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당연히 유격수가 좋다."
키움 김혜성은 올 시즌 막판 2루수로 잠시 외도했다. 홍원기 감독은 9월8일 잠실 두산전부터 10월19일 잠실 LG전까지 1개월 넘게 김혜성을 2루수로만 기용했다. 대신 유격수에는 김주형, 김휘집 등 젊은 선수들을 기용하며 미래를 내다봤다.
홍 감독이 '히어로즈 간판 유격수' 계보를 잇는 김혜성을 '길들인 건' 아니었다. 김혜성에 대한 배려였고, 무엇보다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 일단 김혜성의 실책 개수가 적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35개로 주전 내야수 치고 많았다.
또한, 김혜성이 타격과 주루에서도 비중이 크고, 잘 해왔기 때문에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무엇보다 2루수로서의 모습도 높게 평가했다. 수비코치 출신 홍 감독은 "2루에서 더블플레이 연결을 잘 한다"라고 했다.
결국 김혜성의 2루수 외도는 1개월로 막을 내렸다. 김혜성을 2루로 돌린 뒤에도 팀의 내야 수비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장기적으로 풀타임 유격수를 맡아야 할 선수다. 키움은 히어로즈 출신 김일경 코치를 영입, 내년 수비력 개선에 나선다.
어쨌든 유격수에 대한 프라이드가 상당한 김혜성에겐 그 1개월이 힘든 시간이었다. 김혜성은 지난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따낸 직후 "내가 못했을 뿐이다. 감독님의 결정에 따르는 게 당연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유격수가 좋다. 유격수로 골든글러브를 받아서 너무 기쁘다. 솔직히 못 받겠다 싶었는데 받은 것이다. 풀타임 유격수를 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실책을 15개 이하로 줄이면 좋겠다"라고 했다.
베테랑 이용규는 김혜성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남달리 여겼다. 국가대표는 물론, 국내 최고 유격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017년 입단, 만 22세인데 이미 1군에서 560경기를 경험했다. 실책도 많이 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전 경기에 출전했고 생애 첫 도루왕과 골든글러브까지 거머쥐었다. 후반기에는 '젊은 캡틴'으로 덕아웃 리더 역할도 했다. 포텐셜은 이제 조금 터졌을 뿐이다.
김혜성은 "그동안 (김)하성이 형(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을 보며 컸다. 아직 은퇴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 남은 기간에 골든글러브를 더 많이 받고 싶다. 주장을 또 맡겨주면 감사하게 받아들이겠다"라고 했다.
내년에는 실책도 줄이고, 타이틀을 지켜야 하며, 득점왕에도 도전해볼만 하다. 절친 이정후가 99득점에 그친 김혜성의 생애 첫 100득점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김혜성은 "내가 더 많이 출루해서 정후의 타점을 올려주겠다"라고 했다. 유격수 '찐'사랑으로 유명한 골든글러버가 다시 뛴다.
[김혜성.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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