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FA 3인방에게 180억원…큰 손 아닌 '예리한 손'을 가진 구단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린 큰 손은 아니다."

SSG 류선규 단장이 박종훈, 문승원과의 계약 직후 웃으며 한 말이다. 실제 SSG는 역대 최다 877억원이 오간 2021-2022 FA 시장에서 정중동이다. 내부 FA가 한 명도 없고, 외부 FA 영입전서도 사실상 발을 뺐다.

대신 2022-2023 FA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2022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 박종훈(5년 65억원), 문승원(5년 55억원), 한유섬(5년 60억원)에게 이달 초 연장계약을 제시했고, 실제 사인을 받아냈다.

류 단장은 "이번 FA 시장은 레드오션"이라고 했다. 확실히 과열된 측면이 있다. 야구에 애정이 가득한 '용진이 형' 정용진 구단주의 존재감이 든든하지만, 사실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게 류 단장의 얘기다. 어차피 야구단 업무는 자신과 민경삼 사장이 총괄하는 것이다.

SSG는 이미 FA 계약자 및 고액연봉자들이 있다. 10개 구단 중 페이롤이 높은 편에 속한다. 류 단장도 과거 몇몇 내부 FA 계약을 두고 "오버페이를 했다"라고 했다. 2022시즌을 끝으로 적용되는 샐러리캡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의 레드오션에 뛰어들었다가 내년 겨울에 샐러리캡에 의해 내부 FA를 잡지 못하는 게 최악이다. 장기적으로 FA 김광현의 복귀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여기에 박종훈과 문승원은 최근 수년간 리그 전체에서 가장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소화한 투수들이었다. 사실 토미 존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약간의 리스크는 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성실성, 팀 문화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 등을 고려했다.

또한, 한유섬은 올 시즌 이정후(키움, 0.960)에 이어 외야수 OPS(0.907) 전체 2위였다. 심지어 최근 6년 100억원에 NC와 FA 계약을 맺은 박건우(0.880)보다 통산 OPS(0.884)가 높다. 20~30홈런이 가능한 외야수를 내년 FA 시장으로 보내면 잡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물론 한유섬의 내년 성적이 올 시즌보다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 만 32세다. 에이징커브를 걱정할 시기는 아니다. 리그에 홈런타자가 점점 귀해지고 있고, 추신수, 최정 다음으로 팀 타선을 지탱해야 할 적임자다.

결국 SSG는 1년 뒤를 미리 내다보고 전력 유지에 성공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SG가 예리하게 대처한다"라고 했다. 단, 어쨌든 내부 전력을 유지한 것일 뿐, 외부로부터의 플러스 전력은 없다. SSG는 중위권 전력이고, 류 단장은 "우린 틈새 시장을 노린다"라고 했다.

현 시점에선 외부 FA 영입 가능성은 거의 없고, 깜짝 트레이드에 나설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1루, 외야, 불펜 등 보강해야 할 파트는 있다.

[한유섬(위), 박종훈과 문승원(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SSG 랜더스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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