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마이데일리 = 이석희 기자]‘진단과 처방은 끝났다. 이제 훈련만 남았다. 훈련의 목적은 원팀을 위해서다.'
‘컴퓨터 세터’출신 김호철 신임 IBK 기업은행 감독이 지난 9일 팀의 첫 경기를 집에서 지켜봤다.
지난 7일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탓에 10일간의 자가격리중인 김감독은 이날 KGC 인삼공사와의 경기를 TV로 관전했다. 배구인생 60년 가까이 되지만 여자배구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첫 경기를 본 김호철 감독은 마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팀의 많은 문제점을 지적했다.“팀 분위기가 엉망이다”“경기하는 선수들의 얼굴 표정에 희비가 없다”“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조직력마저 없다. 그날의 ‘재수’로 배구를 한다” 등등 수많은 지적을 쏟아냈다.
아마도 경기도 용인 자택에서 김감독은 벌써부터 전화로 코치에게 팀의 문제점을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원래 김감독은 성격상 자신이 솔선수범하는 스타일이다. 코치에게 맡겨놓고 폼만 잡는 스타일이 아니다. 자가격리 때문에 직접 가르치지 못하니 속이 타들어 갈 듯 하다.
그렇지만 이제 1주일 후면 김감독은 자가격리가 끝나고 처음으로 선수들과 상견례를 한다. 이때부터 선수들은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훈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호철 감독의 목표는 단 한가지이다. '원팀(One Team)'이다. 김 감독은 '하나의 팀'으로 선수들이 완벽히 뭉치면 그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있고 또한 그 힘은 무시 못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No 1팀'이 된다고 한다.
김호철 감독은 외부에서는‘구시대 스타일’지도자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김 감독은 아주 과학적이고 데이터 분석에 따른 선수 개개인에게 맞는 훈련을 시킨다. 한 명 한 명의 장단점을 갖고 선수 개개인과 대화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해준다. 그러면서 그 단점을 고치고 장점을 키우기 위한 맞춤 훈련을 시작한다. 다만 그 강도가 어마무시하다. 당연히 솔선수범하면서 선수들과 함께 하기에 불만을 가질 수 없다.
예전에 현대캐피탈에 권영민이라는 세터가 있었다. 현 한국전력 수석코치이다. 권영민은 삼성화재 최태웅(현 현대캐피탈 감독)에 비해 기량이 떨어졌다. 그것을 만회하기위해서 김 감독은 권영민에게 맞춤지도를 한 적이 있다.
이런식이다. 지시는 간단하다 “하루에 1000개 토스를 올려라.” 권영민은 예전처럼 아무런 생각없이 똑같은 코스에만 공을 올렸다. 창의적인 토스는 1개도 없었다. 권영민은 엄청 혼이 났고 더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서 기량이 향상됐다.
선수들의 안이한 정신자세도 김 감독은 그냥 넘기지 않는다. 예전 현대캐피탈이 상무에 패한 적이 있었다. 구단 버스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데 일부 선수가 희희덕 거렸다. 숙소 도착 시간이 밤 9시쯤됐다. 프런트에서는 저녁을 못먹은 선수들을 위해 자장면을 시켜서 선수들이 도착하면 먹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았다. 김감독이 OK해서 자장면을 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식당이 아니라 선수들을 연습장으로 집합시켰다. 그리고는 감독을 비롯해서 선수들 전부가 저녁도 먹지 못한 채 자정이 넘은 시간까지 그날 경기에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훈련을 했다.
새벽 1시나 돼서야 김감독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선수들과 함께 불어터진 자장면을 먹었다. 이게 현대캐피탈의 전설적인 이야기 ‘눈물젖은 짜장면’ 스토리이다.
당시 현대캐피탈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김감독은 평상시는 농담도 잘하고 대화를 통해서 문제점을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평상시에는 얼굴에 항상 웃음기가 넘쳐난다.
하지만 훈련할 때는 일체의 타협이 없다. 오직 선수들의 실력이 원하는 만큼 올라와야만 그만둔다. 단체로 한다. 그리고 김 감독은 본인이 앞장선다.
이런 바탕이 된 것은 오랫동안 해외에서 선수와 지도자 경험을 한 덕분이다. 만약에 김호철 감독이 국내에서만 있었다면 김감독도 다른 스타 출신 감독과 같은 길을 걸었을 것이다.
이 말은 다시말해 김호철 감독이 있었다면 김사니 코치나 주장 조송화의 무단 이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제 IBK 기업은행 선수들은 그동안의 관행은 머릿속에서 빨리 지우는게 낫다. 본인들을 위해서이다. 비록 김호철 감독이 여자팀을 처음 맡아보기 때문에 예전 남자팀처럼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 시키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호철 감독은 ‘컴퓨터 세터’ 출신이다. 비록 집에 갇혀 있지만 그의 머릿속 컴퓨터는 엄청 빠르게 IBK 선수들 개개인에 대한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음주부터 IBK 선수들은 지금껏 단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고통이 따르지만 우승을 향한 ‘고난의 행군'이다.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희 기자 goodlu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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