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코엑스 김진성 기자]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 마디도 한 적 없었다."
키움 이정후는 10일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연말 시상식의 정점을 찍었다. 타율 0.360으로 '부자 타격왕'에 올랐다. 각종 상을 휩쓸더니 4년 연속 골든글러브로 대미를 장식했다. 이제 타격왕 부자는 합쳐서 10개의 황금장갑을 보유했다.
그런 이정후는 지난 2일 은퇴선수의 날 시상식에서 타격왕에 오르는데 아버지 이종범의 영향이 있었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다 제 덕분입니다"라고 하며 좌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이종범은 외야수 골든글러브 시상자로 나서서 "다 지 덕분이라고 하더라고요"라며 그날의 코멘트에 은근슬쩍(?) 서운함을 토로했다. 물론 부자의 '티키타카'는 장난이 반 이상 섞여있다. 이정후는 아버지에게 황금장갑을 받은 뒤 "다 아버지 덕분이죠"라고 했다. 이게 진심이다.
이정후가 아버지 이종범에게 진짜 고마운 건 자신의 야구에 대한 '방관'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야구를 시작한 뒤 거의 기술적 조언을 하지 않았다. 이정후도 "요즘 들어 조금 말씀하신 게 전부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한 마디도 한 적 없었다"라고 했다.
물론 아버지도 바빴다. 아들이 어렸을 때, 그리고 야구를 막 시작했을 때는 현역 선수였고, 지도자 생활을 했다. 아들이 프로에 데뷔하니 방송사 해설위원과 해외 유학을 거쳐 LG에서 다시 지도자를 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사이다.
결국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배려다. 굳이 아들이 야구장에서 벗어난 공간에서까지 야구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들은 이미 충분히 야구를 잘 했고, 다른 지도자들에게 잘 배우며 잘 성장해왔다. 자신까지 훈수를 두면 아들이 기술적, 정신적으로 더 헷갈릴 수 있다. 또한, 키움에 괜한 오해를 살 필요도 없었다.
당연히 아들도 그런 아버지의 진심을 잘 안다. 이정후는 "아버지가 날 키워주시고 야구선수가 될 수 있게 지원해주신 건 맞다. 그러나 프로에 들어와선 아버지가 내게 뭘 해준 건 없다. 아버지 덕도 있지만, 키움의 감독님, 코치님들이 잘 이끌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까지 내 야구에 개입하면, 내 야구가 정립이 안 된다. 학교에서부터 배운 야구가 있는데, 아버지까지 (야구에 대한 기술적)말씀을 하시면 혼란이 온다. 나는 학창 시절부터 좋은 지도를 받았다"라고 했다.
아들은 아버지가 자신에게 야구에 대한 얘기를 안 해줘서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아버지만큼 어머니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이정후는 "학창 시절에 아버지는 선수셨다. 날 챙겨줄 시간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가 날 다 챙겨주셨다. 엄마에게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종범-이정후 부자(위), 이정후(아래). 사진 = 코엑스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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