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뉴 이어', 군더더기 없는 연기 앙상블 [마데핫리뷰]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새해는 어떤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출발선이 될 수도, 희망 없는 누군가에게는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악몽이 되기도 한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각기 다른 고민과 설렘을 품고 연말을 보내는 여러 커플의 이야기를 경쾌한 속도감으로 풀어낸다. 'A YEAR-END MEDLEY'라는 영제에서 알 수 있듯 이야기 조각이 한데 모여 만듦새 매끈한 선율을 완성한다.

'비 오는 날 수채화',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 '시간이탈자'의 곽재용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호텔 엠로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호텔 매니저 소진(한지민)은 15년 지기 절친 승효(김영광)를 짝사랑한다. "할 말 있다"라며 우물쭈물해 하는 승효에 내심 고백을 예상한 소진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결혼할 여자가 생겼다는 소식이다. 심지어 소진이 일하는 엠로스에서.

짝수 강박증을 가진 엠로스 대표 용진(이동욱)은 능력에 인성, 멋들어진 미감까지 갖춘 '완벽남'이다. 그 앞에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호텔 하우스키퍼 이영(원진아)가 나타나고, 급속도로 친해진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5년째 공무원 시험에 낙방 중인 재용(강하늘)은 생을 포기하기 전 마지막 일주일을 엠로스에서 보내기로 결심하지만, 모닝콜 서비스를 해주는 수연(임윤아)을 만나고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한다.

호텔의 간판 도어맨 상규(정진영)은 첫사랑 캐서린(이혜영)과 우연히 재회한다. 40년 만에 다시 만난 캐서린이 낯설면서도 함께 있다보면 그때 그 시절 추억이 얼굴을 슬쩍 내민다. 매니저 상훈(이광수)은 인기 좋은 싱어송라이터 이강(서강준)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지 착잡하다. 소진의 남동생 세직(조준영)은 학교 퀸카 아영(원지안)을 짝사랑하고 있다. 세직 친구들의 줄줄이 고백에 죄다 퇴짜를 놓는 아영의 마음은 오로지 세직에게 향한다.

줄거리만 얼핏 봐서는 뿔뿔이 흩어져 어수선할 듯하지만, 곽 감독은 초호화 배우진을 등에 업고 이야기를 차근차근 쌓아간다. 등장인물이 관계 맺는 과정부터 위기와 갈등을 거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결론에 도달하는 것. 또한 누구나 공감할 만한 취업, 짝사랑, 가족애, 우정을 다루면서 감동과 눈물을 자극한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유머의 웃음 타율도 제법 높은 편이며, 권상우, 이규형의 특별 출연은 소소한 재미를 준다.

베테랑 정진영, 이혜영, 이동욱과 첫 영화에 도전한 원지안, 조준영 등의 믿음직스러운 열연은 영화에 입체감을 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지민이다. 그는 '한지민'과 '짝사랑'이라는 안 어울리는 조합 속 표정과 눈빛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오죽하면 곽 감독이 기자간담회에서 "한지민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랑스럽더라. 함께 일해서 즐거웠다"라고 말했을 정도니 말이다. 애타는 브로맨스를 가볍지 않게 소화해야 했던 이광수의 노력 역시 빛났다.

영화 '해피 뉴 이어'는 29일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된다. 러닝타임 138분.

[사진 = CJ ENM, 티빙]

양유진 기자 youjinya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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