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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늘 호불호가 갈리는 내 스윙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2021~2022 KBO리그 FA 시장의 '가성비 갑'은 단연 멀티플레이어 정훈이다. 만 34세로 적은 나이는 아니다. 그러나 보상선수 없는 C등급 FA. 더구나 올 시즌 연봉은 단 1억원. 롯데를 제외한 구단들이 정훈을 영입하려면 1억5000만원만 롯데에 내주면 된다.
정훈은 4~5년 전만 해도 두각을 드러낸 타자는 아니었다. 2014년과 2015년에 타율 0.294, 타율 0.300을 찍었으나 2016년과 2017년에 부진했다. 2018년에 0.305를 찍었으나 2019년에는 0.226으로 다시 곤두박질 쳤다. 그러다 최근 2년 연속 2할9푼에 OPS 0.8 이상을 생산했다.
오늘날의 정훈을 있게 한 건 특유의 어퍼스윙이다. 홈런타자가 아닌데 극단적인 어퍼스윙을 하는 편이다. 심지어 방망이를 놓치거나 몸의 중심을 잃기도 한다. 당연히 폼을 간결하게 하고 스윙 궤적을 수정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정훈은 특유의 어퍼스윙을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생애 첫 FA 자격을 얻으며 어느 정도 인정 받았다. 래리 서튼 감독은 정훈을 4번 타자로 기용하기도 하며 확실하게 믿음을 줬다. 홈런생산능력이나 장타력이 탁월하지는 않아도, 수준급 중거리타자로 거듭났다.
정훈은 10일 개최된 골든글러브 1루수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에는 실패했다. 3표를 얻는데 그쳤다. 애당초 강백호(KT)의 수상이 확실했다. 이변은 없었다. 그러나 정훈으로선 의기소침할 필요 없다.
자신을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힘을 실어준 야구인이 있다. MBC스포츠플러스 양준혁 해설위원이다. 양 위원은 몇 년 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에서 정훈의 어퍼스윙을 기술적 측면에서 옹호하면서, 더 강한 타구를 생산하기 위해 버릴 필요가 없다고 했다.
통산 타율 0.316, '타격 레전드'의 인정이 정훈으로선 당연히 기분 좋았다. 정훈은 지난 4일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역시 야구를 볼 줄 아시는 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늘 호불호가 갈리는 내 스윙에 대해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 큰 힘이 된다. 사실 선수마다 치는 게 다르다 내가 (이)정후처럼 친다고 해서 정후처럼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쳤다.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받아들인다. 그러나 쉽게 지금의 애버리지가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훈은 "편견이 있는 건 당연하다. 나이가 많으면 수치가 떨어지는 건 당연하다. 사실 사람마다 그 시기가 정해진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 20대 후반보다 지금 방망이가 더 잘 돌아가는 느낌이다"라고 했다.
단, 방망이를 놓치는 부분에 대해선 주의하겠다고 했다. 정훈은 "절대 놓치려고 한 건 아닌데 놓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선수들이 다칠 수도 있다. 더 세게 치려고 하다 그랬던 건데 나름대로 고충은 있었다. 어쨌든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그런데 결정적 반전이 있다. 정훈은 양준혁과 전혀 친분이 없다. 두 사람은 지난 4일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를 통해 처음으로 만났다. 그동안 양준혁은 사심 없이, 소신껏 정훈의 어퍼스윙을 지지해왔던 것이다.
정훈은 "사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이도 아니고 여기서 처음으로 뵙고 인사하는 것이다. 좋은 행사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라고 했다.
[정훈.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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