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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자신감 제로, 존재감 제로, 어딜 가든 눈에 띄지 않는 소년 ‘에반 핸슨’(벤 플랫)은 심리치료사의 조언에 따라 매일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며 어제와 다른 특별한 하루를 꿈꾼다. 어느 날, 자신에게 쓴 편지를 비슷한 처지의 ‘코너’(콜튼 라이언)에게 빼앗기는데, 며칠 뒤 그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 코너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편지를 코너의 유서로 오해하고 찾아온 그의 가족은 따뜻한 관심을 전하고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바라온 에반 핸슨은 그들의 따뜻함에 얼떨결에 코너와의 우정과 추억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낸다.
‘디어 에반 핸슨’은 동명의 브로드웨이 히트 뮤지컬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10대의 극단적 선택과 부모와의 소통 부재, 친구들 사이의 왕따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면서도 마음을 움직이는 진솔한 가사와 위력적인 멜로디, 그리고 공감과 치유의 스토리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뮤지컬 ‘렌트’의 영화 각본을 쓴 경험이 있는 스티븐 크로스키 감독은 원작의 감흥을 고스란히 살리는 한편, 무대에서 구현하지 못한 다양한 시각적 효과를 통해 뮤지컬영화 특유희 흥미를 이끌어냈다.
배우들의 퍼포먼스도 뛰어나다. 벤 플랫은 원작 뮤지컬에서 발휘한 뛰어난 가창력으로 스크린을 울린다. 연기와 노래 사이의 간극을 최소화하고, 에반 핸슨의 외로운 감정을 최대화하는 연기력은 이 영화의 최대 강점이다. 에반 핸슨의 어머니 역을 맡은 줄리안 무어는 첫 뮤지컬 영화 출연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노래 솜씨를 선보인다. 코너의 어머니 역으로 나오는 에이미 아담스는 ‘마법에 걸린 사랑’ ‘머펫 대소동’ ‘미스 페티그루의 어느 특별한 하루’ OST를 불렀을만큼 기본기 탄탄한 성량으로 감동을 더한다.
에반 핸슨, 코너 뿐 아니라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외롭다. 마음의 상처를 숨기며 살고 있는 그들은 코너의 죽음 이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내면의 아픔을 드러낸다. “혼자 견디기 힘들 때 손을 뻗어 도움을 요청하라”는 노래 가사는 우리 모두를 위한 주문이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극복하다보면, 누군가 달려와 당신을 도와줄테니까. 시동을 걸기 전에 브레이크를 밟지 말고, 먼저 손을 내미는 순간 당신의 외로움은 한결 줄어들 것이다. 어느 시인이 노래하지 않았던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사진 = UPI]
곽명동 기자 entheo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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