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지금부터 7년 전인 2014년 4월14일이다. ‘로스 앤젤레스 매거진(Los Angeles MAZAINE)’에 한 야구 선수가 인생을 걸었던 여정을 담은 기사가 게재됐다.
제시 카츠(Jesse Katz)기자는 ‘쿠바로부터의 탈출: 야시엘 푸이그가 LA 다저스로 오기까지 알려지지 않은 여정(Escape from Cuba: Yasiel Puig’s Untold Journey to the Dodgers)’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야생마로 불린 쿠바 출신 외야수 야시엘 푸이그(31)의 목숨을 건 쿠바 탈출기를 상세하게 담았다.
쿠바 탈출과 멕시코 밀입국을 통한 메이저리그 계약 과정의 일부는 마피아가 개입된 ‘꾼’들이 하는 작업이기에 본인도 절대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던 내용이다. 후일 자칫 보복을 당하기 때문이다. 제시 카츠 기자는 2013시즌 ‘푸이그매니아(Puigmania)’ 열기를 계기로 이를 깊게 취재해 소개했다.
당시는 야시엘 푸이그가 2013시즌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104경기에 출장, 382타수 122안타, 타율 3할1푼9리, 2루타 21개, 19홈런, 42타점, 11도루로 신인왕 후보에 오르며 성공적으로 시즌을 마친 시점이었다.
1년 전 검투사(gladiator) 체격’의 당시 22세 푸이그는 2012년 쿠바를 탈출 하기 전 피델 카스트로가 지배하는 쿠바 국가대표 팀에서 월급 17달러(약 2만원)를 받는 야구 기계였다.
1년간 쿠바 탈출과 미국 망명 기회를 노리던 푸이그는 이미 바다와 하늘을 통한 4차례 이상 탈출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쿠바 관계 당국과 미 해안 경비대에 제지를 당하고 말았다. 그만큼 마지막은 절박했다.
푸이그는 2012년 6월 쿠바 시엔푸에고스 집을 나섰다. 그리고 차로 미 플로리다주에서 약 150km 떨어진 쿠바 북쪽 마타나자스에 도착했다. 함께 탈출할 일행은 푸이그 포함 권투선수(boxer), 핀업걸(pinup girl) 성직자 등 모두 4명이었다.
쿠바 출신이 미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3국으로 가서 그곳에서 미국 입국 비자를 받아야 한다. 푸이그 일행은 멕시코 마약 조직인 ‘로스 제타스’를 통해 작고 빠른 배를 타고 멕시코 휴양 도시, 마구나 라칵스에 도착하고 나서야 비록 불법 체류 밀입국자 신분이기는 해도 꿈에 그리던 자유(freedom)를 찾게 됐다.
푸이그가 쿠바를 탈출하기 위해 부담하게 되는 비용은 마이애미의 사기꾼, 라울 파체코가 밀입국 조직에 지불하기로 한 25만달러(약 3억원)이다.
그리고 파체코에게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수입의 20%를 주기로 했다. 푸이그의 목숨을 건 쿠바 탈출은 고리대금을 지급하면서도 인고의 길이었다. 밀입국 비용을 제대로 내지 않으면 야구 선수의 경우 팔이나 손가락을 자르기도 하는 잔인한 조직을 통했다.
LA 다저스 구단과의 계약이 이뤄지면서 루키리그 등 마이너리그를 거친 야시엘 푸이그는 2013년 6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강렬한 이미지를 심었다. 영어를 못하는데다가 야구 외에서도 스피드 위반 등으로 여러 차례 체포되면서 ‘신기한 외국인’으로 평가받았다.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해설가 빈 스컬리는 ‘비바 푸이그!’라고 그의 재능을 칭찬했다. 푸이그는 어린 시절부터 ‘나는 야구를 위해 태어났다’고 했고 그에 걸맞은 실력을 선보였다.
그는 멕시코에 도착해서도 밀입국자 신분이어서 돌아다니지도 못한 채 작은 모텔에서 자신이 메이저리그로 팔려나가길 기다렸다. 쿠바 출신 선수들에 관심이 있는 브로커 사이에서 50만달러(약 6억원)까지 몸값이 오르내렸다.
그런 상황에서 푸이그의 탈출 소식이 중남미 지역 유력 스카우트인 마이크 브리토의 귀에 들어가게 됐다. 그는 즉시 LA 다저스의 아마추어 스카우팅 담당 부사장인 로건 화이트에게 멕시코로 가 달라고 요청했다. 로건 화이트는 7년 4200만달러(약 500억원)의 조건에 야시엘 푸이그를 잡았다. 쿠바에서 월 17달러(약 2만원)의 월급을 받던 푸이그는 목숨을 걸어 500억원 메이저리거가 됐다.
그 과정에서 2012년 10월 푸이그의 탈출을 도왔던 인물 중 한 명인 멕시코 칸쿤에서 13발의 총알을 맞고 숨졌다.
2012년 6월 쿠바를 탈출해 멕시코로 밀항했고, 2013년부터 LA 다저스에서 6시즌 등 메이저리그 7시즌을 마치고 다시 멕시칸 리그,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뛰던 야시엘 푸이그가 드디어 내년 2월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기 위해 서울 고척돔으로 온다. 쿠바에서 서울까지 비행시간만 27시간에 달한다. 내년 32세로 그는 KBO리그에서 전성기를 맞이 하게 됐다.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