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OB,LG,한화,우리 사령탑 지낸 이광환 감독...제주도서 야구 후배 양성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지난 7일 제주도 한천초등학교에 티셔츠와 바지 그리고 운동화와 모자까지‘순백 차림’의 노신사가 운동장으로 걸어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이었다.
초등학교 5, 6학년의 어린이들은 멀리서 보이는 노신사가 누구인지 모르는 듯했다. 아니면 어디 동네 할아버지 정도로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순백의 노신사’는 다름 아닌 이광환 전 프로야구 감독이다. 특정 팀 감독으로 부를 수 없는 것은 이 감독은 1988년 OB감독을 시작으로 LG, 한화, 그리고 우리 히어로즈 창단 감독까지, 4개 팀의사령탑을 역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감독은 LG 트윈스에서 자율 야구를 선보이며 1994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제패였다.
이광환 감독이 이날 서귀포시 도순초와 동흥초를 찾은 것은 아이들에게 야구를 가르치기 위해서다. 정확히 말하면 야구 전단계라고 할 수 있는 티볼이다.
이 감독은 KBO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2021 KBO 찾아가는 티볼교실'의 강사로 학교를 찾은 것이다. 이에 앞서 이 감독은 5일에는 서귀포 신성여중, 6일에는 도순초와 동흥초에서도 티볼 강사로 나섰다.
손주보다도 더 어린 초등학생들을 상대로 약 2시간 동안 아이들에게 방망이 잡는 법과 타격 방법, 수비하는 자세 등을 가르쳤다. 노 감독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똘망똘망한 눈망울로 노 감독의 가르침을 받던 10여명의 꼬마들도 진지하게 야구(티볼)에 빠져들었다.
“내가 뭐 하는 게 있어. 서귀포에 살면서 기회가 될 때마다 이렇게 손주뻘 애들 가르치면서 살고 있지. 허허.”
오랜만에 듣는 이 감독의 목소리는 예전 그대로였다. 폐가 좋지 않아 건강이 나빠졌다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사려니숲길을 걷고 서귀포의 한 초등학교에서 등교 도우미로 일하면서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광환 감독은 서귀포시와‘야구'로 맺어진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특정 운동 종목 출신들을 위한‘야구인의 마을'을 제주도 서귀포시에 조성했다. 1990년대 말이었다.
또 이 감독은 그동안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다양한 야구 관련 자료 등을 바탕으로 한 한국 최초의 야구박물관인‘한국야구 명예전당'도 서귀포시에 만들었다.
그래서 이광환 감독은 서귀포, 나아가 제주도를‘제 2의 고향’이라고 한다. 당연히 이 감독은 현재 제주도 도민이다. 서귀포시에 거주하며 매년 제주도의 티볼교실과 야구교실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다.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로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 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된 말이다.
손수 이 말을 실천하고 있는 이광환 감독은 “프로야구 시작 때부터 코치로 몸담았던 야구인인 내가 우리나라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뭐든 지 해야지. 나이가 중요해? 안그래?”라며 웃었다
한편 KBO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후원하는 '2021 KBO 찾아가는 티볼교실'은 2016년부터 유소년야구 발전과 학교체육 활성화, 그리고 야구팬 확보를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올해에도 지난 9월 27일 강원도 샘마루초등학교를 시작으로 이달까지 전국 77개 초등학교와 24개 여자중학교를 대상으로 강습을 진행하고 있다.
[이광환 감독이 한천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타격등을 가르치고 있다.사진=한국티볼연맹]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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