 있는 루트가 없다. 역사를 쓰려고 온 선수가 아닌가 싶다”라며 기대감을 전했다.
[문성곤. 사진 = 마이데일리DB]
최창환 기자 maxwindow@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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