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래서 포수가 금값이다.
야구 유망주들이 가장 기피하는 포지션은 포수다. 일단 몸이 너무 힘들다. 투수의 공을 받고 던지는 과정에서 쉼 없이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해야 한다. 블로킹과 캐칭 능력도 수 많은 반복훈련을 해야 끌어올릴 수 있다. 홈플레이트에선 주자와의 충돌 및 부상을 각오해야 한다. 포수를 몇 년이라도 제대로 한 선수들의 몸은 사실상 '종합병원' 수준이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똑똑해야 한다. 동료 투수들, 상대 타자들에 대한 각종 자료의 핵심을 머리에 넣고 있어야 하며, 경기흐름에 따라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포지션보다 몇 배로 많이 노력해야 하는데, 경험까지 쌓아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때문에 포수를 키우는 건 참 어렵다. 그래서 KBO리그에 데뷔해 1군에 자리잡은 포수들은 어지간하면 10승 투수 정도의 레벨로 분류된다. 그 중에서도 기량이 뛰어나고 경험도 많고, 젊고 실링이 더 높다면 말할 것도 없다.
강민호가 지난 24일 삼성과 4년 36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어지간한 선수라면 한 번도 맺기 힘든 FA 계약을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맺었다. 강민호는 2013시즌 후 롯데와 4년 75억원, 2017시즌 후 삼성과 4년 80억원 이적 계약을 했다. 총액 191억원.
강민호는 FA 통산 계약총액 3위다. FA 재벌이다. 1~2위는 김현수(LG, 230억원)와 최정(SSG, 192억원)인데, 2위 최정에게 단 1억원 뒤졌을 뿐이다. 2022-2023 FA 시장에 나가는 양의지(NC, 125억원)도 두 번째 대박을 예약했다. 내년 겨울 100억원대 계약을 맺으면 탑3에 들 수 있다. 즉, 2022-2023 시장을 통해 두 레전드 포수가 개인통산 FA 계약총액 랭킹 탑3를 점령할 가능성이 크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포수에게 필요한 각종 요소들이 충분히 검증됐고, 국가대표팀 경력에 한국시리즈 우승(양의지) 등 큰 경기 경험마저 풍부하다. 이런 포수를 갑자기 구하는 건 불가능하다. 두 사람의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고, '돈 잔치'가 벌어지는 FA 시장에서도 가장 빛나는 건 당연하다.
올 겨울 트레이드와 보상선수 픽에서도 포수의 위상은 남다르다. 특히 삼성의 행보가 눈에 띈다. 삼성은 풍부한 필승계투조 경력을 보유한 심창민을 희생해서 김태군을 영입했다. 김태군은 어지간한 팀의 주전으로 뛰어도 손색 없는 기량이다. NC도 또 다른 포수 김응민을 데려왔으니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심지어 삼성은 FA 박해민(LG)의 보상선수로 김재성을 지명했다. 강민호와 다시 계약할 수 있고, 김태군까지 데려왔는데도 플랜C까지 고려했다. 그만큼 포수 키우기가 어렵다는 증거다. 삼성은 여차하면 트레이드 시장에서도 또 한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트레이드, 보상선수 지명 역사를 돌아봐도 포수가 팀을 옮겨 성공하는 사례가 상당히 많았다. 올 겨울 한화와 5년 54억원 FA 계약을 맺은 최재훈도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넘어간 선수였다. SSG 이흥련의 경우 삼성에서 FA 보상선수로 두산에 넘어간 뒤 트레이드를 통해 SSG까지 갔다. 일단 프로까지 올라오면 살아남을 기회는 충분히 지니고 있고, 팀들에는 그 자체가 무기가 된다.
야구 유망주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혹시 포수를 맡게 된다면, 좀 힘들어도 견뎌보라고. 다른 포지션 선수들보다 성공하는 건 몇 배 더 힘들지만, 그 어려운 관문들을 통과하면 누구보다 달콤한 미래가 기다린다고. 포수 육성이 한국야구의 미래요, 시즌이든 비 시즌이든 야구는 '포수 놀음'이다.
[양의지와 강민호(위), 최재훈(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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