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장윤호 기자]NC 다이노스에서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가 된 좌투좌타 외야수 나성범(32)의 KIA 타이거즈 행이 23일 공식 발표됐다. 6년간 계약금 60억원, 연봉 총액 60억원, 옵션 30억원으로 150억원 규모이다.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린 이대호(39)가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시절인 2015시즌 일본시리즈 MVP,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쳐 고향 팀 롯데에 복귀해 2017시즌부터 4년간 총액 150억원을 받았다. 나성범은 같은 액수로 KBO 역사상 두 번째 기록을 썼다.
나성범의 선수 생활은 화려하지 않았다. 그의 이력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광주진흥고 시절 4번 타자로 활약한 나성범은 1학년 때는 주로 외야수로 뛰다가 3학년 때 고교야구 5대 전국대회에서 봉황대기 5할을 포함해 3할5푼 대의 타율을 기록했다. 투수로서도 2승을 거두며 이닝당 1개에 가까운 삼진에 3.19의 자책점을 보였다.
나성범이 고교 졸업을 앞두고 열린 2008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서울 연고의 LG 트윈스가 4라운에 그를 지명했다. 그러나 나성범은 LG로 가지 않고 연세대로 진학했다. 최근 프로야구 추세를 보면 매우 이례적이다.
LG 트윈스는 연고지 1차 지명에서 서울고 촐신 이형종을 선택했다. 그리고 2007년 8월 열린 2차지명에서 1라운드에 정찬헌(광주일고 투수), 2라운드 이범준(성남고 투수), 3라운드 김태군(부산고 포수), 4라운드에 가서야 나성범(진흥고 외야수)를 지명했다.
당시 사정을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LG 스카우트 팀은 나성범의 연세대학교 진학이 확정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4순위 이하로 미뤄 놓고 형식적으로 지명만 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어쨌든 그 후 무슨 영문인지 LG 스카우트 팀의 주축 인사가 교체되기도 했다. 만약 이때 LG가 나성범을 더 빠른 순위에서 지명하고 1라운드 이형종 급의 계약금(4억3000만원)을 들고 프로행을 설득했다면 LG 트윈스 야구 역사가 바뀌었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 때 두산의 2차 1라운드 지명선수가 김재환이었다. 김재환도 이번에 처음으로 FA가 돼 4년 115억원의 조건으로 두산에 남았다.
이후 나성범의 야구 인생은 거푸 본인의 꿈을 향해 나가지 못했다. 나성범은 연세대학교 재학시절 좌완 투수로 주로 활약하며 시속 150km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선보였다.
이번에는 NC 다이노스 행이다. 2012 신인 드래프트에서 신생팀 NC 다이노스에 2라운드에 지명됐다. 드래프트 규정에 의해 고교 때 프로 지명을 받은 후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한 경우에는 연고팀 1라운드 지명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그래서 KIA가 1차 지명할 수 없었다.
1989년 광주에서 태어나 대성초-진흥중-진흥고를 거치며 ‘타이거즈의 꿈’을 키운 나성범의 발길은 고향 팀이 아닌 NC 다이노스로 향하게 됐다. 아마추어 시절 투타 겸업에서 프로에서는 타자로 전념하게 된 것도 큰 변화이다.
그가 꿈꾼 마지막 도전은 어릴 적부터 가졌던 세계 최고의 무대 메이저리그 진출이었다. 그러나 포스팅 자격을 갖추게 될 2019시즌 초반 느닷없이 주루 플레이를 하다가 중상을 당하고 사실상 한 시즌을 쉬게 돼 꿈이 좌절됐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와 함께 추진하던 목표가 무너졌다.
나성범은 대신 2020시즌 소속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어 냈다.
여러 설이 있으나 NC 다이노스가 나성범을 포기한 것은 조건이나 돈 때문이 아니다. NC가 과거 양의지를 4년간 125억원, 이번에 FA 외야수 박건우를 6년간 100억원에 잡은 것을 고려하면 NC와 나성범의 결별은 NC 구단도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나성범의 가슴 속 저 깊은 곳에 NC를 떠나기로 결심하게 만든 그 이상의 무엇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 이상의 ‘+알파’는 이제야 고향으로 돌아 가 소년 시절의 꿈이던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서는 것이었다. 마침내 꿈은 이루어졌다.
[사진=기아 제공]
장윤호 기자 changyh21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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