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인천 김진성 기자] "뒷다리가 많이 죽었다."
SSG 주전포수 이재원에게 2020년은 생애 최악의 시즌이었다. 개막 후 단 3경기만 치르고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했고, 6월 말에 돌아온 이후에도 좀처럼 타격감을 찾지 못했다. 타격부진에 의한 2군행까지 겹치면서 단 80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은 충격적이었다. 타율 0.185 2홈런 21타점 18득점. 장타율은 고작 0.248이었다. 장점인 타격이 풀리지 않다 보니 투수들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팀은 추락했다. 그렇게 FA 4년 69억원 계약의 절반이 흘러갔다.
올 시즌 부임한 김원형 감독은 이재원에게 다시 믿음을 줬다. 팀의 간판도 바뀌는 등 주변 환경이 많이 변했다. 이재원은 절치부심한 듯하다. 2021시즌이 절반 정도 지났다. 날카로운 타격을 회복했다.
68경기서 181타수 56안타 타율 0.309 3홈런 19타점 20득점 장타율 0.431 OPS 0.815 득점권타율 0.295. 좌투수에게 강했던 본능도 살아있다. 올 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타율 0.333. 사이드암에게도 0.345로 강하다. 5일 인천 롯데전서도 결승타 포함 2안타를 생산했다. 최근 10경기는 더 좋다. 26타수 15안타 타율 0.577 1홈런 7타점 4득점.
김원형 감독은 5일 인천 롯데전을 앞두고 "재원이가 타격코치와 타격이론을 많이 얘기하던데 뒷다리가 많이 죽었다고 하더라. 배트 끝이 죽으면서(날카롭게 돌지 못했다는 의미) 흔히 말라는 '이지 플라이'(평범한 뜬공)가 많았다"라고 했다.
오른손타자의 뒷다리는 오른다리다. 오른 다리가 중심이동 과정에서 일찍 무너지면서 타구를 방망이에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당연히 효과적으로 힘을 싣지 못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올 시즌 호조는 뒷다리가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타격코치와 얘기하면서 수정했다. 정상적으로 타격이 이뤄지고 있다. 선수 시절과 코치 시절 기억에 재원이는 볼을 몸에 끌어다 놓고 때리는 느낌이 있었는데 너무 빨리 공을 판단하면서 뒷다리가 죽었다. 2루 뒤로 가는 타구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젠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많이 나온다"라고 했다.
이재원이 하위타선에서 힘을 내면서 SSG의 득점분포도도 다양해진 측면이 있다. 아무래도 수비보다 타격이 강점이다. 타격이 살아나면서 투수들을 이끄는 모습까지 돋보인다. SSG가 6월 선발투수 세 명(아티 르위키, 박종훈, 문승원)이 동시에 이탈해도 마운드가 크게 무너지지 않은 건 이재원의 지분도 있었다.
나아가 주장으로서 좋은 덕아웃 분위기를 만드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김 감독의 호평도 있었다. 올 시즌 SSG 덕아웃 분위기는 추신수와 최주환, 주장 이재원의 솔선수범으로 확실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시즌은 절반 가량 흘렀다. 이재원이 2020시즌의 악몽을 지우고 조금씩 자존심을 회복한다.
[이재원.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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