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이현호 기자] K리그 우승 뒤풀이에서 ‘미국춤’을 선보인 구자룡(29, 전북현대)이 내년 골 세리머니를 약속했다.
구자룡은 2020시즌을 앞두고 수원삼성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중앙 수비수다. 전북에 몸담은 2년 동안 K리그1 우승 2회, FA컵 우승 1회를 차지했다. 첫 시즌에는 리그 2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올 시즌에는 리그 17경기에 나서 전북의 통산 9회 우승에 큰 힘을 실었다.
지난 12월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제주 최종전에서 전북이 2-0으로 승리했다. 곧바로 우승 세리머니가 열렸다. 전북 김상식 감독을 시작으로 전북 선수들이 한 명씩 나와 춤을 췄다. 그중 구자룡은 앞구르기로 중원을 침투한 뒤 섹시한 미국춤을 보여줬다. 그리곤 시원한 어퍼컷까지 날렸다. 3초 내외의 짧은 동작에 전주성이 뒤집어졌다. 예상지 못한 춤사위였기 때문이다.
‘미국춤’은 허리를 뒤로 젖히고 골반을 흔드는 춤이다. 유명가수 박재범, 이기광 등이 방송에 나와 ‘미국춤’을 추며 이 동작이 유명해졌다. ‘마이데일리(MD)’가 구자룡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미국춤 뒷얘기를 들어봤다.
MD: 김상식 감독 춤만큼 구자룡 선수의 미국춤도 화제다. 미리 준비한 동작이었나.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작년에 K리그, FA컵 우승했을 땐 코로나가 심해서 팬들 앞에서 함께 즐길 시간이 없었다. 이번엔 감독님이 먼저 춤을 추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MD: 준비를 안 했는데 어떻게 미국춤을 생각했나.
“한창 선수들이 춤을 추고 있을 때 장내 아나운서가 왠지 저를 부를 거 같았다. 일부러 눈에 띄지 않으려고 점점 멀리 돌아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속으로 그림을 그렸다. 그때 이름이 불렸다. 뭐할까 하다가 느닷없이 미국춤이 생각났다. 우승 축하 연락보다 ‘춤 잘 봤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 옛 친구들까지 ‘언제 배웠냐’고 묻더라.”
MD: 궁금하다. 미국춤은 언제 배웠나.
“배운 적도 없고 춰본 적도 없다. TV에서 본 기억만 있었다.(웃음) 어차피 이름 불린 김에 어정쩡하게 하지 말고 확실히 하자고 생각했다. 기대보다 반응이 좋아서 놀랐다.”
MD: 앞으로도 미국춤을 자주 보고 싶다. 내년에도 볼 수 있을까.
“팬들이 좋아해주신다면 하겠다. (MD: 골 넣고 세리머니로 하는 건 어떤가) 한번 도전해보겠다. 제가 수비수여서 골 넣을 일이 많이 없지만 내년에 골을 넣으면 미국춤으로 기쁨을 표현하겠다.”
MD: 새로 지은 닉네임이 ‘고산의 아들’이다. 만족스러운가.
(정보: 고산은 전북 완주군 고산면 지명으로 구자룡의 고향이다. 전북 클럽하우스가 있는 봉동면 바로 옆에 있다.)
“닉네임 후보가 몇 개 있었다. 처음 마음에 든 건 ‘녹색의 날개’였다. 올해까지만 한다고 해서 고산의 아들로 했다. 우승도 하고, 춤도 추고, ‘고산의 아들’ 닉네임까지 삼박자가 맞아 떨어졌다. 앞으로도 쭉 써야할 거 같다.”
MD: 고산 길거리에 ‘고산의 아들 구자룡 우승을 축하합니다’ 플래카드가 많이 걸렸다고 들었다. 지역 유명인사가 됐다.
“아버지가 거리 돌아다니면서 축하 플래카드 보일 때마다 찍어서 보내주신다. 자랑스러워 하신다. 아버지 덕에 제가 유명해졌다.”
MD: 아버지께서 고산 ‘인싸’이신 것 같다.
“고산 인싸? 아니다. 완주군을 넘어 전라북도 인싸이시다. 어딜 가도 모르는 분이 없다. 아버지와 함께 나가지 않더라도 저에게 먼저 인사해주시는 어르신 분들이 많다. 항상 감사하다. 아버지께서 ‘자룡아, 이름·얼굴 많이 알려졌으니 어디서든 조심히 행동해라. 모범을 보여라’라고 하신다.”
MD: 수비수 파트너 홍정호가 K리그1 MVP를 수상했다. 수비수 MVP는 24년 만의 일이다. 여기에 본인의 지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는가.
“지분까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웃음) 사실 저는 시즌 내내 주전으로 뛴 것도 아니다. 시즌 후반기에 많이 뛰었다. 주전 선수들 옆에서 같이 경쟁하며 팀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MVP는 정호 형이 잘해서 받았다.”
MD: 올해 김두현, 이운재 코치가 새로 합류했다. 과거 수원에서 같이 있었던 분들이다.
“전북에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김두현 코치님은 그때 선수였다. 형이라고 부르다가 코치님이라고 부르니까 처음엔 어색했다. 김두현 코치님은 지금도 웬만한 선수들보다 공을 잘 찬다. 당장 현역으로 복귀하셔도 된다.”
MD: 내년 2022시즌 목표는 정했나.
“감독님이 새 시즌 목표로 트레블(K리그, ACL, FA컵 3관왕)을 잡았다. 저는 그중에서도 ACL 우승이 욕심난다. ACL에 출전하면 매경기마다 저 스스로 발전하는 게 느껴진다. 아직 전북에서 경험하지 못한 ACL 우승을 꼭 한번 해보겠다.”
[사진 = 전북현대 제공, 커뮤니티 캡처]
이현호 기자 hhhh@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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