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영화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체코영화 ‘#위왓치유’는 충격의 연속이다. 3개의 세트장, 12살로 설정한 페이크 계정을 만들고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선 20대 배우들. 계정 계설과 동시에 전 세계 남성이 달려들었다. 열흘 간 나체사진 요구, 가스라이팅, 협박, 그루밍 등을 시도하는 남성은 총 2,458명에 달했다.
비트 클루삭 감독은 3일 마이데일리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2017년 O2라는 가정용 통신 기업이 인터넷상에서 학대 받는 아이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 줄 수 있는 바이럴 영상을 만들어 달라는 의뢰하면서 시작됐다”면서 ‘#위왓치유’처럼 가짜 계정을 만들어 채팅에 참여하는 실험을 했는데, 정말 많은 남성들이 접근해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약 40%에 이르는 체코 어린이들이 인터넷에서 포르노 사진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는 통계를 보았고 큰 충격을 받았죠. 그냥 짧은 바이럴 영상으로 보여 주고 끝낼 것이 아니라, 독립된 장편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보는 것이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했다면, 이토록 생생한 현장감을 보여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성인 남성들이 스카이프, 페이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어떻게 교묘히 아이들에게 접근하고,성범죄를 저지르는지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는 실제 아이들을 범죄에 노출시킬 수 없어서 배우를 섭외했다. 진짜 12세처럼 보이는, 배우 티가 나지 않는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시나리오 없이 촬영이 진행되어야 했기에 낯선 남자들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진짜처럼 연기할 수 있는 연기력과 대응 능력을 가진 배우들을 캐스팅했어요.”
그는 심리상담가를 고용해 촬영장에 상주하게 했고, 배우들이 촬영 기간 동안 언제든지 상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엔 상담이 필요치 않다는 배우도 있었지만, 결국엔 세명 모두 심리 상담을 받았다. 혹시나 배우들이 받을지 모를 정신적 충격에 대비한 것뿐 아니라, 배우들이 현재 촬영 상황에 대한 더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윤리적인 문제에 대해 많이 고민했어요. 배우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했죠. 남성들과의 대화 시 행동 강령을 미리 정해 놓고 시작했어요. 합성 사진을 만든 것도 이러한 고민 중에 하나죠.”
영화 개봉 이후 체코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실제 체코 경찰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넘겨받아 범인 색출에 나섰고, 일부는 징역형과 벌금형을 받았다. 제작진을 고소하겠다는 남성이 몇몇 있었지만, 결국 고소장을 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위왓치유’는 체코 개봉 당시, ‘조커’가 세운 개봉 첫 주 주말 스코어를 제치며 6주간 박스오피스 1위, 2020년 개봉작 중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로 체코 전역을 뜨겁게 달궜다.
“체코 교육부에서는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가이드를 만들어 교과서에 싣는 준비를 하고 있어요.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디지털 성범죄, 인터넷 채팅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하는 등 공론화에 힘쓰고 있다고 들었죠. 학부모들을 대상으로도 아이들에게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는 “체코에선 이제야 여성에게 신체적, 위계적으로 가해지는 성적인 압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면서 “성폭력은 결국 권력의 문제다. 똑같이 채팅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성적인 면에서 여성은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사진 = 찬란 제공]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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