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들이 패자다.
2021-2022 KBO리그 FA 시장이 사실상 폐장했다. 대상자 15명 중 14명이 971억원을 나눠가졌다. '세 자리' 계약을 의미하는 100억원대 계약자만 5명이 나왔다. 유일한 미계약자 정훈이 29억원 이상의 계약을 맺을 경우 FA 최초 단일시장 총액 1000억원을 돌파한다.
이제 FA 시장을 총정리 해볼 시간이다. 일단 패자(loser)들을 정리해보자. 롯데와 한화가 '사실상 빈손' 신세다. 키움의 연례행사와도 같은 FA 유출은 팬들의 분노를 넘어 '짠함'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과열된 이번 시장에서 FA 자격을 포기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 않은 네 명의 선수다.
▲롯데
롯데는 외야수 손아섭을 NC에 빼앗겼다. 성민규 단장은 이례적으로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손아섭에게 제시했던 금액을 공개했다. 구단이 생각한 적정가와 NC의 시장가 사이의 간극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롯데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팀을 다지고 있고, 우승 컨텐더 수준까지 올라가면 외부 FA 영입을 추진할 계획인 듯하다. 성민규 단장의 '프로세스'는 확고해 보인다. 단, 이대호 다음으로 영향력이 높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친 것에 대한 후폭풍은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시장에 남아있는 유일한 FA 정훈을 잡으면 약간의 만회는 가능하다.
▲한화
한화는 FA 시장 개장 이틀만인 지난 11월27일, 포수 최재훈과 5년 총액 54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최재훈의 54억원을 두고 '적정가', '오버페이' 논란이 일었다. 분명한 건 최재훈의 이 계약이 이번 시장에서 일종의 '기준점'이자 '시장가'가 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화는 시장을 달아오르게 해놓고 정작 외부 FA 영입에 나서지 않았다. 정민철 단장의 언론 인터뷰를 종합하면 '리빌딩 전문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2년차를 맞아 리빌딩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갑을 더 이상 열지 않았다.
단, 리빌딩 과정에서 중심축이 될만한 선수들(애버리지가 보장된 선수들)이 투타 각 파트에 배치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은 있었다. 작년의 경우 정수빈 영입을 시도했다가 실패했고, 동갑내기 박건우에겐 아예 오퍼를 하지 않은 게 의아하다는 시선도 있다.
▲키움
키움도 팬들의 비판을 거세게 받고 있다. FA 박병호와의 협상에서 사실상 미지근하게 대응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2월 초에 한 차례 만난 뒤 대면협상 없이 유선상으로만 컨택한 게 패착이었다. 박병호는 KT의 공세에 3년 30억원 계약을 받아들였다.
키움은 전통적으로 굵직한 외부 FA를 붙잡지 못했다. 모기업 없이 스폰서들로 구단을 운영하는 사정상 팀 페이롤을 낮춰야 하는 부담이 있다. 2014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빠져나간 멤버 면면이 화려하다. 강정호, 손승락, 유한준, 채태인, 김민성, 김하성, 김상수, 서건창, 박병호다.
더구나 키움은 내년에는 박동원과 한현희가 FA 자격을 얻고, 2년 뒤에는 이지영도 다시 FA가 된다. 또 다른 간판스타 이정후는 해외진출자격을 얻는다. 모두 놓칠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실상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와의 결별에 팬심이 들끓고 있다.
▲미신청 4인방
FA 미신청 4인방이 이번 FA 시장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떨까. 올 시즌 성적을 확실히 내지 못한 것에 대해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서건창, 나지완, 장원준, 오선진이다. (정확하게는 민병헌까지 5명, 시즌 막판 은퇴 선언) 넷 모두 부진 혹은 부상, 전성기를 넘긴 애매한 시점 등이 원인이다.
서건창은 올 시즌 키움에 연봉 '셀프 삭감'을 요청, 화제를 모았다. 3억5000만원에서 2억2500만원으로 내려갔다. B등급을 받으려는 계산으로 보였지만, 후반기를 앞두고 LG로 이적했다. 결국 LG에서 A등급을 받고 FA가 됐다. 타율 0.253 6홈런 52타점 OPS 0.693으로 애매한 성적을 남겼다. FA 권리를 보류했다.
나지완은 부진과 부상이 겹치며 31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 0.160에 홈런 없이 7타점 OPS 0.497에 그쳤다. 도저히 FA 신청을 하기 어려울 정도의 가치 하락이다. 장원준도 수년째 예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선진도 삼성 이적 후 임팩트 있는 모습을 남기지 못했다. 이들은 과열된 이번 FA 시장의 수혜자가 되지 못한 채 2022-2023 FA 시장을 노린다.
[위에서부터 손아섭, 박병호, 미신청 4인방. 사진 = NC 다이노스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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