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척돔 김진성 기자] "공 반토막 나는 줄 알았다."
삼성 원태인(21)은 5월 중순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최고의 토종투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5월19일 대구 키움전서 상승세가 한 풀 꺾였다. 5⅓이닝 10피안타(3피홈런) 5탈삼진 3볼넷 7실점으로 무너졌다.
당시 전반적으로 내용이 좋지 않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박동원과의 승부였다. 박동원은 그날 원태인을 상대로 2회와 4회, 6회에 3연타석홈런을 터트렸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통타하며 '라팍'을 잠재웠다.
원태인은 18일만에 다시 박동원을 만나 고전했다. 1회 2사 1,2루서 볼넷을 내줬고, 4회 2사 1루서는 좌측으로 큼지막한 2루타를 허용했다. 5회 유격수 땅볼을 유도했지만, 2타수 1안타 1볼넷으로 판정패.
올 시즌 박동원은 원태인에게 6타석 5타수 4안타(3홈런) 1볼넷 5타점이다. 무려 8할. 올 시즌 원태인의 애버리지를 감안하면 놀라운 상대성이다. 박동원은 일발장타력을 갖춘 포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리그 탑클래스 거포도 아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와 타자의 1대1 싸움이다. 타자에겐 유독 타이밍이 잘 맞는 투수가 있다. 키움 홍원기 감독은 "투수의 경우 특정 타자에게 심리적으로 쫓기면 공이 가운데로 몰리고, 타자의 자신감이 더욱 축적된다"라고 했다.
원태인은 예전에도 박동원이 자신의 공을 잘 쳤다고 기억했다. "(두산 시절)오재일 선배도 내 공을 잘 쳤는데, 박동원 선배도 신인 때부터 나를 상대로 좋은 타구가 많았다"라고 했다. 그 흐름이 올 시즌에도 계속된다.
아무래도 박동원이 가장 타격감이 좋을 때, 유독 공이 좋지 않은 원태인을 만난 결과라고 봐야 한다. 이후에는 박동원이 상대적으로 편안함을 느꼈을 수 있다. 단, 원태인은 박동원을 그렇게 의식하지 않는다.
원태인은 "꼭 붙고 싶었다. 1회에는 피하려고 한 게 아니라 그 전 타자부터 제구가 흔들렸다. 정말 잘 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헬멧이 벗겨질 정도로 시원하게 돌리시더라. 나랑 맞나 보다. 두 번째 타석에 한 번 직구로 들어가봤는데 공이 반토막 나는 줄 알았다. 공이 위로 안 떠서 다행이다. 떴으면 (홈런)넘어갔을 것이다"라고 했다.
모든 타자를 상대로 완벽할 수 없다면, 인정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원태인은 박동원에게 약하지만, 키움을 상대로 승리투수가 됐다. 여전히 키움에 약하지만, 시즌 전체(10경기 7승3패 평균자책점 2.66)를 보면 빼어난 퍼포먼스다. 원태인이 전도유망한 투수라는 사실은 변함 없다.
원태인은 "딱히 안 좋아서 쉬었다기보다 흐름을 바꾸려고 했다. 운동을 열심히 했고, 좋았을 때 영상을 보면서 준비했다. 잘 던진 건 아니지만, 키움을 상대로 안 좋았는데 오늘로 끊어서 기쁘다"라고 했다.
[원태인.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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