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힘 싸움 판정승, 김동욱 절묘한 양념, 선두싸움 탄력, SK 트라우마 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더 이상 SK 트라우마는 없다. KT가 SK를 상대로 시즌 첫 승을 신고하며 선두질주에 탄력을 받았다.

KT는 1~2라운드서 SK에 잇따라 대패했다. 허훈-정성우-양홍석-김영환-캐디 라렌으로 이어지는 탄탄한 주전라인업은 김선형-최준용-안영준-자밀 워니에게 신장, 기량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 리그에서 스윙맨들의 기량과 신장이 가장 좋은 두 팀이다.

그런데 1~2라운드서 워니가 라렌과의 매치업서 유독 강세를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라렌이 좀 꼬였다. 여기에는 구조적 이유가 있었다. 1~2라운드 맞대결서 허훈이 없었다. KT는 허훈을 제외하면 가드진의 슈팅능력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 SK는 라렌 쪽으로 좁히는 수비로테이션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괴롭힌 게 통했다.

그래서 이날 3라운드 맞대결은 의미가 있었다. KT가 허훈이 돌아온 뒤 처음으로 SK를 상대했기 때문이다. SK는 KT를 상대로 스위치디펜스와 지역방어를 적절히 섞었다. KT의 대처가 너무 좋았다. KT는 과거처럼 허훈의 경기운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김동욱이 1~4번을 오가며 허훈과 볼 핸들링, 경기운영을 분담한다.

그만큼 공격루트가 다양하다. 사실 KT는 외곽슛이 거의 침묵했다. 허훈도 오재현과 최원혁에게 묶였다. 그러나 '투 포인트 게임'에서 SK를 압도했다. 2쿼터 초반 허훈이 쉬고 김동욱이 경기를 운영하면서 완전히 흐름을 장악했다. 캐디 라렌과의 2대2가 좋았다. 라렌이 스크린을 걸고 롤하는 스피드가 약간 느린데, 역시 빠르지 않는 김동욱과 '박자'가 잘 맞는다.

김동욱이 양념을 치면, 올 시즌 볼 없는 움직임이 너무, 심하게 좋은 양홍석이 쉽게 쉽게 받아 먹는 득점을 올린다. 지역방어는 일찌감치 깨졌고, SK 스위치디펜스에도 볼 없는 선수들이 많이 움직이며 효율적으로 대응했다. 수비수를 순간적으로 바꾸는 동작에서 약간의 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KT가 그 틈을 잘 노렸다. 김동욱이 사실상 경기를 쥐락펴락했다.

수비의 경우 기본적으로 라렌이 위니를 1대1로 막았다. 워니에게 도움수비를 최소화하고, 국내선수들 수비에 집중했다. 최준용과 안영준의 득점을 막는 것에 치중했다. 하윤기의 적절한 활약도 좋았다. 2쿼터 종료 직전에는 워니를 상대로 인 유어 페이스 덩크슛을 꽂았다.

워니는 점수를 많이 만들었다. 그러나 특유의 플로터와 훅슛 적중률이 평소보다 떨어졌다. 이때 KT가 제공권을 장악하고 빠른 공격을 통해 손쉬운 득점을 많이 만들었다. 최준용과 안영준이 양홍석, 김동욱, 김영환으로 이어지는 KT 포워드진을 압도하지 못하니 흐름을 장악하기 힘들었다.

SK는 특유의 얼리오펜스로 다시 6점차까지 추격했다. KT는 수비응집력이 약간 떨어지면서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나 KT는 라렌이 최준용의 공격을 블록으로 저지한 뒤 결정적 리바운드를 잇따라 걷어냈다. 양홍석 특유의 리바운드 가담도 돋보였다. 허훈은 결정적 스틸을 해냈다. 단, 경기종료 14.8초를 남기고 정성우가 아웃 오브 바운드 과정에서 결정적 턴오버를 범했다.

SK는 7초를 남기고 최준용이 라렌의 패스를 골밑 득점으로 연결, 2점차로 추격했다. SK의 선택지는 파울. 슈팅능력이 그나마 떨어지는 정성우에게 했다. 정성우는 자유투 2개를 모두 넣고 승부를 갈랐다. 결국 '완전체' KT가 SK와의 힘싸움에서 판정승했다. SK 트라우마를 날렸다. 향후 선두 레이스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원 KT 소닉붐은 26일 수원 KT소닉붐아레나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3라운드 홈 경기서 서울 SK 나이츠를 86-82로 이겼다. 3연승하며 20승6패, 단독선두를 질주했다. 2위 SK는 4연승을 마감했다. 18승8패.

[KT 김동욱과 라렌. 사진 = 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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